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베트남 북서지역 타이(Thái)족 공동체는 고유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대손손 유지하고 있는 매듭팔찌 만들기 풍속이 있다. 이 풍속은 타이(Thái)족의 정신문화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타이(Thái)족 전통 신앙에 따르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혼은 ‘매바우(me bảu)’라고 하는 제1산파신(産婆神)이 신계(新界)에서 연기를 피워 만들고, 육체는 ‘매낭(me nang)’이라고 하는 제2산파신이 인간계(人間界)의 물질을 빚어 만든다.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특정한 시공간 안에 존재하게 되는데, 둘 중 하나가 소실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인간은 죽은 후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영혼은 하늘로 가고 육체는 땅속에 남는다. 즉, 원래 있었던 장소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지 않도록 손에 팔찌를 매는 풍속이 생기게 된 것이다. 선라(Sơn La)성 선라(Sơn La)시 찌엥 응언 (Chiềng Ngần)면 꺼푹 (Co Pục) 마을 베트남 민속문예협회 회원 까 반 쭝 (Cà Văn Chung)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타이(Thái)족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이 80개의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그중 30조각은 앞에, 50조각은 뒤에 있다고 합니다. 하나의 조각이 몸에서 떨어지면 몸이 아프고, 조각이 떨지면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이 몸 안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여 장수하기 위해 손목에 팔찌를 매는 것입니다."
외할머니가 손녀에게 손목에 매듭 팔찌를 매어 주고 있는 모습 |
과거 타이(Thái)족 마을에서는 매년 ‘수쿠온(Xú khuôn)’이라는 팔찌 매기 축제가 열리곤 했다. 이제는 자주 열리는 축제가 아니지만 팔찌를 매는 풍속은 여전하다. 선라(Sơn La)성 선라(Sơn La)시 후어라(Hua La)면 멍(Mòng) 마을 똥 반 히어 (Tòng Văn Hịa) 할아버지에 따르면 초혼제, 병굿, 장례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노인들과 신생아들의 팔에 팔찌를 묶어 준다고 한다.
"팔찌를 매는 것은 영혼을 묶는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람이 아플 때는 영혼도 약해지기 때문에 잡귀가 해를 가하지 못 하도록 영혼을 잘 묶어 두어야 합니다. 집안에 상이 나면 사자(死者)의 영혼이 산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하늘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팔찌를 묶기도 합니다. 팔찌를 맬 때는 “잘 묶고, 잘 잡고, 집에서 밥을 먹고, 집을 지키며 생선을 먹자”라는 주문을 외웁니다."
팔찌 매기 풍속은 점을 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굿을 할 필요도 없고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평소에 서로에게 해 주곤 한다. 보통 건강을 기원하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해 주거나, 무당들이 의식 당사자에게 해 주거나, 손주들이 아픈 조부모들에게 해 준다. 상황에 따라 외우는 주문도 달라진다.
타이족 어린이들은 누구나 매듭 팔찌를 맨다. |
예를 들어, 돌잔치에서는 무당이 검은 실과 빨간 실을 아이의 손목에 묶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하는 주문을 외운다.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한 경우에는 무당과 친척이 모여 그 사람의 손목에 팔찌를 묶어 주고 기도한다. 이러한 의식은 환자에게 힘을 주기 위함이다. 장례식에서는 조문객들이 유가족의 손목에 하얀 실을 묶어 주고 위로를 전한다. 선라(Sơn La)성 선라(Sơn La)시 허우라(Hua La)면 멍(Mòng) 마을 똥 티 빈 (Tòng Thị Binh) 무당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왼쪽과 오른쪽 손목을 모두 잘 묶어 건강을 기원하는 주문과 잡귀를 물리치는 주문, 그리고 영혼이 언제나 잘 거하기를 기원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팔찌를 묶어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힘을 얻게 되어 병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팔찌 매기 풍속은 이처럼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북서지역 타이 (Thái)족 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를 중시한다.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온 이 풍속은 타이 (Thái)족 공동체의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