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한 입' 베트남>을 사랑해 주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베트남의 다채로운 맛과 향을 따라 끝없는 미식 여행을 이어갈 수 있어 정말 반갑습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 씨의 먹방 파트너,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리: 지난번 살짝 힌트를 드렸던 것처럼, 이번 시간에는 서민들의 소박한 '부서진 쌀'에서 시작해 호찌민시의 자유롭고 활기찬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아주 특별한 음식을 찾아갑니다. 여러분, 어떤 음식인지 알아 맞추었나요? 오늘 저희가 소개해 드릴 주인공은 호찌민시와 베트남 남부 길거리 음식을 상징하는 대표 메뉴 ‘껌떰(Cơm Tấm)’입니다.

타인: 껌떰은 2023년 세계적인 미식 전문 매체 테이스트아틀라스(TasteAtlas)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쌀 요리 100선>에서 무려 3위에 오른 요리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아시아기록기구(Asia Record Organisation)로부터 사이공 껌떰의 독특한 미식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죠.

리: 여러분, 그거 아세요? 껌떰은 베트남을 찾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랍니다. 특히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양념 갈비(sườn·스언)의 코끝을 자극하는 향과 밥의 조화는 한국 분들에게도 참 익숙하게 다가갈 거예요.

타인: 맞아요.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의 풍미 때문에 많은 한국 분들이 한국의 '갈비'를 떠올리시곤 하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껌떰을 즐기는 방식은 아주 독특합니다. 베트남의 전통적인 식사에서는 보통 밥을 그릇에 담아 젓가락으로 먹지만, 껌떰은 접시에 밥을 담고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해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리: 네, 맞습니다. 어쩌면 이런 조화로운 결합이 껌떰만의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어요. 밥 위에 양념이 깊게 배인 숯불 갈비 한 점, 거기에 새콤달콤하고 진한 베트남 느억맘 소스와 고소한 파기름을 살짝 얹어 먹으면,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말 최고의 에너지가 되어주죠.

타인: 이렇게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그 탄생과 역사 이야기 역시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요. 리 씨와 청취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리: 네, 기록된 역사로 보자면 껌떰은 가난한 노동자 계층에서 아주 소박하게 시작되었습니다.

타인: 공신력 있는 자료들에는 정확히 어떻게 기록되어 있나요, 리 씨?

리: 뚜오이째(Tuổi Trẻ·청년) 신문, 호찌민시 관광 잡지(Tạp chí Du lịch TP.HCM), 그리고 라오동(Lao Động·노동) 신문 등 베트남 주요 언론 매체들의 역사 보도와 기사들에 따르면, 20세기 초 프랑스 식민지 시절 쩌런(Chợ Lớn) 지역 따우후(Tàu Hủ) 운하 변에 있던 빈동(Bình Đông) 곡창은 메콩강 삼각주 서부 지역에서 올라온 벼를 받아 관리하던 곳이었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쌀 운반 노동자들이 도정기 주변에 떨어져 있던 부서진 쌀알, 이른바 '떰(Tấm)'을 쓸어 모아 집으로 가져가 밥을 지어 먹곤 했죠.

타인: 그렇군요~ 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속을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찾던 ‘서민 음식’에서, 사이공이라는 자유롭고 호방한 도시의 '미식의 영혼'으로 놀랍게 변신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제대로 된 정통 사이공 껌떰 한 접시를 맛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리: 제대로 된 정통 껌떰 한 접시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바탕이 되는 '부서진 쌀'인 떰(Tấm)입니다. '떰'은 방아를 찧는 과정에서 부서진 쌀알로, 보통 온전한 쌀알보다 저렴하게 판매되었습니다. 옛날 농부나 짐꾼들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양껏 배를 채울 수 있고 영양가도 높아서 이 쌀을 자주 사 먹곤 했죠. 맛있는 껌떰 밥은 밥알이 찰지게 엉겨 붙지 않고 고슬고슬하게 지어져야 하며, 쌀알이 작고 고와 온전한 쌀밥처럼 찰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거나 건조해서도 안 됩니다. 특히 밥알이 하나하나 흩어지면서 특유의 구수한 향이 살아있어야 하죠.

타인: 다음은 껌떰의 아이코닉한 '삼총사', 바로 '스언 - 비 – 짜(Sườn – Bì – Chả)'입니다. 숯불 갈비(돼지 등심이나 갈빗대)인 ‘스언 느엉(Sườn nướng)’은 마늘, 샬롯, 베트남 젓갈인 ‘느억맘(nước mắm)’, 꿀, 심지어 어떤 집은 연유를 살짝 넣어 양념한 뒤 붉은 숯불 위에서 직접 노릇노릇하게 구워냅니다. '비(Bì)'는 삶은 돼지 껍데기를 얇게 채 썰어 볶은 쌀가루(틴·thính)에 버무려 고소함을 더한 것이고, '짜 쯩(Chả trứng)'은 다진 돼지고기, 오리알, 목이버섯, 당면을 부드럽게 섞어 쪄낸 뒤 위에 노른자를 노랗게 발라 구워낸 계란 찜요리입니다.

