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족은 비엣-므엉어군(남아시아어족)에 속하는 민족으로 베트남의 소수민족 가운데에서도 인구가 매우 적은 민족이다. 쯧족은 삭(Sách), 마이(Mày), 룩(Rục), 아램(A Rem), 마리엥(Mã Liềng) 등 다섯 종족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로 베트남 북중부 지역에 거주한다. 현재 꽝찌(Quảng Trị)성에는 약 7,000명 이상의 쯧족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과거 쯧족은 나무껍질, 숲의 잎, 동물 가죽 등으로 만든 옷이나 훈도 형태의 의복을 착용하였다. 그러나 고유 의상이 없었기 때문에 베트남의 다수 민족인 낀(Kinh)족 (혹은 비엣족)의 옷이나 다른 소수민족의 복식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 민족학·인류학회 회장인 럼 바 남(Lâm Bá Nam) 부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35년 전에 처음 쯧족 공동체를 만났습니다. 매우 독특했습니다. 양복 상의를 입고 있었지만 바지는 반바지였습니다. 입을 옷이 없었기 때문에 있는 대로 입었던 것이죠. 쯧족을 위한 전통 의상을 연구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쯧족은 계속 다른 민족의 옷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민족학·문화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쯧족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현재의 꽝찌성 지역인 옛 꽝빈(Quảng Bình)성 민호아(Minh Hóa), 뚜옌호아(Tuyên Hóa), 보짝(Bố Trạch) 지역에서 현지 조사를 실시하였다. 새롭게 디자인된 공동체 의상은 전통성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생활에 적합하도록 체계적으로 연구되었다.
새 의상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세련되게 담아냈다. 주요 색상은 다섯 가지로 구성되는데,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 원시 인류의 거주지였던 동굴과 흙을 상징하는 갈색, 주황색 그리고 원시림을 떠올리게 하는 짙은 녹색에서 연녹색으로 이어지는 색채가 사용되었다. 또한 선사시대 나무껍질 의상과 관련된 ‘랑(Ráng) 나뭇잎’ 문양을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상징적 요소로 활용하였다. 쯧족 의상 디자이너이자 하노이건축대학 강사인 응우옌 티 프엉 뚜(Nguyễn Thị Phương Tú) 석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참고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전통 쯧족 의상이나 구체적인 이미지, 모형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쯧족 공동체의 바람을 충족할 수 있는 핵심 기준들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입기 쉽고, 만들기 쉬우며, 착용했을 때 스스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의상을 통해 쯧족의 문화와 핵심 가치가 잘 전달되어야 했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의상은 과거의 삶과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랑(Ráng) 나뭇잎의 형상과 산의 윤곽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문양, 그리고 다섯 가지 색상을 활용했는데 이는 쯧족의 다섯 종족 집단을 상징하며 공동체의 연결성과 연대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2025년 1월, 쯧족 전통 의상에 관한 학술 연구 과제는 최종 심사를 통과하여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쯧족 의상은 2025년 12월 공식 발표되었다. 꽝찌성에서 열린 쯧족 전통 의상 발표식에서는 꽝찌성 문화체육관광청이 쯧족이 거주하는 트엉짝(Thượng Trạch), 전호아(Dân Hóa), 낌디엔(Kim Điền), 떤타인(Tân Thành), 낌푸(Kim Phú), 뚜옌럼(Tuyên Lâm) 지역에 남녀 의상과 두건이 포함된 총 624벌의 의상을 전달하였다. 베트남 사회과학 한림원 민족학·종교학연구소 부소장이자 연구 책임자인 부이 티 빅 란(Bùi Thị Bích Lan) 박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쯧족 공동체는 의견 수렴, 초안 작성, 디자인 자문, 학술 세미나에서의 의상 시연 등 모든 과정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250건의 설문조사, 25회의 집단 토론, 98회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쯧족 사람들의 실제 요구와 바람에 부합하는 완성된 의상 모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쯧족 의상은 문화 공간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의상과 축제, 민속 공연, 정신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베트남민족학박물관 연구·수집·민족학 영상 부서장인 보 티 마이 프엉(Võ Thị Mai Phương)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30년 전 저희는 쯧족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했지만 전시할 수 있는 전통 의상을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박물관의 쯧족 전시는 생활 도구 몇 점만 소개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저희는 조사, 의견 교환, 토론, 디자인 수정 등 모든 과정에서 쯧족 공동체와 함께했습니다. 의상의 형태, 소재, 문양, 장식 등을 수차례 수정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끝에 오늘의 쯧족 의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쯧족 전통 의상 연구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쯧족 공동체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쯧족만의 전통 의상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은 쯧족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적 상징을 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