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동아시아에서 유교의 많은 영향을 받아온 베트남과 한국은 ‘정이 많다’는 점, 특히 가족에 대한 정이 깊다는 공통점을 지닌 나라로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따뜻한 정’에 대한 공통점이 양국 관계를 정치·경제·문화는 물론 영화 분야까지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최근 개봉한 한·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가족애를 소재로 베트남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흥행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2년 개봉된 한국 영화 〈이공삼칠〉을 연출한 모홍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베트남과 한국 제작진이 함께 참여한 이번 작품은 길거리 이발로 생계를 꾸려가는 청년 호안(Hoan, 배우 뚜언 쩐‧Tuấn Trần)과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 레 티 하인(Lê Thị Hạnh, 배우 홍다오‧Hồng Đào) 여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알츠하이머(Alzheimer)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극에 따뜻하면서도 먹먹한 울림을 더한다. 극중 어머니 캐릭터는 한국에서 지내던 시절을 늘 그리워하며, 오래도록 떨어져 지낸 맏아들과 재회하기 위해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편 호안은 하루하루 생계를 겨우 이어가며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답답함과 숨 막힘을 느낀다. 이러한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안은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이복형에게 어머니를 맡기고자 한국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홍 다오, 뚜언 쩐, 럼 비 자(Lâm Vỹ Dạ), 빈 러우(Vinh Râu), 하이 찌에우(Hải Triều), 줄리엣 바오 응옥(Juliet Bảo Ngọc) 등 베트남 배우들과 베트남 관객들에게 익숙한 한국 배우 정일우, 고경표가 함께 출연한 이번 작품은 올해 극장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8월 초 개봉한 이 영화는 베트남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숭고한 모성애를 담은 인상적인 장면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효와 개인의 열망, 가족애와 생계 사이의 모순에 대해 고민과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전히 제3회 다낭 아시아 영화제(DANAFF)의 여운이 남아 있고 베트남과 한국의 우호 관계를 증언하는 곳인 다낭에서 이 영화는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 관람 후 소감을 나누며, 레 티 프엉 우옌(Lê Thị Phương Uyên)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에게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사회 속 인간의 삶을 보여 주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성애와 희생을 다룬 영화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영화의 전개 자체가 저에게는 아주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두 나라의 배경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베트남 관객들에게는 친근한 느낌을 주었고, 동시에 베트남 영화계에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영화의 포스터 |
영화의 성공을 이루는 데에는 감동을 자극하는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 역을 맡은 홍 다오 배우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엉 우옌 씨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는 특히 홍 다오 배우가 연기한 하인 어머니 역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홍 다오는 베테랑 예술가로서, 이와 같은 배역을 맡은 경험이 매우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 가장 깊은 곳까지 울림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뒤 특히 마지막 장면에 깊은 감동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노이 관객 풍 녓 하인(Phùng Nhật Hạnh) 씨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사실 그 장면이 꽤나 놀라웠고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이 그런 결말을 내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 결말은 꽤 괜찮았지만, 동시에 조금은 허탈한 느낌도 남겼습니다.”
SNS 상에서는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결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는 관객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열린 결말이기도 하다. 영화를 관람한 소감을 나누며, 응우옌 티 르 하인(Nguyễn Thị Lữ Hạnh) 씨는 호안 캐릭터가 겪는 내적 갈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늘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호안 역시 영화 전반에 걸쳐 이 두 성격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결국 선한 면이 승리했고, 등장인물들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일부 관객들은 젊은 시절의 레 티 하인(줄리엣 바오 응옥 분)과 남편(정일우 분) 캐릭터의 분량이 충분하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관객 다오 응옥 닷 (Đào Ngọc Đạt)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젊은 시절 어머니 캐릭터의 분량이 조금 더 길었더라면 배우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이 영화는 저에게 완벽했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민족의 중대한 기념일들을 맞이한 분위기 속에서, 영광스러운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잇달아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특유의 매력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 영화는 매출 1,500억 동(약 79억 원)을 돌파했으며, 오는 8월 말까지 계속 상영될 예정이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도 제작진의 성과를 보도하며, 연말 한국 개봉 시 한국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나타냈다.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성공은 향후 베트남과 한국 간 영화·문화 분야 협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