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요소를 받아들이고 자원을 ‘현지화’하다
시간을 거슬러 1970년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이 탄생했다.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을 앞세운 이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베트남은 40년 뒤 2010년에 ‘신농촌 건설 국가 목표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국은 그 여정에서 베트남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재정 지원에 그치지 않고, 2005년부터 북부 수도권 지방 타이응우옌(Thái Nguyên)성 등 여러 지방에 직접 나서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을 지원했다. 2016년에는 양국이 호찌민시 국립대학교 산하 인문사회과학대학에 ‘새마을운동농촌발전센터’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교량이나 도로 같은 시설 이상의 것을 한국은 전했다. 바로 지방 기층 간부를 체계적으로 키워 내는 방식, 즉 각 지역이 스스로 운동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심어 준 것이 핵심이었다.
이와 나란히, ‘한 마을 한 상품’(OCOP) 프로그램은 일본 모델을 배운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일본에서는 1979년부터 각 마을이 자기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철학을 내세워 이 운동을 시작했다. OCOP는 2013년 꽝닌(Quảng Ninh)에서 시험 도입된 뒤 빠르게 전국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전문가들은 베트남 각지의 협동조합을 두루 돌아다니며 농민들에게 땅에서 나오는 자원의 가치를 살리는 방법을 꾸준히 전수했다. 그들이 전한 사고방식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 고유의 지식과 문화적 이야기를 각 상품의 핵심 가치로 삼으라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점은 베트남이 이 모델들을 그대로 베끼지 않고 ‘현지화’했다는 것이다. 신농촌 사업에 관한 국가 표준 체계와 OCOP 제품 별점 등급 규정집은 체계적으로 구축돼 수만 개의 동‧면에 투명하게 적용됐으며, 이를 통해 평가와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실질적 변화와 앞으로의 길
10여 년을 돌아보면 베트남 농촌의 면모는 뚜렷이 달라졌다. 마을 안길과 골목이 한결 깔끔해졌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2025년 10월 기준, 전국 동‧면의 약 80%가 신농촌 표준을 달성했다. 빈곤 가구 비율도 2021년 4.4%에서 2025년 1.3%로 크게 줄었다. OCOP 사업도 빠르게 확산돼 2026년 중반 기준 OCOP 3등급 이상 인증 제품이 2만 1천여 개를 넘어섰다. 타이응우옌성 협동경제농촌발전지국 응우옌 쑤언 뚱(Nguyễn Xuân Tùng) 부지국장은 이 사업들이 각 주체들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밝혔다.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과 소득 향상, 경관 보전,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목표와 연계됐으며, 특히 산간 지역과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한편 베트남 최대 곡창지대인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빈롱(Vĩnh Long)성 농업환경청 보 띠엔 씨(Võ Tiến Sĩ) 부청장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간 OCOP 프로그램을 통해 각 참여 주체들이 관련 기준을 꾸준히 높여 왔고, 제품 수와 품질도 지속적으로 향상됐습니다. 그 결과 농민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원료 생산지를 조성해 베트남 국내외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빈롱성이 농촌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토대입니다.”
베트남은 모든 분야에서 질적 수준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새로운 발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 정부는 OCOP 제품 평가·등급 분류 기준 및 절차를 새로 고시했고, 최근에는 국회가 신농촌 건설 분야를 포함한 국가 목표 프로그램(베트남 정부가 특정 정책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국가 단위 사업)의 투자 방침을 승인했다. 국제 기준에 근접한 새 규격과 중점 투자 재원을 통해 베트남 농촌의 면모가 더욱 새로워지고, 농산물의 정수(精髓)가 국제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음 단계를 위한 전략 방향을 제시하며 또 럼(Tô Lâm) 당 서기장‧국가주석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농촌 공업, 전통 공예마을, 산업 클러스터, 소규모 수공업, 농산물 가공, 기계 서비스, 운수, 상업, 환경, 재생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고, OCOP 상품 개발과 농촌 관광, 지역사회기반 관광, 협동 경제, 신형 협동조합, 가구 경제, 가치사슬 연계, 농촌 창업을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신농촌 사업과 OCOP 사업의 성공은 해외 사례를 선별적으로 참고하고 베트남 실정에 맞게 조정한 성과를 생생히 보여준다. 농업은 여전히 베트남 경제의 ‘버팀목’이며, 베트남과 한국·일본 사이의 농촌 개발 협력 관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날마다 두터워지고 있다. 2026~2035년을 위한 새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새 옷’을 갈아입고 있는 베트남 농촌 마을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