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는 단순히 외교적 사건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 문화의 실타래로 엮인 신비로운 인연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국제 문화 교류가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베트남과 한국의 영화 협력은 역사와 인문주의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특히 특별한 운명을 지닌 역사적 인물인 이용상(Lý Long Tường, 李龍祥) 왕자의 생애를 양국이 공동으로 재현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전달을 넘어, 시대를 초월한 베트남과 한국 간 우정과 깊은 인연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한다.
1992년 수교 이래 약 33년간,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해 왔다. 양국은 경제 분야의 주요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점차 늘어나는 베트남‧한국 다문화 가정을 통해 양국 우정의 ‘달콤한 열매’를 맺으며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 간의 굳건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이미 ‘가족’이 된 베트남과 한국의 인연을 강조하고자, 주정수 프로듀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재미 홀딩스(Jammy Holdings) 유한회사는 역사 영화 프로젝트인 ≪잊혀진 왕자의 전설≫을 추진 중이다.
이 영화는 베트남과 한국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 이용상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용상 왕자는 1174년에 태어나 리(Lý, 李) 왕조의 6대 왕인 리 영종(1138~1175년 재위)과 현비 레 미 응아(Lê Mỹ Nga)의 일곱째 아들이다. 그는 리 고종(1175~1210년 재위)의 동생이자 리 혜종(1211~1224년 재위)과 리 소황(1224~1226년 재위)의 숙부이다. 리 왕조 시절 그는 해군대도독을 비롯한 여러 중요 직책을 역임했다. 쩐(Trần, 陳) 왕조가 권력을 잡자, 이용상 왕자는 가족과 관리들을 이끌고 대월(Đại Việt, 大越)국을 떠나 세 척의 대형 함대를 이끌고 동해로 출항했다. 그들의 항해는 바다 위를 표류하며 폭풍을 만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고려 서해안(현재 조선인민공화국(이하 조선) 서북부)의 황해도 웅진에 도착했다.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도착했을 때, 고려 고종이 큰 봉황새가 남쪽에서 날아와 자신의 나라에 앉는 꿈을 꾸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월에서 왕자가 표류해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종은 지방 관청에 따뜻하게 영접하고 이용상과 그의 수행원들이 황해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고종은 그에게 식읍을 내리고 화산군(花山君)이라는 칭호를 내리며 특별한 예우를 베풀었다. 이후 이용상 왕자는 몽골군의 고려 침략을 격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주정수 프로듀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주정수 프로듀서 |
“52세에 오셨는데 79세에 한국(당시 고려)군 장군이 돼요. 화산군의 총사령관이 되어서 그때 몽골이 한국을 많이 침략했었어요. 다섯 번째 침략 때, 화산군 총사령관으로 몽골을 물리치게 됩니다. 고려 백성들을 구해줘요.”
이용상 왕자는 용맹한 장군일 뿐만 아니라 고려 화산 이씨(花山 李氏)의 시조이기도 하다. 고려에 도착한 후 그는 두 아들을 두었고, 그로부터 과거 대월과 고려, 그리고 현재의 베트남과 한국, 조선(조선인민공화국) 간 관계의 초석을 다진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주정수 프로듀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역사 영화를 넘어, 문화, 특히 ‘가족’이라는 요소를 통해 양 민족 간의 굳건한 유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도에 베트남 영화협회 회장님이 “이용상 왕자라는 분이 계시는데 이 분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실은 저는 처음 알았어요, 이용상 왕자에 대해서. 그래서 “정말 이거 흥미롭고 놀라운 소재다”(라고 생각을 했죠). 2017년도부터 이용상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온 지) 10년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제가 느끼는 문화적 공통점은 아주 똑같은 하나가 있어요. 그것이 뭐냐면 한국과 베트남의 공통점은 가족애, 가족에 대한 사랑, 가족애입니다.”
주정수 프로듀서에 따르면, 역사와 지정학적 격변을 뛰어넘어 화산 이씨는 베트남과 한국 사이의 살아있는 혈연적 연결고리이다. 이 가문의 형성 및 지속적인 존재와 더불어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뿌리를 찾아 베트남 정부의 인정을 받는 것은 독특하고 영속적인 역사적 유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대 국가 관계보다 먼저 존재했던 특별한 형태의 ‘민간 외교’라고 볼 수 있다.
“1992년에 우리 나라(한국)랑 베트남이랑 수교를 했어요. 우리가 2025년에 33년인데, 우리는 33년이 아니다. 1226년부터 내년에 딱 800년이 되거든요. 우리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사실에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시나리오를 함께 토론하는 주정수 프로듀서와 이창석 재미 홀딩스 부대표 |
관객들에게 가장 예술적이고 인상적인 영화를 선사하기 위해, 베트남과 한국 제작진들은 이 의미 있는 역사 영화의 촬영을 위한 마지막 단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딘 뚜언 부(Đinh Tuấn Vũ) 감독, 레 득 아인(Lê Đức Anh) 작가와 같은 젊은 감독과 작가들의 참여는 다양한 관객,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새로운 접근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정수 프로듀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목표는 베트남의 최초 1000만 관객이 목표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젊은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 관객층이에요. 또 우리 스토리는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그런 감동적인 영화가 될 겁니다. 그래서 다른 층도 볼 수가 있고. 우리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개봉할 때 되면 학생들이 교육적 측면에서도 베트남의 역사와 한국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겁니다.”
변우민 배우 |
특히 이 영화에는 베트남과 한국 영화계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중 베트남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베테랑 배우 변우민이 눈에 뛴다. 그는 몽골의 침략에 맞서 고려 백성을 이끄는 시기의 이용상 장군 역을 맡을 예정이다.
깊은 역사적 중요성과 문화적 의미를 지닌 이용상 왕자 영화 프로젝트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베트남‧한국 관계에도 큰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약 800년 전 한반도에 정착한 베트남인의 이야기는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의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공동으로 발굴해 내는 것으로, 이는 단순한 조상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넘어, 문화가 양국 간 우정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양국 영화의 협력은 탄탄한 시나리오부터 뛰어난 연기력, 현대적인 기술까지 어우러져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베트남과 한국 간 더욱 의미 있는 영화 및 문화 협력 프로젝트의 문을 열어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