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1945년 8월 혁명의 성공으로 갓 탄생한 베트남 민주공화국은 곧바로 1946년부터 1954년까지 9년에 걸친 프랑스 침략에 맞선 장기 항전으로 들어섰다. 같은 시기 막 설립된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은 비록 장비와 여건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간부, 기자, 아나운서, 기술자 모두가 혼신을 다해 전파를 지켜냈다. 이를 통해 당과 호찌민 주석 그리고 항쟁의 목소리를 널리 전파하여 베트남 군민의 정신을 북돋우고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려는 결의를 굳건히 했다.
1946년 12월 항쟁 준비의 기운이 온 나라를 휩싸고 있었다. 하노이에서의 분위기는 팽팽히 긴장된 활시위와 같았다. 12월 19일 아침 프랑스는 베트남 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내어 자위대의 무기를 몰수하고 모든 항쟁 준비 활동을 중단할 것과 도시 치안 유지 권한 이양을 요구했다.
과거 VOV의 방송 전파 시스템 |
1946년 12월 19일 저녁 8시 하노이의 불빛이 꺼지고 랑(Láng) 포대에서 대포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다이라(Đại La) 거리 128C 전신국에서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 아나운서 즈엉 티 응언(Dương Thị Ngân) 여사는 “하노이에서 대포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전국 항쟁이 시작되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당시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 쩐 득 누오이(Trần Đức Nuôi) 전 편집비서부장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1946년 12월 19일 밤 전국 항쟁 명령이 내려졌고 랑 포대에서 대포가 울릴 때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은 항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그 순간 온 나라가 봉기하여 싸움에 나섰습니다. 박마이(Bạch Mai) 방송소가 파괴되어 항쟁에 들어갈 때 즈엉 티 응언(Dương Thị Ngân) 아나운서는 ‘내일 아침 6시에 다시 뵙겠습니다’라며 전국의 동포와 전사 그리고 청취자들에게 인사를 남겼습니다.”
쩜(Trầm) 사원은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의 첫 피난처였다. 이곳에서 1946년 12월 20일 아침 6시 정각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은 호찌민 주석의 ‘전국 항쟁 호소문’을 송출하였다. 이는 방송국이 민족과 함께 장기 항쟁의 길을 동행한 역사적 출발점을 기록한 것이었다.
또한 쩜 사원에서 1947년 1월 21일 밤에 호찌민 주석은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 간부와 직원들을 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국민과 해외 교포 그리고 전선에 있는 전사들에게 새해 인사 시(詩)를 낭독하였다.
“금성홍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항전의 나팔소리 강산에 울려 퍼진다.”
이 시는 항전과 승리의 장엄한 서사시로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이 처음으로 직접 방송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그날 밤 호찌민 주석은 쩜 사원의 주지 스님에게 “항전필승 건국필성(抗戰必勝 建國必成)”이라는 대련을 써서 선물하였다. 현재 이 귀중한 유물은 하노이 꽌스(Quán Sứ)거리 58번지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 전통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의 전 아나운서이자 프로그램 조정부장을 지낸 언론인 쩐 꾸이 뚜옌(Trần Quý Tuyên)은 방송국을 위해 직접 이 유물을 찾아낸 인물로,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베트남의 소리 라디오 방송국이 유물을 수집하던 당시, 호찌민 주석께서 친필로 남긴 붓글씨 대련을 직접 손에 들었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에 맞선 항쟁이 시작된 초기에 호찌민 주석께서는 이미 항쟁의 필승을 굳게 믿고 계셨던 것입니다.”
옛날에 찍힌 일하는 한 VOV 기술자의 모습 |
1946년부터 1954년까지 9년 동안 이어진 장기 항쟁 내내 호찌민 주석의 당부처럼 베트남의 소리는 결코 멈추지 말라는 사명을 지키기 위해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은 무려 14차례나 피난을 거듭하며 전파의 안전을 지켜냈다. 피난지의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베트남의 소리 방송은 중단 없이 이어졌다. 방송국의 보도와 프로그램은 전 민중을 격려하고 단결시켜 최종 승리를 향해 나아가도록 했으며, 그 정점은 전 세계를 울린 1954년 5월 7일의 디엔비엔푸 대승리였다.
승리의 보도들이 전해지며 하나의 장대한 개선가로 울려 퍼졌다. 타이응우옌(Thái Nguyên)성에 사는 응우옌 꾸언(Nguyễn Quân) 참전용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모든 것은 항쟁을 위해, 승리를 위해 바쳐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전선에서 오는 승전보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힘들고 고난스러운 항쟁 속에서도 ‘여기는 베트남의 소리입니다’라는 방송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 깊이 항쟁의 성공에 대한 믿음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조국의 부름은 베트남의 소리 방송 전파를 타고 울려 퍼져 민족의 목소리가 되었고 그것은 곧 산하의 외침이자 겨레의 신념이었다. 긴 고난의 여정을 넘어 마침내 베트남은 전승의 날을 맞이하였고, 강산은 하나로 이어져 남과 북이 한 집안처럼 상봉하게 되었다.
1945년 9월 7일 베트남의 소리 방송국이 첫 뉴스를 송출한 역사적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80년이 흐른 지금 베트남의 소리는 민족의 역사와 늘 함께 걸어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