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신이 실제 경제 흐름에 스며들기 위한 관건은 베트남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국민의 삶과 기업, 그리고 국가 관리 체계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어떠한 핵심 기반을 준비했는가”가 진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쩐 꾸옥 프엉(Trần Quốc Phương) 베트남 재정부 차관은 베트남이 차세대 공적개발원조(ODA) 패키지를 통해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핵심 과제는 녹색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며, 향후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도 크다.

“조만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차세대 ODA 패키지를 추진하기 위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입니다. 이는 베트남이 국제적 흐름과 자국의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발전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번 일본과의 세미나를 통해 베트남의 공여국과 개발 파트너들이 차세대 차관을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적용하는 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정 자금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고 유연하며 확장 가능한 실행 체제를 지향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제57호 결의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혁신은 아이디어나 구호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실험과 투자, 그리고 응용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신속한 정책적 도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책적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결국 ‘사람’이다.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양국 협력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고급 인력 양성이라는 심층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바야시 요스케(Kobayashi Yosuke)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베트남 사무소장은 현재의 전략적 축이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교육 생태계를 촉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양국 우호 관계의 상징인 베트남-일본 대학(VJU)을 핵심 축으로 삼아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일례로, 구마모토 대학 전 부총장인 우사가와(Usagawa) 교수의 협력을 통해 2025년 9월 베트남-일본 대학 내 반도체 학사 과정 개설을 지원했습니다. 아울러 JICA는 양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울이는 노력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베트남 전역의 반도체 교육 생태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베트남 청년 세대의 높은 적응력과 흡수력도 확인되고 있다. 구보 요시토모(Kubo Yoshitomo) JICA 베트남 사무소 부소장에 따르면, 베트남-일본 대학 반도체 학과 지원자 수가 초기 정원을 크게 웃돌았으며, 이는 첨단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일본과 발맞추어, 한국은 장기적인 역량 구축을 목표로 지식경제의 ‘중추’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송은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베트남 사무소 부소장은 코이카가 베트남의 지식경제 전환 및 혁신 기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을 협력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4대 협력 프로그램 중에서도 과학기술 및 인적 자원 개발을 통한 ‘국가 혁신 생태계 강화’가 1순위로 꼽힌다.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 AI‧반도체‧이차전지‧첨단소재 분야의 양국 연구개발(R&D) 협력, 공공행정 부문의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의 사례는 한국이 베트남 혁신 생태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 모두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관점에서 한국의 유수 법무법인인 율촌(Yulchon)의 베트남 사무소 이홍배 대표는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기술과 투자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 안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정치 환경은 외국 기업이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베트남 정부가 개혁‧개방 정책과 경제 성장에 대해 일관되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은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제57호 결의 단순한 기술 관련 결의안에 국한되지 않으며, 국정 운영의 질적 향상,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신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하노이시 명예시민인 안경환 교수는, 조직 체계와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베트남이 새로운 발전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많은 정책적인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3가지만 꼽는다면, 첫째로, 2025년 3월 1일에 단행한 중앙정부조직18개부처를 14개 부처로 축소 개편하여 정부조직의 효율성을 기한 것이고, 둘째로는, 작년 7월 1일에 63개 성 단위 행정구역을 34개 단위로 통폐합하여 ‘국가 대개조’사업을 단행한 것입니다. 세번째는, 베트남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북-남간 고속도로건설,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재개, 국제철도 연결노선 건설 추진 정책은 베트남의 취약한 기간시설을 조기에 확충하여 두 자릿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상징으로 판단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종합해 볼 때, 제57호 결의의 핵심은 혁신을 단순한 방향성 차원에서 장려하는 것을 넘어 ‘혁신 실행 역량’을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원, 정책 체제, 인프라, 첨단 기술 인력, 연구 역량, 거버넌스의 질, 그리고 투자자의 신뢰는 모두 이 거대한 과정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들이다. 이 여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베트남의 핵심 파트너로서, 혁신이 실질적인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 조건들을 함께 형성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