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VWORLD) - 터널: 어둠 속의 태양’의 성공에 이어, 베트남 관객들은 역사와 전쟁을 주제로 한 또 하나의 걸작 ‘붉은 비’ (베트남어 제목: Mưa đỏ·므어 또)를 감상하게 됐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21일,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독립 기념일 80주년을 맞아 개봉됐으며,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타익한(Thạch Hãn)강 따라 배는 조심히 저어가소서
강바닥엔 아직 내 벗이 누워 있어
스무 살 청춘이 물결로 변하여
천년을 강가에 잔잔히 일렁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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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대미항전 당시, 1972년 6월 28일부터 9월 16일까지 단 81일 밤낮 만에, 베트남 남-북을 갈라놓은 17도선 비무장지대가 있던 꽝찌(Quảng Trị) 땅은 세계 전쟁사에서 유례없는 32만8천 톤의 폭격을 견뎌야 했다. 각 전투원 한 명당 평균 폭탄 100발과 포탄 200발이 쏟아졌고, 타익한 (Thạch Hãn) 강에는 수천 명의 젊은 전사들이 영원히 잠들게 되었다. 그 모든 희생은 파리 (Paris) 평화협정 외교 전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역사적 배경 속에서 지난 8월 21일 공개된 영화 ‘붉은 비’는 피로 물든 가장 긴박한 시절을 생생하게 그려낸 베트남 군민의 영웅 서사시라 할 수 있다.
'붉은 비' 영화 포스터 |
이 영화는 베트남 인민군 중령이자 베트남 우수예술가 당 타이 후옌 (Đặng Thái Huyền) 이 감독을 맡았고, 쭈라이(Chu Lai)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또한, 도 녓 호앙 (Đỗ Nhật Hoàng), 레 하 아인 (Lê Hạ Anh), 스티븐 응우옌 (Steven Nguyễn) 등 배우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붉은 비〉는 음악아카데미 재학중인 대학생 부 끼엔 끄엉 (Vũ Kiên Cường, 배우 도 녓 호앙/Đỗ Nhật Hoàng)이 자원 입대 후 꽝찌 전장에서 겪는 군 생활을 그려낸 작품이다. 전선에 도착한 끄엉은 K3 땀선 (Tam Sơn) 대대 1분대에 배치되어 분대장 따 (Tạ), 부분대장 샌 (Sen), 그리고 병사 빈 (Bình), 뚜 (Tú), 하이 (Hải), 떤 (Tấn) 등 전우들과 함께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용맹히 싸우며 꽝찌 고성을 사수했고, 그들의 희생은 파리 평화협정 협상에서 베트남 대표단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감동적인 서사와 예술적 카메라 워크,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어우러지며 ‘붉은 비’ 영화는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영 내내 곳곳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시사회에서 꽝찌 고성(古城) 전투의 참전용사 응우옌 반 허이 (Nguyễn Văn Hợi) 대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응우옌 반 허이 참전용사 (출처: 인민 전자신문) |
“제 전우들은 꽝찌 고성(古城)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아마도 크게 만족하며 미소 짓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50년이 넘은 지금, 국가가 이처럼 웅장한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때의 당사자들은 이 영화를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을 다잡을 수 없으며, 눈물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성 안에 누워 있는 전우들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선배 세대의 불꽃 같던 시절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오늘날 젊은 세대들의 마음까지도 울리고 있다. 영화에 대한 소감을 전하며 관객 도 민 프엉 (Đỗ Minh Phương)씨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저는 원래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불과 5분 만에 벌써 많이 울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붉은 비’를 다 보고 나니, 젊은 군인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청춘을 바치고, 목숨조차 아끼지 않으며 조국의 독립과 자유, 평화를 지켜낸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1972년, 전쟁이 날로 격화되던 시기, 하노이의 수많은 대학생들이 자원하여 군에 입대하였다. 심지어 16~17세에 불과한 소년들까지도 자원하여 전선에 나섰다. 이 장면이 영화에 담기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희생해야 했던 전사들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민 프엉 씨는 이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가장 인상 깊고 마음을 울린 장면은 제1분대 대원들이 차례로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어린 소대원은 불과 16세, 17세 정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기소개에서 아직 고등학교를 다 마치지 못했고 졸업장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옛 선열들은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전쟁을 향한 용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피로 지원서를 써가며 전투에 참여했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20세기의 불꽃 같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선열들은 젊음을 바쳐 독립을 쟁취하고, S자 형상의 국토와 피와 살처럼 소중한 외딴 섬들까지 온전히 통일하기 위해 싸웠다. 오늘날,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선열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바친 희생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선열들이 피와 목숨을 바쳐 이루어 낸 독립과 통일의 성과를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다. 그 숭고한 가치들은 땅 타이 후옌 감독에 의해 영화 ‘붉은 비’를 통해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영화 관람 후, 관객 판 흐엉 리 (Phan Hương Ly)씨는 이렇게 말했다.
“등장인물이 누구이든 간에 그 인물을 구축하는 방식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목도리, 꽃, 새와 같은 상징적 요소들이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은 준 부분은 마지막에 제시된 목도리의 이미지였습니다. 그것은 S자 모양의 목도리로, 베트남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라는 비록 분단되었을지라도 여전히 하나의 존재이며, 평화와 독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그 상징적 이미지는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S자 모양의 목도리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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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으며, 영화를 통해 베트남의 여러 세대 시민들은 평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깨닫게 새기게 했다. 영화 관람 후, 관객 부 투이 아인(Vũ Thuỳ Anh) 씨는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영화 제작진이 관객들을 옛 전장 속으로 몰입시키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즐거움도 있었고, 감동도 있었으며, 때로는 목이 메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온 것은 선열들의 희생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독립과 자유, 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봉 약 2주 만에 ‘붉은 비’는 4,900억 동(약 258억 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지금까지 2025년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로 자리했다. ‘붉은 비’는 또한 역사·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가운데 베트남 영화사상 가장 높은 오프닝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역사 영화가 관객들에게 여전히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민족의 주요 기념일에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수천 년에 걸친 영웅적 건국과 수호의 역사를 지닌 베트남은 역사·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풍부한 ‘소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복숭아꽃, 쌀국수, 그리고 피아노’ (베트남어 제목: Đào, phở và piano·다오, 퍼 바 피아노), ‘터널: 어둠 속의 태양’(베트남어: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그리고 ‘붉은 비’(베트남어 제목: Mưa Đỏ, 므어또) 등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둔 역사·전쟁 영화들은 향후 베트남에서 이 장르가 크게 발전할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