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VOVWORLD) - 11월 16일 이른 아침, 하노이시 롱비엔동에 위치한 진무(鎮武, Trấn Vũ, 쩐부 ) 사당은 축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잠에서 깨어났다. 삼문(三門) 앞에는 행렬을 이루는 인파가 사진기를 들고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며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한 지 10주년을 맞은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 ảnh 1       하노이시 롱비엔동에 위치한 진무(Trấn Vũ, 鎮武) 사당에서 교류 프로그램과 줄다리기 공연이 열렸다.                 (사진: 투이띠엔/VOV)

진무 사당 마당에는 북부 지역의 줄다리기 팀들이 모여 각자의 의상 색채가 한데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장관을 이뤘다. 지역 주민들의 환호 속에 각 팀이 차례로 입장했다. 정확히 10년 전 즉 2015년 12월 2일 나미비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베트남 · 캄보디아 · 한국 · 필리핀의 공동 유산인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는 공식적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 사건은 공동체적 유산 네트워크 확장의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유네스코 등재 당시 6개 공동체가 참여했으나 현재 베트남에서는 10개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유산을 보존 · 전승하며 더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연결망을 넓혀가고 있다. 하노이, 박닌(Bắc Ninh), 푸토(Phú Thọ), 라오까이(Lào Cai), 흥옌(Hưng Yên), 닌빈(Ninh Bình) 등 여러 지역에서는 매년 줄다리기 의례가 유지되고 있다. 대나무 · 등나무 · 볏짚으로 만든 줄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를 잇고 마을의 기억을 깨우는 상징이다.

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 ảnh 2각 팀이 현지 주민들의 환호 속에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사진: 투이띠엔/VOV)

진무 사당 유적 소위원장이자 베트남 줄다리기 유산공동체 네트워크 대표인 응오 꽝 카이(Ngô Quang Khải) 씨는 이른 새벽부터 현장에 나와 사당 마당을 돌며 위치를 점검하고 각 팀과 인사를 나눴다. 자부심의 빛을 띤 얼굴로 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라오까이, 빈푹(Vĩnh Phúc), 닌빈, 하노이, 박닌, 흥옌 지역의 줄다리기 공동체가 참여합니다. 지역마다 줄다리기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라오까이는 깨오모(kéo mỏ) 또는 깨오송(kéo song)이라는 줄다리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의미, 같은 줄을 공유합니다. 그것이 대나무이든, 등나무이든, 삼줄이든, 볏짚줄이든 결국은 사람과 공동체, 과거 · 현재 · 미래를 잇는 상징입니다. 서로의 지식과 관습을 배우고 가까워지고,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상 대대로 전승되어 유산이며, 오늘날 가치를 지키고 이어갈 책임과 권한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 ảnh 3           하노이, 푸토, 닌빈, 라오까이에서 온 줄다리기 팀들이 차례로 의식과 줄다리기 놀이를 선보였다.                    (사진: 투이 띠엔/VOV)

카이 씨의 말이 끝날 즈음, 북소리에 맞춰 팀들은 차례로 자리를 잡고 손에 줄을 감고 발을 굳게 디디며 결의에 찬 눈빛을 보였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베트남의 8개 줄다리기 공동체가 참여해 각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하노이시 진무 사당 앉아 끄는 줄다리기, 하노이시 쑤언라이(Xuân Lai) 줄다리기, 하노이시 응아이케 줄다리기, 푸토성 흐엉까인(Hương Canh) 등나무 줄다리기, 박닌성 흐우쩝 줄다리기, 라오까이성 바오냐이(Bảo Nhai) 따이(Tày)족 줄다리기, 푸토성 호아로안(Hòa Loan) 줄다리기, 닌빈성 푸하오(Phú Hào) 마을 줄다리기 포함한다.

바깥마당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민들이 손에 재를 묻혀 마찰력을 높이는 모습, 온 마을이 함께 환호하는 장면, 젊은이들이 줄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었다. 어느 사람 “과거가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마당 한쪽에서는 푸토성 빈타인(Vĩnh Thành)면에서 온 즈엉 반 띤(Dương Văn Tình) 씨가 조용히 짚으로 만든 굵은 줄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축제 줄을 쥐어온 그의 손은 굳은살로 가득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의례가 벌써 년이 넘었습니다. 음력 정월 초나흘부터 여드레까지,딘동(Đình Đông) 서낭당과 딘지엥(đình Giếng) 서낭당 팀이 모두 함께 줄을 당깁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하고, 상도 없어요. 중요한 정과 즐거움입니다. 한국 · 캄보디아 · 필리핀 · 베트남 나라가 함께 정겹고 화합하는 줄다리기 의례를 치르게 되어 우리 마을로서는 영광입니다.”

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 ảnh 4한국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 구은모 회장 (사진: 투이 띠엔/VOV)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만쩌(Mạn Chợ) 팀 청년들이 서로 외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신발이 땅을 치는 소리, 깊게 들이마시는 숨소리, 줄이 끌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생생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만쩌팀의 응우옌 홍 꾸언(Nguyễn Hồng Quân)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진무 사당 줄다리기는 만쩌, 만드엉(Mạn Đường), 만디아(Mạn Đia) 팀으로 구성됩니다. 해마다 음력 3 10일에 열리고 축제 전에는 모두 모여 연습합니다. 팀당 인원이 많기 때문에 한쪽에 보통 18~20명이 들어가야 해서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죠. 고향의 전통 축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매우 자랑스럽고, 앞으로 많은 지역사회, 많은 사람들, 널리 국내외에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올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의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의 참여였다. 신호 북소리가 울리자, 대한민국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회원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친근한 미소로 마당에 들어섰다. 구은모 회장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 줄다리기의 차이는 줄의 재료에 있다. 베트남은 등나무나 여러 재료를 사용하지만 한국은 다양한 재료로 줄을 만든다고 하였다. 그러나 재료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줄다리기를 할 때 각 나라 팀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단합의 정신이라고 했다.

줄다리기: 유산의 무게를 잇는 한 줄의 힘 - ảnh 5베트남, 한국, 필리핀, 캄보디아의 줄다리기 의식과 놀이를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사진: 투이 띠엔/VOV)

올해 행사는 베트남 줄다리기 유산공동체 네트워크 출범식도 겸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는 각 공동체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경험 교류, 행사 조직 방식, 지속 가능한 보존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장을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의례 전수 및 교육, 줄다리기 홍보를 위한 허브로서 더 많은 지역과 국가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나무, 등나무, 볏짚으로 만든 줄이라도 그 길고 굵은 줄에는 늘 특별한 정신적 무게가 담겨 있다. 그리고 진무 사당 마당 한가운데, 돌벽에 울려 퍼지는 축제 북소리 속에서 그 유산은 오늘도 굵은 줄을 사이에 두고 지켜지고, 당겨지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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