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토(Phú Thọ)성 빠꼬(Pà Cò)면 짜다이(Chà Đáy) 마을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가치를 세대를 넘어 함께 지켜 나가고 있다. 노인들은 끈질기게 전통의 맥을 이어 가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창의성과 활력을 불어넣어 민족 고유의 종이 제작 문화를 미래로 확장하고 있다.

제사상 앞에서 의식을 주관하는 이는 정성스럽게 여러 모양으로 잘린 장 종이를 차려 놓는다. 몽족의 모든 정신문화 의례에서 장 종이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혼례와 같은 경사부터 장례와 같은 애사, 그리고 중요한 제례에 이르기까지 ‘장’나무로 만든 종이는 늘 함께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소박한 종이는 사람들의 기도와 평안에 대한 염원을 신령과 조상에게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숭 이 저(Sùng Y Dớ)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 몽족 사람들은 ‘장’나무로 만든 종이를 전통 풍습과 의례에 사용합니다. 설날이나 명절, 그리고 조상의 기일(忌日)제사 때도 사용합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이 ‘장’나무로 만든 종이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고인을 마지막 길로 보내는 의식을 치릅니다.”

한때 짜다이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집 처마 밑에서 ‘장’나무로 만든 종이를 만드는 몽족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전체에서 겨우 네 가구 정도만이 이 전통 기술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 가정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장’나무로 만든 종이를 나누어 주며 마을 공동체의 정신적 유산을 함께 지켜 나가고 있다.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살 아래, 팡 이 씨(Phàng Y Xí) 할머니는 진하게 풀어진 ‘장’나무 섬유 반죽이 담긴 통을 빠르게 저은 뒤, 조심스럽게 한 바가지씩 체 위에 붓는다. 네모반듯하게 짜인 대나무 틀과 망은 질긴 섬유질을 고르게 받아낸다. 물방울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면서 노란빛 종이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후의 햇볕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할머니는 체를 마당으로 옮겨 말린다.

올해 71세인 팡 이 씨(Phàng Y Xí) 할머니는 짜다이 마을에서 장 종이 제작 기술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인 중 한 명이다. 열여덟 살에 시집와 이 마을에 정착한 이후 50여 년 동안 그는 부드러운 ‘장’ 섬유와 나무 통, 대나무 틀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장’나무로 만든 종이 한 장은 단순히 고된 수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전통의 맥을 지켜 가고자 하는 마음의 결실이다.

“몽족의 설이 오기 전, ‘장‘나무가 죽순 시기를 지나면 베어 옵니다. 겉의 푸른 껍질을 벗겨낸 뒤, 재를 섞은 물에 1~2일 정도 삶아 섬유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 다음 계곡이나 샘물에 1~2주 동안 담가 둡니다. 오래 담글수록 더 부드러워집니다. 이후 줄기와 섬유를 곱게 찧어 물과 함께 고루 섞은 뒤 체에 붓습니다. 햇볕에 1~2일 정도 말리면 종이가 마르고, 그때 떼어내면 ‘장’나무로 만든 종이가 완성됩니다.”

젊은 청년 팡 아 쯔엉(Phàng A Trưởng) 씨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산에 올라 ‘장’ 나무를 베어 오던 나날들이다. 그의 기억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설을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장’ 나무로 만든 새 종이로 제단을 꾸미고, 이 특별한 종이에 얽힌 마을의 전통 이야기를 들었던 시간이다.

“설이 되면 아버지가 ‘장’나무로 만든 종이를 잘라 제단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곤 했습니다. 해마다 설이 되면 아버지는 낡은 제단을 철거하고 큰 수탉을 잡아 새 제단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섣달그믐 밤에는 새 제단을 붙이는데, 수탉의 깃털에 피를 묻혀 제단에 찍어 바르곤 했습니다.”

오늘날 ‘장’ 나무로 만든 종이는 더 이상 종교적·정신적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벽지, 수첩, 기념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활용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통적인 소박함 위에 꽃과 잎 등 자연 소재를 더해 미적 감각도 높이고 있다. 고향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팡 아 쯔엉 씨는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장’나무 종이 제작 과정을 직접 이해하고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몽족의 전통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제작 기술을 공유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몽족 문화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장’나무로 만든 종이 한 장 한 장에는 몽족의 정신세계뿐 아니라 마을 문화를 더 넓은 세상과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담겨 있다.

(사진: 후옌 짱/VOV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