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32회: 투옥박(Thuốc Bắc) 거리

(VOVWORLD) - 최근 새로 통합된 호안끼엠(Hoàn Kiếm)동 내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에 자리한 투옥박 거리는 약 330미터 길이로 뻗어 있습니다. 항마(Hàng Mã) 삼거리에서 시작하여 항까(Hàng Cá)-로렌(Lò Rèn) 사거리, 란옹(Lãn Ông)-항바이(Hàng Vải) 사거리를 가로지르고, 항붓(Hàng Bút), 항팬(Hàng Phèn) 삼거리를 지나 항보(Hàng Bồ)-항티엑(Hàng Thiếc)-밧단(Bát Đàn) 사거리까지 이어집니다.

경민: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하고,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베트남! 베트남의 거리마다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시간,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이 시간 함께할 베트남 역사와 문화에 푹 빠진 한국인, 염경민입니다. 

홍응옥: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경민 씨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릴 ‘설명봇’, 베트남 MZ 기자 홍응옥입니다. 

경민: 네,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인 흔적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독특한 향기를 간직한 거리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바로 투옥박(Thuốc Bắc) 거리입니다.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32회: 투옥박(Thuốc Bắc) 거리 - ảnh 1

홍응옥: 최근 새로 통합된 호안끼엠(Hoàn Kiếm)동 내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에 자리한 투옥박 거리는 약 330미터 길이로 뻗어 있습니다. 항마(Hàng Mã) 삼거리에서 시작하여 항까(Hàng Cá)-로렌(Lò Rèn) 사거리, 란옹(Lãn Ông)-항바이(Hàng Vải) 사거리를 가로지르고, 항붓(Hàng Bút), 항팬(Hàng Phèn) 삼거리를 지나 항보(Hàng Bồ)-항티엑(Hàng Thiếc)-밧단(Bát Đàn) 사거리까지 이어집니다.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32회: 투옥박(Thuốc Bắc) 거리 - ảnh 2

경민: 투옥박 거리의 대부분은 옛 토쓰엉(Thọ Xương) 현, 띠엔뚝 총(이후 투언미(Thuận Mỹ) 총으로 개칭)의 동타인(Đông Thành) 지역에 속해 있었습니다. 투옥박이라는 이름은 수세기 전부터 이 거리의 중간 지점에 베트남인 말로 북 나라인 중국 전통 한약방이 밀집해 있었던 데서 유래되었는데요. 당시 사람들은 베트남 토착 약재를 사용하는 ‘투옥남(Thuốc Nam)’ 즉 남쪽 나라인 베트남의 약재와 구별하기 위해 북쪽 나라인 중국 약재를 ‘투옥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곳에서 약재를 팔던 상인들은 대부분 약재 무역으로 유명했던 다응으우(Đa Ngưu) 마을 출신이었고, 하노이로 나와 생업을 이어갔습니다. 이곳의 가게들은 대부분 친척이나 같은 마을 주민들끼리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손님의 처방전에 있는 약이 부족하면 서로 약재를 빌려 팔았고, 덕분에 많은 자본 없이도 장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홍응옥: 현재의 투옥박 거리는 과거 여러 작은 거리들이 합쳐져 형성되었습니다. 옛날에는 항코아(Hàng Khóa) 거리, 항삿(Hàng Sắt) 거리, 항아오꾸(Hàng Áo Cũ) 거리, 투옥박 거리, 항바이텀 거리, 그리고 항붓(Hàng Bút) 거리가 있었습니다.

