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한 입' 베트남>을 사랑해 주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베트남의 독특한 미식 세계를 탐험하는 오늘 여정에서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 씨의 먹방 파트너,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지난 방송 마지막에 남겨주신 힌트 때문에 일주일 내내 궁금했어요. 이번 주는 ‘달콤하고 시원하며 다채로운 색감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세계’로 안내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리: 네, 맞습니다. 오늘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찾아갈 '달콤한 맛의 목적지'는 바로 베트남 사람들의 '국민 디저트', 전통 째(Chè)입니다.

타인: 한국에도 여름이면 '빙수(Bingsu)'나 '화채(Hwachae)'처럼 아주 유명한 디저트들이 있잖아요. 베트남의 '째'는 이런 한국 디저트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를까요?

리: 아, 비슷한 점부터 말씀드리면 베트남의 째나 한국의 빙수, 화채 모두 과일과 곡물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살리고, 보통 얼음을 곁들여 무더위를 식혀주는 상쾌한 디저트라는 점이에요. 하지만 빙수가 곱게 간 얼음을 베이스로 하고 화채가 탄산수나 우유에 담긴 과일의 청량함을 강조한다면, 베트남의 째는 여러 재료를 정성껏 푹 끓여 맛을 어우러지게 하는 조리법에 더 가깝습니다. 각종 곡물, 콩, 찹쌀과 과일에 사탕수수당, 각설탕을 넣고, 특히 특유의 고소한 코코넛 밀크를 더해 걸쭉하고 부드럽게 끓여내죠. 따뜻하게도, 시원하게도 즐길 수 있는 방식 덕분에 베트남 째의 풍미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타인: 그런데 리 씨, 단어 '째(Chè)' 때문에 베트남어를 배우는 외국 친구나 관광객들이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면서요?

리: 맞아요, 타인 씨. 잘 짚으셨어요. 쯔놈(Chữ Nôm: 한자(漢字)를 바탕으로 베트남어의 고유음과 뜻을 표기하기 위해 만든 문자) 사전에서 '째(茶)'는 “끓는 물에 우려 마시는 찻잎이나 어린싹(녹차)”을 뜻하기도 하고, “설탕이나 꿀을 넣고 달콤하게 끓인 음식(단팥죽 같은 디저트)”을 의미하기도 해요. ‘째’는 베트남 고유의 단어로 늦어도 17세기부터 존재했는데, 그 당시 편찬된 베트남어-라틴어-포르투갈어 사전에도 '차(음료)'와 '달콤한 음식' 두 가지 의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탐험할 째는 바로 수많은 베트남인의 어린 시절 추억과 정서가 담긴 달콤한 디저트랍니다.

타인: 그럼 '째'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리: 역사적으로 베트남 전통 째가 정확히 언제 탄생했는지 기록된 정사나 고문헌은 없습니다. 하지만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째는 베트남의 오랜 벼농사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해요. 옛날부터 베트남 사람들은 녹두, 검은콩, 찹쌀, 고구마, 카사바 등 수확한 농작물에 사탕수수당을 더해 째를 만들었습니다. 째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무엇보다도 명절이나 음력 매월 초하루, 보름, 혹은 돌잔치나 칠순 잔치 등에서 조상과 신에게 올리는 음식이기도 했죠.

타인: 맞아요. 베트남의 전통 째에는 이렇게 깊은 문화적, 영적 가치가 깃들어 있답니다.

리: 베트남 째의 또 다른 매력은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하다는 점이에요. 북부 지역은 재료 본연의 향을 살린 맑고 은은한 단맛을 선호합니다. 중부 지역은 궁중 요리의 영향을 받아 정교하고 세심한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째가 많은 반면, 소박하고 우아한 째도 있죠. 남부 지역의 째는 열대 과일과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어 화려한 색감과 풍부한 맛이 특징입니다.

타인: 듣기만 해도 벌써 군침이 도네요. 자, 그럼 지금부터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째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볼까요?

리: 북부에서는 검은콩 째(Chè đỗ đen·째 도 댄), 녹두 째(Chè đỗ xanh·째 도 싸인), 혼합 째(Chè thập cẩm·째 텁 껌) 같은 대중적인 째를 빼놓을 수 없죠. 소박하면서도 시원하고 먹기 편해서 하노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간식입니다. 그중에서도 짱안(Tràng An, 옛 하노이) 미식 특유의 우아함과 섬세함, 그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빈랑꽃 째(Chè Hoa Cau, 째 호아 까우)를 대표로 꼽을 수 있어요.

‘째 호아 까우’는 이름은 무척 시적이지만 사실 빈랑꽃으로 만든 건 아니에요. 부드럽게 삶아 껍질을 벗긴 녹두 알갱이들이 투명한 칡가루 국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마치 노란 빈랑꽃이 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은은한 단맛에 자스민이나 자몽 꽃 향이 배어 있고, 보통 쫀득한 녹두 찹쌀밥(xôi vò)을 곁들여 먹습니다.

타인: 중부로 향하면 고도 후에(Huế)가 있습니다. 후에는 다양한 종류의 달콤한 째의 "수도(首府)"로 유명해요. 후에의 째 하면 응우옌 왕조 시대 왕에게 진상하던 ‘고량진미’ 궁중 디저트, 연꽃씨 째(Chè Sen·째 샌)와 용안 연꽃씨 째(Chè Sen Long Nhãn·째 샌 롱 냔)를 빼놓을 수 없죠.

후에의 째 샌는 후에의 띤떰(Tịnh Tâm) 호수에서 난 유명한 생 연꽃 씨앗을 으깨지지 않게 부드럽게 쪄낸 뒤, 맑은 각설탕 물에 끓여내어 고소하고 향긋합니다.

