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년 전 베트남 왕자의 한반도 정착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민 서사시인 ≪쭈옌끼에우(Truyện Kiều)≫를 인용한 데 이르기까지, 한국과 베트남의 인연은 단순한 정치적 의제를 넘어선다. 오는 4월 21일~24일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베트남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직후에 이루어지며, 양국의 굳건한 ‘사돈’ 관계를 다지고 역내 공동 번영의 미래를 조망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새해 첫 방문객을 중시하는 ‘쏭덧(Xông đất·새해 첫날 집을 방문해 복을 빌어주는 베트남의 전통 풍습)’ 문화가 있다. 외교적 수사에서 ‘첫 외빈’은 최우선 순위와 최고 수준의 전략적 신뢰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바로 분명한 사례이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이 최고 지도부 인선을 마무리한 직후, 또 럼(Tô Lâm) 당 서기장‧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찾는 첫 외국 국가원수이다.
이는 매우 의미 깊은 답방 성격의 외교 행보이다. 앞서 2025년 8월, 또 럼 당 서기장 역시 이재명 정부 출범 불과 두 달 만에 한국을 찾은 첫 국빈이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에 정통한 안경환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지니는 무게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후 2개월 만에 또 럼 총비서(당 서기장)께서 처음으로 국빈 방문하신 것은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발전에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그에 대한 답방으로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 또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2030년 베트남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5년 선진국으로의 대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베트남은 한국과의 굳건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한국 역시 베트남과의 협력 관계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호 발전에 있어 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구체적인 숫자들을 통해 날로 견고해지고 있다. 한국은 현재 약 1만 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 내 제1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이다. 반대로 베트남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파트너이다. 권성택 한베경제문화협회(KOVECA) 상임대표는 이러한 밀접함을 ‘3-2-1’이라는 인상적인 숫자로 요약했다.

"3은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 2는 베트남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 2위, 1은 베트남이 수년째 한국인의 국제결혼 상대국 1위를 뜻하는 것으로서 ‘사돈 관계’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2025년 양국 교역액은 약 9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6년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한 269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30년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 목표가 충분히 현실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문화적 유사성과 활발한 교류 역시 양국 관계의 중요한 성과이다. 유교 사상, 가족 중시 가치관, 높은 교육열 등 공통의 문화적 기반은 두 민족 간의 이질감을 크게 줄여주었다. 아울러 박항서, 김상식 감독 등으로 대변되는 스포츠 외교와 한류 열풍, 그리고 베트남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커지는 관심이 어우러져 상호 이해를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 30여 년의 여정이 전통적인 무역과 제조업 투자를 기반으로 한 연결이었다면, 다가올 시대는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도약의 발판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와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뿌리는 튼튼하게 유지하되 가지는 유연하게 흔들리는 베트남 특유의 실리적 외교 노선)’ 정책 간의 유사성에 있다. 권성택 상임대표는 이러한 시너지가 가져올 전략적 이익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실용 외교와 베트남의 국정 목표가 공통의 기반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가장 큰 시너지는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기술과 자본, 중간재의 강국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베트남이 노동력과 생산기지 그리고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있기 때문에 경제와 산업구조의 완벽한 보완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와 베트남 정부의 발전전략은 단순히 잘 맞는 수준을 넘어선 경제, 산업, 외교가 동시에 맞물리는 고강도 전략적 시너지 구조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협력의 기회는 미래 산업 분야로도 강력하게 확장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베트남 북부 수도권 지방 타이응우옌성(Thái Nguyên)의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프로젝트에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베트남이 고부가가치 가치사슬로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고속철도, 원자력 발전, 재생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협력 관계가 진정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차원의 더욱 끈끈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안경환 교수는 강조했다.
“상대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야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상호 협력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베트남에 ‘한국학연구소’, 한국에 ‘베트남학연구소’가 설립되어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서 화학적 결합이 가미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양국 수교 3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한 10번째 한국 대통령이다. 안경환 교수에 따르면, 최고위급 지도자의 방문이 있을 때마다 베트남과 한국 간의 우호 관계는 어김없이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되어 왔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번 새 정부 임기 동안의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쭈옌끼에우≫의 한 구절로 묘사한다면, 투이끼에우(Thuý Kiều) 와 낌쫑(Kim Trọng)이 서로 사랑하듯 양국이 서로 진심으로 협력하여 “풍류와 부귀를 누리고, 집안의 영화를 만대에 전하도록 - Phong lưu phú quý ai bì, Vườn xuân một cửa để bia muôn đời.”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6년 4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이러한 염원을 현실로 만드는 중대한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비전의 공감대와 하노이에서 이뤄질 전략적 악수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은 협력의 ‘봄날 정원’이 끊임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후세에 깊은 발자취를 남길 찬란한 새 장을 함께 열어가고 있다.
글과 디자인: VOV5 홍 응옥 (Hồng Ngọc)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