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베트남 북단에 위치한 하장(Hà Giang)성에는 안개 낀 계곡을 따라 자리한 마을들이 있고, 그곳에는 자오(Dao)족의 정신적 삶과 정체성에 깊이 뿌리내린 중요한 의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바로 ‘껍삭(cấp sắc) 성인식 의례’이다. 이 의례는 단순한 전통적인 의식에 그치지 않고, 하장성 자오족 공동체의 강인한 문화적 생명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오늘날 이 껍삭 성인식은 통합과 교류의 흐름 속에서 국내외 관광객에게 널리 소개되며 ‘꽃피는 암석지대’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오족 사회에서 남성이 진정한 성인으로 인정받고 가정을 이끌 자격을 갖추며 공동체의 종교 및 의례 활동에 참여하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껍삭 성인식 의례를 거쳐야 한다. 껍삭 성인식은 일반적으로 봄이나 겨울, 농한기에 열리며, 가정의 경제적 여건 · 문중의 규모 ·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3일에서 7일간 진행된다.
자오족 사회에서 남성이 진정한 성인으로 인정받고 가정을 이끌 자격을 갖추며 공동체의 종교 및 의례 활동에 참여하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껍삭 성인식 의례를 거쳐야 한다. (사진:하안/baohagiang.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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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기간 동안 의식을 받는 이는 엄격한 규범을 따르며 제사 의례를 수행하고 도를 배우며 경문을 읽고 등불 행렬을 따라야 하며, 마지막으로 무당으로부터 ‘성명부(성인 부적)’를 수여받아야 한다. 이로써 그는 자오족 공동체에서 공식적으로 성인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게 된다. 꽌바(Quản Bạ)현 꽌바면 넘담(Nậm Đăm) 마을의 마을원로인 리 다이 통(Lý Đại Thông) 촌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보통 10세에서 16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껍삭 성인식을 받습니다. 40세가 되어도 이 의례를 치르지 않은 남성은 여전히 아이로 여겨집니다. 이 나이가 되면 이미 너무 늦었기에 저희 조상님들께서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고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껍삭 성인식은 신성함이 깃든 의례일 뿐만 아니라 문중 전체가 모이는 뜻깊은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화려한 전통 의상, 춤, 북소리, 전통 악기 캔의 소리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장엄하면서도 다채로운 문화적 공간을 창조한다. 이 의식은 단지 한 남성의 성장을 알리는 절차가 아니라 조상과 신령 그리고 민족 고유의 깊은 가치들과 다시 연결되는 신성한 여정인 것이다.
보통 10세에서 16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껍삭 성인식을 받다. (사진: 하안/baohagiang.vn) |
사회통합의 흐름 속에서 많은 전통적 가치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자오족의 ‘껍삭 성인식 의례’는 상업화되지 않고 변질되지 않은 채 본래의 형태를 지키며 민족 정체성의 지속 가능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자오족이 이 의례를 지키는 것이 곧 뿌리를 지키는 것이며, 전통을 지켜내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장성 꽌바현 꽌바면 넘담 마을 촌장이자 마을 어른인 리 다이 통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오족에게 있어 껍삭 성인식 의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 중요한 의식을 절대 생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의식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가문의 혈통을 잇는 책임을 가르치고 조상과 신령을 모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르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곧 껍삭 성인식을 앞두고 있는 리 타인 푹(Lý Thanh Phúc) 씨는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나눴다.
“성인식 의례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시집을 가니까 그렇다 치지만, 남자들은 가문의 혈통을 잇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꼭 받아야 합니다. 성인식을 치르면 모든 것이 더 나아지고, 나 자신도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이 의식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해서 지금은 많이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언젠가 베트남의 소수민족 문화를 이해하고 싶고 그 깊은 정신적 가치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한다면 하장성을 찾아 자오족의 마을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사진:하안/baohagiang.vn) |
이처럼 종교적 전통 의례였던 껍삭 성인식은 이제 자오족이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문화적 다리로 기능하고 있다. 담백하면서도 자부심 가득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장이 된 것이다. 특히 하장성에서도 자오족이 많이 거주하는 꽌바현에서는 껍삭 성인식이 정기적으로 거행되며, 지역 문화 관광 행사나 지역사회 기반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 독특한 의식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오족 전통 의상을 입어보거나 무당의 설명을 들으며 의례의 절차를 이해하고 껍삭 성인식 제례 음식까지 함께 즐기며 더욱 깊이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하장성 관광진흥센터의 당 꾸옥 스(Đặng Quốc Sử) 소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장성의 기본적인 관점은 문화적 가치를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관광산업은 문화와 유산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자오족의 껍삭 성인식은 매우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것이 공동체 내에서 한 인간의 성장을 인정받는 의식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언젠가 베트남의 소수민족 문화를 이해하고 싶고 그 깊은 정신적 가치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한다면 하장성을 찾아 자오족의 마을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며 공동체가 정성을 다해 지켜온 ‘껍삭 성인식 의례’라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에 몸과 마음을 맡겨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