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100여 년 전 하노이에 들어온 유럽, 특히 프랑스 건축은 현지 장인들의 손길을 거치며 베트남 고유의 문화적 색채를 품게 되었다.
두 세기를 걸쳐 하노이 사람들과 함께한 프랑스 건축은 하노이인의 생활양식을 담아내며, 활기찬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동시에 고요하고 고풍스러운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저에게 하노이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이른 아침입니다. 저는 이 시간대의 하노이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와지붕, 오래된 페인트, 이끼 낀 흔적이 남은 독특한 옛집들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천천히 발코니로 나와 운동을 하거나 거리의 고요함을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노이만의 매력이죠.”
하노이 시민 팜 호앙 찌엔(Phạm Hoàng Chiến) 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의 눈에 진한 노랑과 옅은 노랑이 어우러진 프랑스식 건물들이 하노이 거리에 특별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그것은 옛 하노이의 고요하고 고풍스러운 멋이다.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의 상징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를 본떠 1911년에 완공되었다. (사진: 꽝 훙/vovgiaothong.vn) |
하노이에는 구시가지와 이른바 ‘프랑스 동네’라 불리는 곳이 있어 수도 건축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많은 건축물이 남아 있다. 100여 년 전 유럽 특히 프랑스 건축이 하노이에 들어왔지만 현지화 과정을 거쳐 ‘인도차이나 건축’으로 자리잡았다. 건물의 구조와 비례는 프랑스식이지만 쇠창살, 철문, 자물쇠, 도자기 손잡이 등 세부 요소들은 서양식을 따랐다. 그러나 장식 방식은 지역 문화와 응우옌 왕조의 전통과 결합했다.
많은 가옥은 국화문양이나 서화, 박쥐와 복숭아 등 동양적 상징이 새겨진 나무 미닫이문을 사용했다. 또 ‘자바오(Gia Bảo, 嘉寶)’, ‘쭝후이(Trung Huy, 中輝)’, ‘롱흥(Long Hưng, 隆興)’과 같은 한문 또는 베트남어 이름과 연호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하노이의 프랑스 건축은 독특한 개성을 이루며, 변화 속에서도 보존되어 오늘날의 하노이 도시 풍경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쩐 후이 아인(Trần Huy Ánh)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노이는 서양식 도시화가 진행된 지 100년이 넘은 도시입니다. 그 100년 동안 각 시기마다 다른 형식과 다른 건축 양식들이 형성되었습니다. 하노이 구시가지와 프랑스 지구의 건축물들은 여러 조각이 모인 퍼즐과도 같지요. 그 안에는 고상함과 세련됨이 있어 우리는 하노이의 미래를 편리함과 발전, 그리고 미적 감각을 동시에 지닌 생활양식으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아쉽게도 많은 아시아 도시들이 도시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가치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식 옛 가옥들은 많은 예술가들의 자료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중 하노이 구시가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이 꽝 키엠(Bùi Quang Khiêm) 화가는 프랑스 건축 양식과 현대 생활이 어우러진 집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목판화는 2018년에 하노이 미술전람회에서 수상했다. 작품에는 고풍스러운 건축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도 바로 옆에서 오토바이 부품 가게를 운영하는 일상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그는 하노이인의 삶을 담은 이 친숙한 옛집들에 대해 연구하고 기록하며 창작할 많은 계획과 꿈을 가지고 있다. 부이 꽝 키엠 화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노이에 구시가지 거리가 없다면 예술가들이 큰 영감을 얻기 어려웠을 겁니다. 부이 쑤언 파이(Bùi Xuân Phái) 화백이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해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분명 잊어버렸을 겁니다. 찐 꽁 선(Trịnh Công Sơn) 작곡가가 ‘그리운 하노이의 가을’(Nhớ mùa thu Hà Nội) 노래에서 노래한 갈색 기와지붕 집들 그리고 푸 꽝(Phú Quang) 작곡가의 ‘하노이 길거리 당신이여’(Em ơi Hà Nội phố) 속에서 서로 기울어져 있는 옛집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이미지들은 다른 도시들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하노이만의 고유한 풍경입니다.”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거리 49번지의 프랑스 저택 (사진: 꽝 훙/vovgiaothong.vn) |
100년의 세월을 견딘 프랑스 건축물들은 이제 다양한 기능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해 시민들이 옛 하노이의 건축과 생활을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중에는 대표적인 사례가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다. 이 건물은 1901년부터 1911년까지 건설되었으며, 파리 가르니에(Garnier) 오페라 하우스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진 고전주의 양식의 프랑스 건축물이다.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는 또한 베트남을 대표하는 공연장 가운데 하나다. 수도의 중요 행사와 학술적 예술공연이 열리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구시가지의 일부 프랑스식 저택들은 보수되어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거리 49번지의 프랑스 저택은 프랑스인 의사의 자택으로, 베트남 장인들의 손에 의해 지어진 ‘정원 빌라’다. 비바람과 세월을 견뎌온 이 석조 건물은 오늘날 옛 하노이의 건축 유산을 보존하는 문화 교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는 하노이 사람들뿐 아니라 베트남과 프랑스 간의 문화 교류도 이루어진다. 프랑스 건축가 엠마 레익스(Emma Reix)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노이의 저택들은 프랑스 농촌의 개인 주택과 닮아 있습니다. 도시 계획망에 따라 지어진 것이 아니라 정원 빌라나 별장 형태였지요. 또 프랑스의 저택들은 지역마다 다른 재료와 형태를 사용했는데 하노이의 저택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동일한 건축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일관성을 지니며, 대부분 석재로 건축된 것이 특징입니다.”
옛 가옥과 저택, 그리고 프랑스 건축물들은 분주한 하노이 도심 속에서 낮게 흐르는 선율처럼 고요하다. 이 공간들을 바라볼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하노이의 삶을 느끼고 이해하며, 이 도시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