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기억으로 가득 찬 거리들..

(VOVWORLD) -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음악을 통해 기억과 시간을 잇는 공간 ‘베트남 멜로디 산책’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베트남 멜로디 산책’은 베트남 음악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여정인데요, 이곳에서의 노래 한 곡 한 곡은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어느 시절의 이야기이자 한 사람, 한 공간과 이어진 추억의 문이 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할 진행자, 티엔 타인(Thiên Thanh)입니다.

 프롤로그겨울은 아주 조용히 다가옵니다

요즘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 지역에는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은 단지 바람의 차가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조용히 스며드는 그리움의 계절이자 오래된 약속들이 떠오르고 도시의 불빛이 평소보다 일찍 켜지는 시간이며, 또 음악 속에서 문득 기억이 되살아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베트남 멜로디 산책’이 여러분과 함께 기억의 온기로 겨울을 건너가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시간 울려 퍼지는 모든 노래가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잇는 따뜻한 접점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겨울 – 기억으로 가득 찬 거리들.. - ảnh 1겨울이 조용히 스며드는 길

오늘 방송을 시작하며 먼저 준비한 곡입니다. 팜 또안 탕(Phạm Toàn Thắng) 작곡, 하 아인 뚜언(Hà Anh Tuấn)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겨울의 이야기〉(Chuyện của mùa đông)

1연인의 겨울: 사랑이 찬바람을 데울

노래: 〈겨울의 이야기〉

사랑 속의 겨울은 언제나 아주 조용히 시작됩니다. 바람 부는 오후, '서로의 손가락을 맞잡는 그 순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빈틈으로 바람이 스며들지 않도록 '꽉 안아주는 포옹'에서 겨울은 시작되곤 하죠. 방금 들으신 〈겨울의 이야기〉에는 거창한 맹세도, 과장된 고백도 없습니다. '바람 부는 어느 오후, 그대와 나란히 걷는 순간'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들만이 담겨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외투 속으로 서로의 몸을 기울이고, 함께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노래 속 겨울은 ‘약속의 계절’입니다. 연인들은 울려 퍼지는 종소리 사이를 나란히 걸으며, 익숙한 단골 가게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으며 이야기하죠. 어느덧 차가움은 사라지고, '사랑은 겨울보다 더 따뜻하다'는 고백만이 우리 곁에 남습니다.

겨울은 연인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의 온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청취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곡은 〈도시〉(Thành thị)입니다. 응우옌 주이 훙(Nguyễn Duy Hùng)이 곡을 쓰고, 가수 투이 찌(Thùy Chi)가 불렀는데요. 그녀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2도시의 겨울과 가족의 온기

노래: 〈도시〉 

"Có những mùa đông lạnh mà nghe sao ấm áp

Chiếc áo mẹ đan rộng dài

Có những niềm vui giản dị nồi cơm than ấm mẹ chờ

어떤 겨울은 차갑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따뜻해지고

어머니가 주신 넉넉한 옷이 떠오른다.

숯불에 데운 냄비 곁에서 어머니가 기다리던 저녁처럼.”

겨울의 〈도시〉는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연기처럼 번져가고, 마치 안개인 듯한 풍경 속에서 오래된 거리들은 자신만의 고요한 표정을 띱니다. 그곳에는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이 있는 그 거리를 찾아오며, 멀어졌던 기억의 한 조각을 조심스레 되짚어 보기도 하죠. 차가운 도시의 공기 속에서 노래 〈도시〉는 우리에게 여전히 따뜻한 것들이 남아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것은 화려한 불빛도, 꾸며진 말도 아닙니다. 어머니가 떠 주신 넉넉한 스웨터, 따뜻한 밥을 지어 놓고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 — 바로 그 조용한 기다림이 겨울의 온기를 만들어 냅니다. 분주한 삶의 리듬 속에서 이 노래는 속삭이듯 말합니다. 도시가 아무리 넓고 복잡해도, 겨울이 가장 따뜻한 곳은 언제나 가족이 있는 자리라고 말이죠.
겨울 – 기억으로 가득 찬 거리들.. - ảnh 2겨울이 찾아온 하노이 거리들...

차갑게 스미는 북동풍의 겨울바람 속에서, 우리는 문득 지나간 겨울들을 떠올립니다. 추억으로 가득 찬 오래된 겨울들 말이죠. 겨울을 그리워한다는 건, 지금 이곳에 서 있으면서도 마음만은 여전히 과거를 향해 머뭇거리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서 청취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곡은 〈겨울의 그리움〉(Nỗi nhớ mùa đông)입니다. 푸 꽝(Phú Quang) 작곡, 가수 떤 민(Tấn Minh)의 목소리로 전해 드립니다.

