(VOVWORLD) - 냐자이(Nhà dài, 긴집)는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큰 집이자 닥락(Đắk Lắk)성 에데(Êđê) 소수민족의 모계사회 전통을 상징하는 독특한 주거 형태이다. 단순히 한 가족, 한 씨족이 모여 사는 공간을 넘어 이곳은 찌엥(chiêng)이라는 전통 꽹과리 소리와 노래, 서사시, 그리고 에데 문화의 깊고 오래된 가치들이 보존되는 장소이다.
에데(Êđê) 소수민족 사람들의 긴집 앞 공동생활 모습 (사진: 럼 타인/VOV4) |
닥락성 떤럽(Tân Lập)동 꾸오르깝(Cuôr Kăp) 마을의 한 전통 냐자이에서 이 옌(Y Yên) 씨 가족은 숫돼지 한 마리와 전통술 5개 항아리를 제물로 신에게 올려 집들이 감사 의례를 치렀다. 제사장을 맡은 아에띠(Aê Ti) 무당에 따르면 꾸오르깝 마을에서 냐자이를 짓는 일은 단순히 공사를 시작하고 완공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 · 신령 · 마을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대한 의식이다. 제사 동안 울려 퍼지는 징 소리와 축원의 말은 공동체 하나로 묶어 기쁨을 나누게 한다.
“에데족에게 냐자이를 새로 짓는 것은 반드시 전통 의례에 따라야 합니다. 신령께 감사드리는 제사를 지내고 이웃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나눠야 합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신령의 가호를 받아 건강하고 일도 번창한다고 믿었습니다.”
집주인 이 옌 믈로(Y Yên Mlô) 씨는 이미 견고한 현대식 주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와 지붕에 나무 바닥과 벽, 그리고 끄판(kpan)이라는 의자 · 찌엥 · 북 · 아궁이 등 전통 내부 구조를 갖춘 냐자이를 짓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 공간이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이어가는 장소이며 더불어 전통 가치를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강조한다.
“저희는 절대로 냐자이를 버리지 않습니다. 풍습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냐자이는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우리의 풍습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말씀을 하셨기에, 저는 3년 동안 모으고 준비해서 꼭 냐자이를 지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풍습을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냐자이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에데족의 다양한 의식과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 흐 씨우/VOV-떠이응우옌) |
에데족의 삶에는 귀에 숨을 불어넣는 전통의식, 건강 기원 의례, 첫 벼 수확 감사 의례 등 다양한 제사가 있다. 이러한 의례는 냐자이에서 열릴 때에만 비로소 혼(魂)이 깃들고, 신령과 연결되며 항아리 술의 향과 징 · 꽹과리의 울림 속에서 완성된다. 의례가 열리는 날이면 주인과 손님 모두가 항아리 술을 나누며 울려 퍼지는 징과 북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부온호(Buôn Hồ)동 찡못(Tring 1) 마을의 이 링 아즈렁(Y Ring Adrơng) 씨는 “냐자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징 소리는 제물이 소박하더라도 의식을 더욱 신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밝혔다.
“어릴 적에는 잔치가 있을 때 제물이 비록 닭 한 마리뿐이라도 집에 징이 있으면 반드시 꺼내어 연주했습니다. 꼭 돼지를 제물로 바쳐야만 징을 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닭 한 마리와 항아리 술 2~3그릇만 올려도 징을 울릴 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냐자이는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에데족 대가족의 거주지이자 생활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채의 냐자이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했고 때로는 마을 전체의 협력이 동원되었다. 나무를 베고 다듬는 일, 지붕을 이는 일, 식사를 준비하는 일까지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참여하며, 이 과정 속에서 끈끈한 연대감이 형성되었다. 꾸오르깝 마을의 흐응우이 끄부오르(H Ngui Kbuôr)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데족의 오래된 풍습에 따르면 새 집을 짓는 일은 비록 한 가족의 일이지만 그 집을 완성시키는 것은 온 마을의 일입니다. 가까운 이웃들이 찾아와 함께 돕고 음식을 준비하며,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 가족 간의 정이 더 깊어지고 이웃들과도 더욱 가까워집니다.”
의식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함께 항아리 통술을 둘러앉아 즐기며 징과 꽹과리의 선율을 감상한다. (사진: 흐 씨우/VOV) |
현재 닥락성 전역에는 약 5,600채의 냐자이가 보존되거나 복원되고 있다. 많은 마을에서는 냐자이 복원 및 활용을 공동체 관광과 연계하여 냐자이를 지역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삼고 있다. 냐자이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에데 문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찡못 마을에 살고 있는 흐응애르 믈로(H Nger Mlô) 씨는 전통 냐자이를 현대적 요소와 결합해 수리하고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더 넓고 깨끗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도 이미 현대식 집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냐자이에 살고 있습니다. 냐자이에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고 싶고, 이 공간이 식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녁이 되면 남편과 저는 늘 냐자이에서 잠을 잡니다.”
현재 닥락(Đắk Lắk)의 여러 마을에서는 공동체 관광과 연계해 전통 긴집을 복원하고 그 가치를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사진: 프 씨우/VOV) |
오늘날 에데족의 냐자이에서는 꽹과리의 박자, 노래, 춤사위가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뿌리와 과거를 되새기는 일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삶 속에서 젊은 세대가 민족의 영혼을 느끼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냐자이의 보존과 활용은 단지 한 건축물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각 마을의 정체성과 징의 혼을 이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