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이어진 긴 산길을 지나자, 가랑비와 서늘한 산바람 속에 아빠짜이 국기게양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얇은 우비를 나누어 입은 방문객들은 국기게양대에 오르기 위해 언덕 지형을 따라 조성된 519개의 돌계단을 계속 올라간다. 이 숫자 가운데 ‘19’는 디엔비엔 지역에 함께 살아가는 19개 민족을 상징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끝없이 펼쳐진 산맥의 장관이 눈앞에 드러난다. 그리고 국기게양대 아래에 서서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국기를 바라보면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호찌민시에서 온 관광객 쩐 민 쯕(Trần Minh Trực)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빠짜이에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국의 가장 서쪽 끝에 서 있는 베트남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의 산하가 정말 아름답고, 특히 아빠짜이의 산들은 끝없이 이어진 게 정말 장관입니다. 그리고 국기게양대 아래에 서면 이곳이 바로 우리 조국이라는 성스러운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빠짜이 국기게양대는 2023년 11월 디엔비엔성 신터우(Sín Thầu) 지역에서 착공되었다. 해발 1,459m에 위치하며, 베트남·라오스·중국 3국 국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1.3km가량 떨어져 있다. 상공에서 바라보면 407㎡ 규모의 광장은 서북부 지역을 상징하는 반(Ban)꽃이 활짝 핀 모습처럼 보인다. 이곳에는 면적 37.5㎡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숫자 ‘7.5’는 디엔비엔푸 승전일인 5월 7일을 상징한다. 기단부에는 다섯 개의 부조가 설치되어 민족의 기원과 함께 주민들의 노동 생활, 문화와 신앙, 전통 춤, 그리고 소박한 캔(khèn)이라는 전통 관악기와 피리 소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호찌민 주석과 서북부 주민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새긴 작은 부조는 굳건한 단결을 상징한다.

아빠짜이 국기게양대는 단순히 국가 주권을 확인하는 시설일 뿐만 아니라, 국경 지역에 살아가는 여러 민족의 전통 가치를 보존하고 기리는 성스러운 역사·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디엔비엔성 국경수비대 아빠짜이 국경초소의 부정치위원인 딘 꾸옥 떱(Đinh Quốc Tập) 소좌(한국군 소령 해당)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빠짜이 국기게양대는 첫째, 조국의 신성한 영토 주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건설되었습니다. 둘째, 베트남의 미래 세대에게 애국심과 고향 사랑의 정신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셋째, 서북부 지역과 디엔비엔성 국경 지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관광 활성화를 통해 신터우 국경 지역 주민들의 물질적·정신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아빠짜이 국기게양대에서 약 10km 떨어진 흙벽집에서 쭈 카이 푸(Chu Khai Phù) 씨는 일터로 향하기 전 아내에게 집안일을 당부한다. 그는 매일 약 20km를 이동해 출근한다. 2022년까지만 해도 아빠짜이에는 숙박시설이 매우 부족했다. 이에 부부는 과감하게 대출을 받고 관련 지식을 배우며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고, 결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홈스테이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곳은 여행객들이 쉬어 가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하니(Hà Nhì) 소수민족의 문화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상황을 살펴본 뒤 가족들과 상의하여 홈스테이를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숙박도 하고, 국기게양대와 조국의 서쪽 끝 경계비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는 주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훈제돼지고기와 절인 채소 볶음, 산돼지 요리 등 지역 특산 음식과 전통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여 우리 민족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빠짜이에서는 하니족의 문화적 가치가 소중히 보존되고 있다. 전통 수공예 바구니 제작 기술부터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의상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는 자신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러한 바람은 하니족 특유의 음악과 춤에서도 드러난다. 신터우 지역에서는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마을이 자체 공연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로 소 쁘(Lò Só Pứ)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 모여 춤 연습을 합니다.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틈틈이 연습합니다. 저희 마을 공연단은 하니족 전통 설날에 서로 교류하고, 관광객이 오면 함께 공연도 합니다. 주로 생산 활동과 관련된 춤을 추는데, 관광객들이 찾아와 주면 정말 기쁩니다.”

서쪽 끝 국경지대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국경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을 체험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고향에 대한 사랑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소수민족 주민들의 꿈은 오늘도 각 가정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역사적인 땅 디엔비엔의 가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