3그리움의 겨울: 시간이 시리게 느껴질

노래: 〈겨울의 그리움〉

Dường như ai đi ngang cửa, gió mùa Đông Bắc se lòng

Chút lá thu vàng đã rụng, chiều nay cũng bỏ ta đi

Nằm nghe xôn xao tiếng đời, mà ngỡ ai đó nói cười

Bỗng nhớ cánh buồm xưa ấy, giờ đây cũng bỏ ta đi

북동풍 스쳐 가는 겨울의 문턱에서 문득 마음이 시려온다.
가을의 마지막 노란 장마저 오늘 저녁, 조용히 나를 떠나간다.

누워서 세상의 소란한 소리를 듣다 보면 누군가 웃고 말하는 것만 같아
문득 순간 옛날의 돛단배 또한 이미 나를 떠나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노래 속 겨울은 마음을 저미는 북동풍과 함께 찾아옵니다. 떨어지는 노란 잎은 하나의 이별처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경계를 조용히 그어 놓죠. 도시 생활의 소음 한가운데서 사람은 갑자기 텅 빈 듯한 고독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누군가 아무 말 없이 떠나가 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강물 위를 지나던 옛 돛단배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사람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다시 그 겨울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저 멀리 울리던 저녁 종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러나 그 겨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이렇게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스스로를 달래며 겨울이 온 것처럼 가장해 보는 것, 그것은 그리움이 여전히 마음속에 머물 수 있도록, 기억이 잠시 쉬어 갈 자리를 남겨 두기 위해서입니다.

겨울 – 기억으로 가득 찬 거리들.. - ảnh 3겨울 찬 바람 속 고풍스러운 고택

4하노이의 겨울: 기억이 잠들지 않는

겨울을 이야기할 때 계절을 넘어 하나의 영혼으로 존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하노이입니다. 〈하노이의 거리여, 그대여〉(Em ơi Hà Nội phố)라는 노래는 특별한 공간을 열어 보입니다. 그곳에서 기억은 향기로 불려 오곤 하죠. 황란꽃의 향기와 칠판나무 꽃의 향기가 겨울 공기 속에 스며들며 하노이는 한층 더 또렷해집니다. 사람 드문 거리와 잔잔한 빗소리, 그리고 “겨울의 고아가 된 플라타너스”가 있는 풍경 속에서 도시의 얼굴은 조용히 드러납니다. 그곳에는 나무만 고아가 된 것이 아닙니다. “겨울의 고아가 된 지붕”, “겨울의 고아가 된 초승달” 또한 하노이의 밤을 지키고 있죠. 하노이의 겨울은 한 시대의 상실과 잔해를 품고 있습니다. 무너진 집 안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 저녁 미사 뒤에 잔잔히 울리는 종소리—그 모든 것이 이 도시의 겨울을 이루는 기억의 결입니다. 그것은 역사와 전쟁을 지나온 깊고도 아름다운 슬픔이며, 이제는 하노이 모두의 공동 기억이 된 겨울이기도 합니다.

오늘 방송의 마지막 곡으로, 이 겨울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노래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하노이의 거리여, 그대여〉(Em ơi Hà Nội phố) — 푸 꽝(Phú Quang) 작곡, 판 부(Phan Vũ)의 시에 가수 홍 늉(Hồng Nhung)이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겨울 – 기억으로 가득 찬 거리들.. - ảnh 4하노이 겨울의 밤

노래: 〈하노이의 거리여 그대여〉

에필로그 줌의 온기를 남기며

Em ơi, Hà Nội phố, ta còn em mùi hoàng lan,

ta còn em mùi hoa sữa.

Con đường vắng rì rào cơn mưa nhỏ,

ai đó chờ ai, tóc xõa vai mềm.

하노이의 거리여 우리는 아직 황란꽃의 향기를 지니고 있고

아직 칠판나무 꽃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 드문 위로 잔비가 조용히 속삭이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깨 위로 머리칼을 가만히 늘어뜨린다.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겨울은 언젠가 지나가지만 겨울이 남긴 것들은 우리 곁에 참 오래 머뭅니다. 손을 맞잡던 그 순간과 불이 밝혀진 따뜻한 부엌, 가슴을 살짝 저미던 그리움, 그리고 단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난 적 없는 오래된 하노이처럼 말입니다.

오늘의 ‘베트남 멜로디 산책’은 여기에서 겨울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가장 추운 날들 속에서도 우리 각자가 기억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또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작은 온기 하나쯤은 꼭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청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티엔 타인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사진 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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