째 샌 롱 냔은 잘 쪄낸 연꽃 씨앗을 과즙이 풍부하고 도톰한 용안 과육 안에 정교하게 채워 넣은 째예요. 용안의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과 연꽃 씨앗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무척 조화롭고 기품 있는 맛을 냅니다.

리: 네네, 그리고 풍요로운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면 째 바바(Chè Bà Ba) 또는 째 퉁(Chè Thưng)이라 불리는 째가 대표적입니다. 고구마, 카사바, 연꽃 씨앗, 녹두, 채 썬 목이버섯, 쫀득한 타피오카 전분 등을 듬뿍 넣고 끓이는데, 이 째의 영혼을 완성하는 핵심은 바로 판단 잎(lá dứa)의 향이 밴 진하고 고소한 코코넛 밀크입니다.

타인: 외국인 친구들은 째가 여름에만 먹는 시원한 디저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쌀쌀한 날씨나 북부의 겨울에 제격인 따뜻한 째도 정말 많잖아요.

리: 그게 바로 베트남 째 문화의 독특한 매력이죠. 째는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북동계절풍이 불어오는 겨울이면 베트남 사람들은 몸을 녹이기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째도 찾습니다.

타인: 맞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베트남식 새알심 째(Chè Trôi Tàu·째 쪼이 따우)죠. 쫀득한 찹쌀 반죽 안에 녹두나 검은깨 소를 듬뿍 채워 빚은 뒤, 생강 향이 진하게 배인 달달한 사탕수수당 물에 끓여내고, 얇게 썬 코코넛 과육과 고소한 볶은 땅콩을 얹어 먹습니다. 뜨거운 째 를 한 숟갈 떠먹으면 생강의 알싸하고 따뜻한 기운이 퍼지면서 겨울의 추위가 눈 녹듯 사라지죠.

리: 아, 째 바 꼿(Chè Bà Cốt)도 있어요. 찹쌀에 사탕수수당과 다진 생강을 듬뿍 넣고 끓여낸 째인데요. 짙은 갈색을 띠고 쫀득하며, 진한 단맛과 알싸한 생강 향이 어우러져 녹두 찹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카사바 째(Chè Sắn Nóng·째 산 농)도 빠질 수 없죠. 먹기 좋게 썬 포슬포슬한 카사바를 사탕수수당, 다진 생강과 함께 국물이 걸쭉해질 때까지 푹 끓인 뒤, 고소한 코코넛 밀크를 곁들여 먹는 별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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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그럼 청취자분들이 베트남을 여행할 때 이 정통 째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리: 하노이의 유명한 째집 몇 곳을 추천해 드릴게요. 먼저 1975년에 문을 열어 전통 째로 아주 유명한 호안끼엠(Hoàn Kiếm)동 항껀(Hàng Cân) 거리 4번지의 '째 본 무어(Chè Bốn Mùa: 사계절 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3년 늦은 1978년에 레반흐우(Lê Văn Hưu) - 응오티념(Ngô Thì Nhậm) 교차로에 문을 연 ' 째 므어이 사우(Chè Mười Sáu: 16번지 째집)'도 빼놓을 수 없죠. 호안끼엠동 밧단(Bát Đàn) 거리 1번지에 있는 '째 바 틴(Chè Bà Thìn: 틴 할매의 째)'은 정통 하노이식 ‘째 호아 까우’와 녹두 찹쌀밥의 조화를 맛보거나, 겨울철 따뜻한 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타인: 청취자가 베트남 중부에 계신다면, 어디로 가야 달콤한 째를 맛볼 수 있을까요?

리: 후에를 여행 중이시라면 훙브엉(Hùng Vương) 거리 29번 골목 1호에 있는 '째 햄(Chè Hẻm, 골목 째집)'이나, 옛 궁중 스타일의 연꽃씨 째와 용안 연꽃 씨앗 째를 맛볼 수 있는 '째 머 똔 딕(Chè Mợ Tôn Đích)'을 추천합니다.

타인: 네, 제가 호찌민시의 째 맛집을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바로 스 반 하인(Sư Vạn Hạnh) 지역 브언라이(Vườn Lài)동 H구역 032호에 있는 '째 멈 카인 비(Chè mâm Khánh Vy)'입니다. 무려 16가지 종류의 째가 쟁반 하나에 가득 담겨 나오는 곳으로, 여럿이 함께 가서 다양한 메뉴를 골고루 맛보고 싶을 때 완벽한 곳이죠. 가격도 한 그릇당 10,000동(한화 약 600원) 으로 부담이 없는 가격입니다.

리: 청취자 여러분, 무더운 여름날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째든, 한겨울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째든, 베트남의 전통 째는 단순한 간식이나 디저트를 넘어 세대를 이어 베트남 사람들의 삶과 정서 속에 자리해 온 문화의 한 부분입니다.

타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베트남 미식 문화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아, 리 씨! 다음 주에는 청취자들과 함께 어떤 음식으로 '체크' 해볼까요?

리: 다음 <'한 입'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서민들의 투박하고 소박한 '부서진 쌀'에서 시작해 이제는 호찌민시의 자유롭고 활기찬 일상을 상징하게 된 아주 특별한 요리를 만나볼 예정입니다.

타인: 어머, 벌써부터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그 특별한 요리의 정체가 궁금하시다면 다음 주 방송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리: 자, 오늘 달콤했던 미식의 공간을 마무리하며, 여가수 ‘호앙 투이 린(Hoàng Thùy Linh)’이 부르는 <새알심(Bánh trôi nước·바인 쪼이 느억)>을 띄워드립니다. 민속 문학의 소재와 현대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이 곡이 베트남 음식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기리며 오늘 방송의 완벽한 마침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베트남 전통 째를…

타인 + 리: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