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잠재력과 파트너국의 수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베트남은 희토류, 보크사이트, 텅스텐 등 다수의 핵심 광물 매장량에서 세계 10위권에 속하며, 텅스텐 채굴량은 세계 2위 규모이다. 특히 희토류의 경우, 베트남 농업환경부는 자국 매장량이 세계 2~3위 수준이라고 평가한 반면, USGS는 약 350만 톤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추정치를 내놓았다. 희토류는 한국과 일본의 핵심 주력 산업인 전기차 및 전자 기기용 영구자석 생산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필수 원자재이다.

이처럼 양국의 협력 수요가 맞물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다. 2010년부터 베트남은 희토류 개발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 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베트남 희토류방사성기술연구원(ITRRE)과 공동으로 연구 및 기술 이전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으나, 서북부 지방 라이쩌우(Lai Châu)성 동빠오(Đông Pao) 광산 프로젝트는 글로벌 시장 침체로 인해 중단된 바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공급망 확보가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로 대두되면서, 핵심 광물은 다시 최고위급 의제로 부상했다. 지난 4월 22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은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를 협력의 중심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협력 방향은 2025년 8월 또 럼(Tô Lâm) 당 서기장(당시 국가주석 겸임하기 전)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양국은 베트남의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여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조성되는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광물의 수급·가공·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2026년 5월 하노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일본 총리와 레 민 흥(Lê Minh Hưng) 총리는 핵심 광물을 포함한 경제 안보를 양국 협력의 새로운 우선 분야로 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핵심 광물과 관련해, 양측은 안정적인 공급 확보와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를 위해 긴밀히 연대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약속에서 가치사슬 구축으로

이러한 약속들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 내 핵심 광물 공급망 기술 센터 건립을 위해 약 1,200만 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 중이며, 양국은 조기 착공을 위한 절차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일본 신에츠(Shin-Etsu) 화학이 이미 북부 항만 도시 하이퐁(Hải Phòng)에 희토류 자석 공장을 가동 중이며, SGI Vina, LS 에코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 역시 베트남 내 희토류 금속 및 자석 생산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베트남 측의 경우, 2026년 초부터 개정된 ‘지질 및 광물법’을 통해 희토류를 특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원광 상태의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 상공부 역시 희토류가 개별 산화물, 금속, 합금 또는 자석 형태로 가공된 경우에만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최근 제안했다.

일본 측 역시 보다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문 기간 중 하노이 국립대학교(VNU)에서 연설하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언급한 뒤 다음과 같이 공유했다.

“‘산업의 쌀’뿐만 아니라, 베트남에는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도 풍부하게 존재하며, 이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를 위해 연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세안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일본과 베트남 양국의 민관이 함께 구체적인 협력을 전개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베트남의 광물자원 개발 계획은 2030년까지 연간 2만~6만 톤의 희토류 산화물을 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채굴량은 수백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베트남 국내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아직 선광(광석에서 불순물을 골라내는 작업) 단계에 그치고 있으며,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리 및 정제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앞서 언급된 자석 공장들 역시 여전히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가치사슬의 양 끝단은 형태를 갖추었으나, 그 중간 단계는 아직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텅스텐의 경우 베트남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7월, 북부 수도권 지방 타이응우옌(Thái Nguyên)성 누이파오(Núi Pháo) 광산을 운영하는 마산 하이테크 머티리얼즈(Masan High-Tech Materials)는 한국에서 채굴된 텅스텐 정광을 베트남에서 가공하기 위해 한국 기업 GB 이노베이션(GB Innovation)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가공 단계를 주도하게 될 때,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희토류 분야에서도 이는 일본과 한국이 베트남과 동행할 수 있는 핵심 고리이다. 단, 시장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추고, 기술 이전 및 인력 양성과 연계되며, 환경 및 방사선 안전 기준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으로 베트남과 협력국 정상 간의 활발한 외교 활동을 통해 기존의 약속들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이정표들이 세워질 것이다. 협력의 성과는 체결된 문서의 수뿐 아니라, 실제로 가동되는 공장과 기술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베트남 기술 인력의 역량으로 평가될 것이다. 상호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베트남의 자원이 파트너국의 기술 및 자본과 결합할 때, 핵심 광물은 베트남과 한·일 양국 간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지탱하는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