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베트남은 국내 석유 수요의 70%만을 자체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베트남 내 원유 생산량 감소로 인해 정제 생산을 위한 원유 수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베트남 에너지협회 과학위원회의 레 민(Lê Minh) 위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현재 규정상 주요 수입‧유통 업체의 상업용 석유 비축 의무 기간은 20일이며, 일반 유통 업체의 비축 기간은 5일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들이 세계 석유 시장의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우리는 복합 비축 기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즉, 석유 제품 생산을 위한 원유뿐만 아니라, 유통을 위한 완제품 석유류도 함께 비축해야 합니다.”
중동 무력 충돌이 계속 격화될 경우, 응이선(Nghi Sơn)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위한 수입 원유 및 전반적인 석유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석유 비축 기지 건설은 베트남 경제에 ‘안전판’을 마련해 주는 시급한 과제이자 전략적 조치이다. 세계 시장이 요동칠 때 국가가 선제적으로 비축유를 방출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쩐 홍 하(Trần Hồng Hà) 부총리(2021~2026년 임기)는 최근 에너지 안보 실무단 및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변동성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비축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업과 협력하여 독자적인 비축 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한편, 팜 민 찐(Phạm Minh Chính) 총리(제15대 국회 2021~2026년 임기)는 지난 3월 29일 북중부 지방 타인호아(Thanh Hóa)성 응이선에 위치한 전략 석유 비축 기지 건설 예정지를 직접 시찰했다. 총리는 국가 전략 석유 비축 기지 건설이 긴급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유통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하고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총리는 비축 규모가 국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관리 체계는 투명하고 유연해야 하며, 형식적 비축에 그쳐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가 비축과 상업용 비축을 결합하여 자원을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석유 비축 기지 건설은 에너지 전환 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베트남이 재생에너지를 육성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에 따라 석유 비축의 역할도 조정되겠지만, 전환기 단계에서 그 중요성이 결코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이 4월부터 E10 바이오 연료(에탄올 10%가 혼합된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 로드맵을 앞당겨 추진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 과정이 더 이상 단순한 방향성 제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이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이다. 응우옌 신 녓 떤(Nguyễn Sinh Nhật Tân) 상공부 차관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바이오 연료 사용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인 추세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는 해결책일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고 연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녹색 경제 및 순환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방향입니다.”
에너지 전환 과정과 더불어, 국가 석유 비축 기지 건설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좌우할 결정이자 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이다. 석유 비축 기지 건설은 곧 경제의 자립 역량과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큰 세계 정세 속에서 에너지 주권을 확보한 국가는 안정적인 발전과 투자 유치에 있어 훨씬 더 큰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