거리의 초입, 항마 거리와 만나는 곳은 항코아 거리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대장장이가 만든 쇠자물쇠나 풍코앙(Phùng Khoang) 마을(하이흥(Hải Hưng)성)의 구리 세공인이 주조한 자물쇠를 파는 상점들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둥근 철근, 철 파이프, 철판 등 다양한 종류의 철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자물쇠를 팔던 상점들이 철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항코아 거리는 항삿(Hàng Sắt) 거리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항삿 거리와 이어지는 곳은 항아오꾸 거리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사용하던 헌 옷과 미리 재봉된 이불, 커튼 등을 사고팔았습니다. 특히, 잔치나 경사로운 날 부유한 집안에서 비단으로 지은 손님용 옷들을 행사가 끝난 후 이곳에서 팔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곳에서는 전통 연극인 뚜옹(Tuồng)과 쩨오(Chèo)의 무대 의상, 그리고 얼머전에 저희가 소개드렸던 베트남의 어머니를 모시는 신앙 ‘머우(Mẫu)’ 신앙의 허우동(hầu đồng) 의례에서 입는 예복인 칸쩌우(Khăn Chầu)와 아오응으(Áo Ngự) 등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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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 항아오꾸와 이어지는, 항바이 사거리부터 항붓 삼거리까지의 거리는 바로 항투옥박 거리입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가공되지 않은 생약재를 판매했는데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향긋한 한약재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항투옥박 거리에서 항팬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곳은 항바이 거리인데, 이는 ‘항바이텀’(Hàng Vải Thâm) 즉 진한 색 천 거리으로 불리며 현재의 항바이너우(Hàng Vải Nâu) 즉 갈색 천 거리와 구분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폭이 약 두 뼘 정도 되는 넓은 천을 판매했는데, 주로 브어이(Bưởi) 지역의 수공예 직조틀에서 생산된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리의 끝부분은 항붓 거리로, 이곳에서는 붓과 옛날 문구류, 즉 벼루, 먹, 종이 등을 팔았습니다. 벼루는 선떠이(Sơn Tây) 산악 지역에서 가져왔고, 먹은 중국에서 수입하거나 끼에우끼(Kiêu Kỵ) 마을에서 생산했으며, 종이는 브어이 지역에서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하노이시 당국은 이 짧은 네다섯 개의 거리 구간을 하나로 합쳐 긴 직선 도로를 만들고 항투옥박 거리라고 명명했습니다. 베트남이 독립을 쟁취한 후, 혁명 정부는 이를 줄여서 투옥박 거리라고 불렀고, 이 이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응옥: 역사 속에서 투옥박 거리는 프랑스 항전 초기, 하노이 수도의 군민들이 굳건하고 용맹하게 싸웠던 격전지였습니다. 항바이 거리, 항붓 거리와 함께 투옥박 거리는 1호 연합구에 속한 동타인(Đông Thành) 지역을 형성했습니다. 1947년 1월 16일 밤, 바로 이 항바이, 항붓, 투옥박 거리에서 동타인 지역의 자위대가 용감하고 굳건하게 싸워 소총으로 적의 첫 비행기를 격추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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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 오늘날, 투옥박 거리는 여전히 북적이는 상업 거리입니다. 거리의 건축물은 구식과 신식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20세기 전반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들도 일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투옥박 거리의 한약재 판매업은 거의 사라지고 인근 란옹 거리로 옮겨갔습니다. 현재 투옥박 거리의 주요 품목은 자물쇠, 기계 도구, 금고, 가정용 스테인리스강 등 금속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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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는 고풍스러운 사당이나 사찰은 없지만, 87번지라는 유명한 장소가 있습니다. 이 건물 안쪽 골목에는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이곳은 고(故) 화가 부이 쑤언 파이(Bùi Xuân Phái)가 수십 년 동안 ‘포 파이(Phố Phái)’ 즉 파이의 거리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했던 곳입니다. ‘포 파이’는 하노이 옛 거리에 대한 기억과 연결된 그림들을 일컫는 말이죠. 

홍응옥: 잠시 화가 부이 쑤언 파이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부이 쑤언 파이(Bùi Xuân Phái, 1920-1988)는 베트남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분입니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화가일 뿐만 아니라, 평생을 바쳐 옛 하노이의 깊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그려낸 예술가로 유명합니다. 특히 하노이 옛 거리를 담은 일련의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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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프랑스 항쟁에 참여했으며, 이후에는 하노이 시립 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부이 쑤언 파이 화가의 그림은 자유분방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차분하고 응축된 색채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의 그림 속 거리는 슬프고 낡았으며 조용하지만, 언제나 그리움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마치 하노이 사람들의 영혼과도 같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늘날 투옥박 거리 87번지에 위치한 그의 옛집을 방문하시면,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옛 하노이의 건축 공간을 직접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경민: 그리고 하노이 구시가지의 다른 거리들과 마찬가지로, 투옥박 거리 또한 오늘날 호텔, 여행사, 음식점, 카페 등으로 변모하여 관광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 거리에는 작은 전통 시장인 항마 시장도 있어서, 하노이의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홍응옥: 네, 벌써 아쉽지만 오늘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베트남을 알아가는 여정에서 특정 지명이나 거리 이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VOV5 한국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나 팬페이지에 댓글을 남겨 주세요. 또는 이메일 vov5.korea@gmail.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민: 청취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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