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논 사이를 잔잔히 흐르는 끼엔장(Kiến Giang) 강, 그리고 그 물결 위에는 오랜 세월 동안 특별한 노랫가락 하나가 울려 퍼져 왔습니다. 바로 ‘레투이 호코안’입니다. 이 민요의 뿌리는 노동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코안의 노랫말은 일상 대화처럼 소박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과 정서는 어떤 전문 예술 못지않게 깊고 애틋합니다.
레투이 호코안은 보통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남녀가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두 마을이 겨루기도 합니다. 각 편에는 노래를 이끄는 ‘호까이(hò cái)’가 있고, 뒤이어 여러 사람이 후렴처럼 ‘쏘(xố)’를 받으며 응답합니다. 호코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사람이 군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함께 창조하고 서로 겨루며 즉흥적으로 노랫말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노래를 겨루고, 정을 나누고, 우정을 맺는 공동의 놀이인 셈입니다.
레투이 호코안에는 모두 아홉 가지의 ‘마이호(mái hò)’ 즉 아홉 가지 선율 갈래가 있습니다. 각각의 선율은 서로 다른 리듬과 구조,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강 위에서 천천히 흐르는 듯한 노래도 있고, 축제 속에서 빠르고 힘차게 울려 퍼지는 선율도 있습니다. 2017년 5월 8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레투이 호코안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하였습니다. 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강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어 온 이 예술 전통에 대한 값진 인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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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첫 곡은 〈호코안의 옛 노랫말〉입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호코안을 담은 노래로, 도 티 민(Đỗ Thị Minh), 마이 티 전(Mai Thị Dận) 예술가, 그리고 쑤언투이 마을 예인단이 함께 들려줍니다. 이 공연의 특별한 점은 무대에 선 예인들이 모두 칠순을 넘긴 원로 예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옛사람들이 ‘고희(古稀)’라 부르던 귀한 나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세월의 무게 덕분에 우리는 현대적인 가공이 거의 더해지지 않은 가장 원형에 가까운 호코안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코안의 옛 노랫말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듬어진 가사들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이 예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단순한 민요 한 곡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끼엔장 강과 함께 살아온 한 세대의 삶 자체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노년의 목소리에는 젊은 시절의 힘찬 울림은 없을지 몰라도, 대신 깊이와 진실함, 그리고 삶을 온전히 통과해 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떨림이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는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런 문화적 보물은 저절로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을 지키는 사람, 배우는 사람, 이어가는 사람이 있어야만 합니다. 다행히도 레투이의 쑤언투이 마을에는 아직 그런 사람들이 남아 있습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HÒ KHOAN LỜI CỔ ♫
다음 곡은 〈마이 루오이(Mái ruỗi)〉입니다. ‘마이 자이(mái dài)’ 혹은 ‘마이 라이(mái rải)’라고도 불리는 선율로, 응우옌 티 리(Nguyễn Thị Lý) 예술인과 퐁투이(Phong Thủy) 마을 예인단이 들려줍니다. 레투이의 아홉 가지 ‘마이호’ 선율 가운데 마이 루오이는 가장 느리고 여유로운 강가의 노래에 속합니다. 이 선율을 듣고 있으면 마치 작은 배에 몸을 맡긴 채 강물 흐름에 따라 천천히 떠가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로 서둘러 갈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마이 루오이를 들으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이름 그대로 긴 물결이 천천히 퍼져 나가듯, 급하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은 채 바람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마이 루오이는 다른 호코안 가락처럼 엄격한 구성 순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정해진 도입부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가사 역시 베트남의 고유한 육팔조 운문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길고 짧게 자유롭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오히려 노래하는 사람에게 더 깊은 내면과 뛰어난 목소리를 요구합니다. 구조에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사람의 목소리와 진실한 감정만이 청중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에(Huế)의 ‘호 마이 니(hò mái nh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마이 루오이와의 친근한 유사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선율은 마치 중부 강가 문화라는 한 뿌리를 나눈 자매 같은 선율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MÁI RUỖI ♫
세 번째 곡은 〈마이바(Mái ba)〉입니다. – 응우옌 티 리 예술인과 퐁투이 마을 예인단이 부르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이 루오이가 평온한 강물이라면, 마이바는 급류와 바위에 부딪히는 강물과도 같습니다. 리듬은 더 빠르고 강해지며, 노랫가락은 더 분명하고 힘차게 이어집니다.
마이 바는 무거운 배를 몰고 급한 물살이나 맞바람을 헤쳐 나가야 할 때 불렸던 노래입니다. 이때는 노뿐 아니라 장대까지 함께 힘껏 밀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노래의 리듬은 곧 집단 노동의 리듬이 됩니다. “호 라 호 라 코안(hò là hô là khoan)”이라는 반복적인 후렴은 마치 박자를 세는 구호처럼 사람들의 힘을 한순간에 모아 줍니다. 이것이 바로 호의 본래 기능입니다. 단지 듣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래였던 것입니다.
♫ MÁI BA ♫
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은 〈마이 쌉〉입니다. 레 티 하인(Lê Thị Hạnh)과 즈엉 꽁 러이(Dương Công Lợi) 예술인, 그리고 쑤언투이 마을 예인단이 함께 들려줍니다. 이 선율은 레투이 호코안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흥겨운 노래로, 사람들에게는 흔히 ‘절구 찧는 노래(hò giã gạ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이 쌉〉은 달 밝은 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마당에 모여 절구질을 하던 풍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절구공이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노랫가락이 이어지며, 웃음소리가 문답 사이사이에 섞여 들어갑니다. 빠르고 힘찬 〈마이 쌉〉의 리듬은 절구질뿐 아니라 모내기, 흙 다지기, 장례 행렬, 그리고 특히 마을 잔치와 모임 같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과도 잘 어울립니다. 〈마이 쌉〉을 듣고 있으면 누구도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렵습니다. 그 리듬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일으켜 세워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함께 후렴을 외치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노동 민요의 힘입니다. 단순히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마저 노래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 말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MÁI XẮ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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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레투이 호코안은 매우 특별한 두 가지 차원을 동시에 지닌 유산입니다. 개인과 공동체라는 두 가지 특별한 차원을 동시에 품은 유산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각각의 ‘호 까이’가 하나의 독창적인 창작이기 때문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내고, 자신의 감정을 한 구절 한 구절에 담아내야 합니다. 무형문화유산은 책이나 박물관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들은 쑤언투이와 퐁투이 마을의 예술인들처럼 사람들의 목소리와 숨결, 그리고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끼엔장강 위에 레투이 호코안의 노랫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지기를,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며, 계속 이어 부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베트남 멜로디 산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도 음악을 통해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티엔 타인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