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허우동 – 한국 굿, 양국의 독특한 정신문화유산

(VOVWORLD) - 허우동(hầu đồng)은 ‘허우봉’(hầu bóng) 또는 ‘동봉(đồng bóng)’이라고도 불리며, 베트남의 민간신앙인 다오머우 (Đạo Mẫu, 여성 신을 모시는 신앙)에서 땀푸(Tam phủ), 뜨푸(Tứ phủ)를 모시는 신앙과 득타인쩐(Đức Thánh Trần·베트남 민족 영웅을 신격화한 존재)을 숭배하는 전통에서 수행되는 하나의 영적 의식이다. 2016년, 유네스코는 ‘베트남인의 땀푸 신앙과 풍습’을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공식 등재했다.
베트남 허우동 – 한국 굿, 양국의 독특한 정신문화유산 - ảnh 1땀푸 모신 신앙 [사진: 베트남 문화유산협회]

허우동 의례는 베트남 민간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모신(母神) 신앙에서 유래하였다. 이 신앙은 우주의 여러 요소를 상징하는 성인과 신령을 숭배하는 형태로, 특히 16~17세기 북부 베트남에서 활발히 발전했다. 허우동은 간단히 말해, 신이 남성 또는 여성 영매에게 빙의하여 인간과 소통하는 의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의식을 통해 참여자들은 신의 계시를 받고, 액운을 물리치며, 병을 치유하고, 복과 재물을 받는다고 여긴다. 허우동 의식를 주관하는 영매는 ‘타인동 (Thanh đồng)’이라 불리며, 이 의례는 주로 사당, 영묘, 신전 등 특별한 제의 공간에서 거행된다.

허우동 의례는 음악, 무용, 시가, 전통 의상이 어우러진 베트남 고유의 민속 예술 형식으로 평가받는다. 각 ‘자허우’(giá hầu, 신령 강림의 단계)마다 타인동은 민간 신앙 속의 신령을 연기하며,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복을 내리며, 부정한 기운을 해소해 신도와 제자들의 평안을 기원한다.

베트남 허우동 – 한국 굿, 양국의 독특한 정신문화유산 - ảnh 2베트남 허우동 의례 [사진: 베트남 문화유산협회]

이 의례에 대해 설명하며, 베트남 민간신앙문화 연구보존센터 소장 응오 득 틴(Ngô Đức Thịnh)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오머우(모신 신앙)에서는 의례 진행자가 착용하는 의복이 매우 화려하며, 기본적으로 네 가지 색으로 구성됩니다. 붉은색은 하늘, 노란색은 땅, 초록색은 산과 숲, 흰색은 물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성스럽고도 흥겨운 분위기의 영적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신령의 존재를 느끼며, 색채와 형상, 소리, 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내면 깊숙한 감정이 해소되기도 합니다.”

2016년, 유네스코는 ‘베트남인의 땀푸 신앙과 풍습’을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공식 등재했다. 이는 허우동 신앙의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현재 허우동 의례는 북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베트남 전역은 물론, 해외 베트남 교민 사회에도 널리 확산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허우동과 관련된 이미지는 베트남 예술가들의 공연 예술 무대나 창작 활동 속에 접목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많은 관심과 높은 조회수를 얻고 있다.

흥미롭게도, 또 다른 동아시아 문화권인 한국에도 ‘굿’이라고 불리는 유사한 의례가 존재한다. 이 의례는 무당이 주관하는데, 과거에는 여성 법사를 지칭했지만 현재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무속인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베트남의 허우동 의례와 마찬가지로 굿은 인간과 신령, 조상의 영혼, 토착 신들 사이를 잇는 영적 매개 의례로 간주된다. 무당들은 북, 징, 오색 깃발, 제물 등 다양한 도구와 함께 전통 음악과 의례복, 신성한 춤을 통해 굿 의식을 진행한다.
베트남 허우동 – 한국 굿, 양국의 독특한 정신문화유산 - ảnh 3사진: 중앙일보

신령 체계에 있어 두 신앙에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이 어머니 신(Mẫu)과 민족의 성인들을 숭배하는 반면, 한국은 조상 숭배와 토착신에 대한 신앙이 중심을 이룬다. 한편,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의 무당과 베트남의 타인동은 모두 ‘근기가 있고 운명을 타고난 사람’, 즉 신령에게 선택받은 영적 사명을 지닌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례 중에 반의식 상태에 들어가 초자연적 세계로부터의 메시지를 받아 전한다. 이러한 유사성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부터 보호와 인도를 구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깊은 정신적 전통을 잘 보여준다.

외교 아카데미 한국학과 3학년 부이짱(Bùi Trang) 학생은 이 흥미로운 유사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민속 문화를 공부하면서 베트남의 모신 신앙과 비교해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나라는 역사적 배경과 종교가 다르지만, 허우동과 굿은 모두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민속적인 영적 형태입니다. 허우동과 굿을 상호문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은 유산 보존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두 민족의 정신적 뿌리로부터 상호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허우동 – 한국 굿, 양국의 독특한 정신문화유산 - ảnh 4사진: 중앙일보

허우동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베트남인의 정신적 삶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적 거울이다. 세계화로 인해 문화 간 교류와 융합이 심화되는 오늘날, 허우동을 유사한 신앙 형태들과 비교하고 연구하는 것은 베트남인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문화와의 깊이 있고 평등한 문화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를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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