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공양 의례는 조상을 공경하는 효심을 드러낼 뿐 아니라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보여 주며, 민족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데에도 기여한다.
베트남 남부 크메르족의 풍습에 따르면 센 돌타에는 네 가지 주요 의례가 있다. 주먹밥 공양 이른바 ‘까인바 (Canh banh)’, 집에서 지내는 조상 제사 이른바 센 돌타(Sene Dolta), 공동으로 올리는 밥 공양 이른바 쁘쭘바인(Pchum banh), 조상 배웅 의례 이른바 쯔훈 도 따(Chhun đô ta)가 그것이다. 센 돌타 기간이면 크메르족 마을의 각 가정에서는 일찍부터 제물을 준비한다. 찹쌀밥에 콩, 깨, 코코넛을 섞어 만든 주먹밥과 떡, 과일, 향, 초를 비롯한 여러 제물을 절로 가져간다. 절에서는 불자들이 삼보(불:부처님, 법:가르침, 승:스님)에 예를 올린 뒤, 아짜르(Achar)의 안내에 따라 의례를 진행한다. 아짜르는 과거에 출가하여 수행하고 배운 경험이 있으며, 불교 경전과 크메르족의 전통 및 풍속에 정통한 사람을 말한다.
사람들은 법당 주변에 주먹밥을 놓고, 스님들은 경전을 독송하며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에게 공덕을 회향한다. 응우옛호아(Nguyệt Hóa)동의 아짜르인 탁 짜인(Thạch Chanh)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의례는 아짜르의 안내에 따라 불자들이 삼보에 예를 올린 뒤에 진행됩니다. 이어서 경전을 독송하여 세상을 떠난 이들과 저승의 귀신들에게 공덕을 회향합니다. 또한 그들을 불러 삼보에 예를 올리고, 스님의 천도를 받으며, 자손들이 가져온 음식을 받도록 합니다.”
주먹밥 공양 의례는 음력 8월 16일부터 그달 마지막 날까지 15일 동안 이어진다. 이 기간에 자손들은 제물을 올리고 공덕을 회향하며 조부모와 조상, 그리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한다. 이때는 달이 이지러지고 밤이 긴 시기이기도 하다. 크메르족 공동체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 신앙에 따르면, 이 시기에 영혼들이 돌아와 가족을 찾고 음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떤호아(Tân Hòa)면의 아짜르인 탁 사 밋(Thạch Sa Mít)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의례는 달이 이지러지는 음력 16일부터 30일까지 행해집니다. 크메르족은 세상을 떠난 조상 가운데 악행을 저질러 지옥에 떨어진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입을 옷조차 없어 음식을 받으러 올 때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남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시기에 의례를 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주먹밥을 준비하여 절에 가져가는 일은 신앙 의례인 동시에, 살아 있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정성과 추모의 마음, 감사를 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기간에는 멀리 타지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시간을 내어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한다. 어른들이 제물을 준비하고 자손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모든 세대가 자신의 뿌리와 조상을 공경하는 도리를 되새긴다. 이처럼 센 돌타 기간의 절은 의례를 행하는 공간이자 가르침이 전승되는 공간이 된다.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것과 더불어, 절에서는 빠라브하바 숫타(Parabhava Sutta), 곧 『파멸경』을 독송한다. 이 경전은 사람이 쇠퇴하고 몰락하는 원인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선을 지향하고 자신과 가족,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을 피하도록 일깨워 준다. 퐁타인(Phong Thạnh)면의 아짜르인 뗍 빈(Tệp Bình)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먹밥 공양 의례에 참여하면 스님이 독송하는 『파멸경』을 듣게 됩니다. 이 경전은 몰락을 초래하고 남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열두 가지 원인을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이를 피하고 깊이 생각하며, 자손들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 열두 가지 해로운 일을 피한다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주먹밥 공양을 마치고 경전 독송을 들은 주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크메르족 공동체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 풍습을 지켜 왔다. 어른들은 젊은 세대에게 의례를 전하고, 자손들은 가족과 함께 제물을 준비하여 절을 찾아 의례에 참여한다.
주먹밥 공양 의례는 크메르족의 문화와 신앙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풍습이 되었다. 자손들이 조부모와 조상에게 품은 효심과 공경을 드러내는 이 의례는 크메르족의 문화적·신앙적 가치를 보존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진: 타잇 짜 빈/VOV- 메콩강 삼각주 지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