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베트남의 선율을 전하는 《베트남 멜로디 산책》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티엔 타인입니다.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번 시간에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응에안(Nghệ An)성과 하띤(Hà Tĩnh)성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이 지역은 역사적 정취가 담긴 이름인 ‘쓰응에(xứ Nghệ)’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강인하고 의리가 깊은 사람들을 배출한 이곳은 동시에 베트남을 대표하는 소중한 음악 유산 가운데 하나인 ‘응에띤 비잠 민요(Dân ca Ví Giặm Nghệ Tĩnh)’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2014년, 유네스코는 응에띤 비잠 민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하였습니다. 이는 수백 년 동안 이 지역 사람들의 노동과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예술 전통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비잠 민요의 방대한 유산 가운데 엄선된 네 곡을 통해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 그 음악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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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Í GIẬN THƯƠNG ♫
방금 들으신 곡은 응에안 지방 민요를 대표하는 선율 가운데 하나인 〈비 전 트엉(Ví Giận Thương)〉이었습니다. 〈비 전 트엉〉은 서운함과 사랑, 또는 원망과 정이 함께 담긴 ‘비(ví)’ 노래를 뜻합니다. 베트남 음악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성적인 비잠 창법의 명창으로 평가받는 투 히엔(Thu Hiền) 인민예술인의 목소리로 감상하셨습니다.
‘서운함’과 ‘사랑’이라는 두 감정은 서로 모순되는 듯하지만 사실 이는 쓰응에 사람들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깊이 사랑하기에 쉽게 서운해하고, 쉽게 마음 아파하며, 쉽게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마음이 좁아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커서 가슴 안에 다 담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선율은 ‘비(ví)’ 형식으로 불리는데, 이는 자유로운 화답 방식으로, 엄격한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호흡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특징을 지닙니다.
이어지는 곡은 매우 특별한 공연입니다. 하띤성 옛 깐록(Can Lộc)현 쯔엉르우(Trường Lưu)면 민속예술인회가 선보이는 〈핫 프엉 바이(Hát Phường Vải)〉입니다. 〈핫 프엉 바이〉란 사람들이 베를 짤 때 노래하는 곡을 말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전문 공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평범한 주민들이자 일상 속에서 이 유산의 불씨를 지켜온 진정한 전승자들입니다.
〈핫 프엉 바이〉는 전통 직조 노동과 밀접하게 연결된 비 민요의 한 갈래입니다. 옛날 여성들은 베틀 앞에 앉아 천을 짜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피로를 달래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또 노래를 주고받으러 온 남성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베틀의 움직임과 문답식 노래, 베틀 북이 오가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선율이 어우러져, 이는 응에 지방 사람들의 노동과 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한 폭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띤성 옛 깐록(Can Lộc)현 쯔엉르우(Trường Lưu)면은 오랜 세월 ‘핫 프엉 바이’ 전통을 이어온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이곳 민속예술인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먼 옛날 황혼의 시간과 오늘을 잇는 실 한 가닥을 붙잡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바로 지금, ‘핫 프엉 바이’라는 곡을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HÁT PHƯỜNG VẢI ♫
세 번째 곡에서는 나룻배가 오가는 강가로 가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깊이 있는 비잠 창법의 명창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홍 르우(Hồng Lựu) 인민예술인의 목소리로 〈비 도 드어 송 람(Ví Đò Đưa Sông Lam)〉즉 ‘람(Lam)강 뱃노래 비’ 민요를 들어보겠습니다.
람강, 즉 까(Cả)강은 응에띤 지방을 흐르는 가장 큰 강으로 오래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정신적·물질적 삶과 함께해 왔습니다. 그 강 위에서 뱃사공들은 넓은 물결의 외로움과 긴 여정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비 도 드어(Ví Đò Đưa)’는 바로 이러한 강 위의 생업 속에서 탄생한 뱃노래 선율입니다. 그 멜로디는 강물처럼 흐르며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바위에 살짝 부딪히듯 흔들리고, 또 때로는 넓은 수면 위를 끝없이 떠다니는 듯합니다.
〈비 도 드어 송 람(Ví Đò Đưa Sông Lam)〉속에서는 강물의 소리와 파도, 바람, 노 젓는 소리, 그리고 멀리 울려 퍼지는 노래하는 이의 마음까지도 함께 들려옵니다. 그럼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VÍ ĐÒ ĐƯA SÔNG LÀM ♫
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은 민 타인(Minh Thành) 우수예술인과 딘 또안(Đình Toàn) 우수예술인이 함께 부르는 〈쿡 까 자 반(Khúc Ca Giã Bạn)〉, 즉 ‘이별의 노래’입니다. 이 곡은 가장 대표적인 ‘잠(giặm)’ 형식의 노래 가운데 하나로, 밤새 노래를 주고받은 뒤 새벽녘 헤어져야 하는 순간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잠’은 ‘비’와 달리 보다 분명한 리듬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삼박 계열의 장단 위에서 짧고 힘 있는 가사로 전개됩니다. 마치 발걸음은 재촉하지만 마음은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쿡 까 자 반〉에는 특별한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비극적인 슬픔이 아니라,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름다운 슬픔입니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야 하기에 슬프고, 만남이 곧 이별이 되기에 슬프며, 아직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가슴속에 접어두어야 하기에 슬픈 것입니다.
민 타인 우수예술인과 딘 또안 우수예술인은 서로 마주하며 노래합니다. 낮고 따뜻한 남성의 목소리와 맑고 밝은 여성의 목소리가 마치 서로를 바라보지만 만날 수 없는 강 양쪽 언덕처럼 어우러집니다. 이러한 조화는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음악 공간을 만들어내며, 말은 많지 않지만 정이 깊고, 떠나야 하지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쓰응에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그럼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KHÚC CA GIÃ BẠ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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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응에띤 비잠 민요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유리 진열장 속에 보존된 채 멀리서 감상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집 안에서, 강가에서, 원로 예인들의 모임에서, 그리고 이를 배우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노래입니다.
쓰응에는 메마른 돌밭과 라오스에서 불어오는 거센 열풍, 그리고 끈질기고 강인한 사람들로 유명합니다. 바로 그러한 땅 위에서 비잠 민요는 싹을 틔웠습니다. 삶이 편안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고된 삶보다 더 아름다운 무언가를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이야말로 민요가 존재하는 가장 깊은 이유일 것입니다. 단지 삶을 장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삶을 견뎌낼 수 있도록 붙들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베트남 멜로디 산책》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또 다른 음악의 울림 속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티엔 타인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