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디엔비엔(Điện Biên)성 므엉냬(Mường Nhé)현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하니(Hà Nhì) 소수민족 공동체는 여전히 자민족의 고유한 풍습과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통 대나무 모자는 하니족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품이다.
오랜 옛날부터 므엉냬현 하니족의 삶에는 이 전통적인 대나무 모자가 함께해 왔다. 이 모자는 남녀 모두가 사용하며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피할 때 또는 밭에 가서 일을 할 때 늘 쓰인다. 비를 맞은 모자는 사용 후 부엌 위 선반에 걸어 두면, 금세 마를 뿐만 아니라 부엌 연기에 그을리며 내구성이 높아져 몇 년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니족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품인 전통 대나무 모자 (사진: 똥 득 아인/VOV) |
특히 하니족의 풍습에 따르면 딸이 시집갈 때는 전통 의상을 입고 등에 ‘루꺼(lu cở)’라는 등짐바구니를 메며 반드시 대나무 모자를 써야 한다. 이때 모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엔비엔성 므엉냬현 샌트엉(Sen Thượng)면 샌트엉 마을의 짱 코 뻐(Chang Khò Pớ)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딸이 시집갈 때 부모님은 꼭 대나무 모자를 하나씩 준비해 줍니다. 이 모자는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지참금과도 같습니다. 친정집 문을 나설 때부터 시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자를 쓰고 가야 결혼 예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선물은 아주 소중히 간직되며, 하니족의 전통과 함께 이어지는 것입니다.”
비엣족의 원뿔형 논라 모자와 달리 하니족의 대나무 모자는 작고 둥글며, 모자의 꼭대기부터 테두리까지 약간 휘어진 형태로 대나무 줄기로 엮어 만든다. 이 모자를 만드는 재료는 하니어로 '하끄(hà cừ)'라고 불리는 야생 대나무로 매우 튼튼하고 유연하며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고, 벌레도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짱 짱 신(Chang Chang Sinh) 씨는 디엔비엔성 므엉냬현 샌트엉 마을에서 전통 모자를 엮는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대나무 모자가 하니족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하니족이라면 누구나 어릴 때부터 모자 엮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짱 짱 신 씨 자신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엮는 법을 배워 12살 무렵부터 능숙하게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도 하니족의 전통 모자 공예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족을 위한 용도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수요 또한 문화공연이나 전통춤을 위한 소품으로도 모자를 엮고 있다. 짱 짱 신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모자를 엮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칼을 들고 숲에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서 끝이 부러지지 않은 좋은 대나무를 골라야 합니다. 끝이 부러진 나무는 쪼갤 때 쉽게 부러지고 벌레도 생기기 쉽습니다. 가져온 대나무는 말린 뒤 아주 날카로운 칼로 매끄럽게 다듬어야 합니다. 이 작업이 가장 어렵습니다. 정교함과 정성이 필요하죠. 모자의 안쪽에는 뼈대가 들어가고, 바깥쪽은 촘촘히 엮어 비가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모자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사흘 정도 걸립니다.”
짱 짱 신(Chang Chang Sinh) 씨 (사진: 똥 득 아인/VOV) |
샌트엉 마을에는 약 100가구가 살고 있으며 전원이 하니족 출신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짱 짱 신 씨와 같은 사람들이 전통 모자 공예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짱 짱 신 씨는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청년들을 대상으로 모자 엮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젊은 세대 중에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오면 언제든지 가르쳐 줍니다. 하니족의 전통 모자 만드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저는 온 힘을 다해 가르쳐 줄 것입니다. 함께 우리 민족의 문화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모자 안쪽 (사진: 똥 득 아인/VOV) |
짱 짱 신 씨와 하니족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바람은 전통 모자 공예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밭일을 하거나 산을 오를 때나 신부가 시집에 갈 때마다 이 모자는 늘 하니족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문화로 계속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