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뜨거운 햇살과 바람의 땅에서 전해지는 참족 민요, 메콩강 삼각주의 소박한 리(Lý) 민요, 그리고 북부 평야의 부드러운 전통 민요를 만나 보았습니다. 오늘은 베트남 남부를 대표하는 특별한 공연예술인 ‘까이르엉(Cải lương)’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세기 초 남부 지역에서 탄생한 까이르엉은 민속음악, 던까따이뜨(Đờn ca tài tử), 그리고 근대적 연극 양식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예술 장르입니다. ‘까이르엉’이라는 이름은 ‘새롭게 개혁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등장 초기부터 까이르엉은 남부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으며 가장 사랑받는 대중예술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그 매력은 아름다운 선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과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는 뛰어난 이야기성에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가족의 비극, 이루지 못한 사랑,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고난, 그리고 민족의 영광스러운 역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악기 연주와 노래,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을 기쁨과 슬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자부심의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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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에서는 베트남 까이르엉을 대표하는 세 편의 유명 발췌곡을 만나보겠습니다. 가족 비극을 담은 「더이 꼬 르우(Đời Cô Lựu, 르우 아가씨의 인생)」, 시와 사랑의 세계를 노래한 「한 막 뜨(Hàn Mặc Tử)」, 그리고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메린의 북소리(Tiếng Trống Mê Linh)」입니다.
첫 번째 순서는 박 뚜옛(Bạch Tuyết) 인민예술인과 레 투이(Lệ Thủy) 인민예술인이 선보이는 「더이 꼬 르우(Đời Cô Lựu)」의 명장면입니다.
극작가 쩐 흐우 짱(Trần Hữu Trang)이 창작한 「더이 꼬 르우(Đời Cô Lựu)」는 베트남 까이르엉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옛 사회 속에서 살아가던 여성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사실적으로 그려 냅니다. 개인의 삶이 시대적 격변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작품 전반에 깊게 배어 있습니다. 오늘 감상하실 장면에서는 주인공 꼬 르우(Cô Lựu)가 딸 낌 아인(Kim Anh)에게 오랫동안 숨겨 왔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꼬 르우는 첫번째 남편 보 민 타인(Võ Minh Thành)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꼰다오(Côn Đảo)로 유배된 이후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갔습니다.
“낌 아인아, 고통스러운 지난날은 흐르는 물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단다...”라는 노랫말은 한 어머니의 고백이자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겪어 온 희생과 인내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낌 아인은 어머니가 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말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 왔는지 깨닫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 정(情)과 의무 사이의 갈등은 이 작품을 오랫동안 사랑받게 만든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까이르엉 애호가들은 이 장면을 베트남 공연예술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ĐỜI CÔ LỰU ♫
청취자 여러분,
「더이 꼬 르우(Đời Cô Lựu)」가 가족의 비극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면, 다음 작품은 시와 사랑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타인 응언(Thanh Ngân)과 낌 띠에우 롱(Kim Tiểu Long) 예술인이 출연하는 「한 막 뜨(Hàn Mặc Tử)」발췌곡입니다. 한 막 뜨는 20세기 베트남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사랑과 종교,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 존재의 고통을 노래한 수많은 명시를 남겼습니다.
까이르엉 무대에서 한 막 뜨는 외롭지만 찬란한 천재 시인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뜨거운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병마와 운명의 가혹한 시련에 맞서야 하는 인물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시와 봉꼬(Vọng cổ)의 아름다운 결합에 있습니다. 한 막 뜨의 대표적인 시들이 까이르엉의 선율 속에서 새롭게 표현되면서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타인 응언과 김 띠에우 롱의 목소리를 통해 청중은 사랑의 덧없는 아름다움과 함께, 빛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했던 한 시인의 깊은 고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을 무대예술로 성공적으로 옮긴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많은 관객들이 한 막 뜨의 삶과 정신세계를 보다 친숙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럼 함께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HÀN MẶC TỬ ♫
청취자 여러분, 사랑과 인간의 운명을 노래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까이르엉은 민족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전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오늘 방송의 마지막 순서는 젊고 목소리가 뛰어난 우수예술인 꾸에 쩐(Quế Trân)과 보 민 럼(Võ Minh Lâm)이 출연한「메린의 북소리(Tiếng Trống Mê Linh)」의 명장면입니다.
작품은 서기 1세기 초 중국 한나라의 지배에 맞서 일어난 하이바쯩(Hai Bà Trưng, 쯩 짝과 쯩 니 두 자매)의 봉기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베트남 역사극 까이르엉의 대표작으로 손꼽힙니다.
작품 속 ‘메린의 북소리’는 단순한 봉기 신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국애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민족 독립에 대한 열망을 상징합니다. 우수예술인 꾸에 쩐이 연기한 쯩짝은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발췌곡엔 남편 티삭(Thi Sách)을 향한 깊은 사랑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성 영웅의 모습은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메린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2천 년 전의 역사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시대를 넘어 베트남 민족의 굴하지 않는 정신을 상징하는 메시지로 살아납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메린의 북소리(Tiếng Trống Mê Linh)」을 베트남에서 제작된 가장 뛰어난 역사극 까이르엉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오늘 여정의 마지막 작품으로 ‘메린의 북소리’ 발췌곡을 함께 감상해보시겠지요.
♫ TIẾNG TRỐNG MÊ LIN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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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오늘 세 편의 유명 발췌곡을 통해 우리는 베트남 까이르엉이 지닌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았습니다. 「더이 꼬 르우(Đời Cô Lựu)」에서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담긴 눈물을, 「한 막 뜨(Hàn Mặc Tử)」에서는 시와 사랑이 만들어 내는 섬세한 감동을, 그리고 「메린의 북소리(Tiếng Trống Mê Linh)」에서는 민족 영웅들의 불굴의 기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까이르엉이 탄생한 지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비록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예전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봉꼬의 애절한 선율과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감정이 살아 있는 인물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까이르엉은 단순한 공연예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베트남인의 문화적 기억이자, 여러 세대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마음의 목소리입니다.
지금까지 「베트남 멜로디 산책」과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음악이 들려주는 베트남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진행자 티엔 타인(Thiên Thanh)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