리: 하지만 이 모든 재료를 하나로 묶어주는 ‘찐’ 영혼은 바로 호박빛을 띠는 새콤달콤하고 진득한 느억맘 소스입니다. 껌떰과 함께 먹는 느억맘 소스는 매콤할 수도, 안 매콤할 수도 있지만, 짜기보다는 달콤한 맛이 훨씬 강해야 하며 신맛이 강해서는 안 됩니다. 껌떰을 정말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잘 지어진 껌떰 밥 위에 느억맘 소스를 자작하게 붓고, 향긋한 파기름과 바삭한 돼지비계 튀김(tóp mỡ·똡머)만 살짝 얹어 먹어도 충분하다고 하죠. 아, 그리고 맛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얇게 썬 오이, 토마토, 그리고 채소 절임을 곁들여 먹습니다.

타인: 듣고 보니 전통적인 껌떰 한 접시만으로도 꽤 푸짐한 양인 것 같네요. 하지만 요즘은 껌떰 메뉴가 훨씬 더 다양해졌습니다, 여러분~

리: 맞습니다. 손님들의 입맛 변화에 맞춰 요즘 껌떰집들은 선택할 수 있는 고명이 훨씬 풍성해졌어요. 스언, 비, 짜 외에도 오믈렛, 소시지, 베트남식 소시지인 ‘랍 쓰엉(lạp xưởng)’, 계란 장조림, 심지어 가게에 따라 닭구이나 오징어 순대까지 추가해서 즐길 수 있답니다.

타인: 이처럼 껌떰은 전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점점 더 다채롭게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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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자, 이제 청취자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시던 시간입니다! 호찌민시에 가면 껌떰을 어디서 맛봐야 진짜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리: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유명한 곳은 푸뉴언(Phú Nhuận)동 당반응으(Đặng Văn Ngữ) 거리 84번지에 위치한 '껌떰 바 기엔(Cơm tấm Ba Ghiền)'입니다. 이곳은 호찌민시에서 유일하게 미쉐린 빕 구르망 목록에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껌떰 전문점이에요. 접시 전체를 가득 덮을 정도로 거대한 '대왕 숯불 스언'이 정말 인상적인데, 고기가 육즙이 가득하고 양념이 잘 배어 있습니다. 1인분 가격은 약 90,000 ~ 170,000 베트남동(한화 약 4,800~9,000원) 선입니다.

타인: 역사적인 깊이가 있는 오래된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민풍(Minh Phụng)동 투언끼에우(Thuận Kiều) 거리 54번지에 둔 본점을 비롯해 '껌떰 투언 끼에우(Cơm tấm Thuận Kiều)' 체인점을 찾아가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1975년 이전부터 이어져 온 브랜드로, 곱고 작은 밥알과 50가지가 넘는 풍성한 토핑 메뉴로 유명하죠. 투언끼에우 지점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즉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스언, 비, 짜가 들어간 모둠 껌떰 한 접시 가격은 120,000 동(약 6,500원), 스언만 얹은 껌떰은 약 70,000 동입니다.

리: 만약 청취자분들께서 야식을 원하신다면, 칸호이(Khánh Hội)동 호앙지에우(Hoàng Diệu) 거리 134번지에 위치한 ' 껌떰 홍 깔멧(Cơm Tấm Hồng Calmette)'을 추천합니다. 이 집은 오후 3시 반부터 익일 새벽 1시 반까지 문을 열거든요. 인도에 소박한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영업하는 정겨운 현지 식당이에요. 그렇다 보니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어서, 스언이 올라간 껌떰 한 접시가 40,000동, 스언·비·짜가 다 들어간 모둠은 70,000동 정도로 약 2,200~3,800원 사이입니다.

리: 껌떰은 수많은 사이공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단순한 서민 음식을 넘어, 부서진 쌀알 하나하나를 아껴 풍부하고 완벽하며 독창적인 맛으로 승화시킨 베트남 식문화의 위대한 창의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타인: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베트남 식문화 속에 담긴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 사랑하게 되네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떠셨나요?...아, 리 씨~ 다음 주에는 청취자 여러분을 어떤 음식으로 안내해 주실 건가요?

리: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는 다시 북부로 올라가, 하노이 가을의 상징이자 은은하고 쫀득하며 향긋한 별미를 찾아갑니다. 과연 어떤 음식일지 감이 오시나요? 자세한 건 다음 주까지 비밀로 남겨둘게요.

타인: 우와, 벌써부터 너무 기다려집니다!

리: 네, 그럼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며 '푸엉미찌(Phương Mỹ Chi)' 가수가 부르는 <쌀알의 록(Rock Hạt Gạo)>을 들려드립니다. 자부심 넘치는 멜로디와 민속 음악의 정취,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이 곡은 베트남의 옥(玉)과도 같은 '쌀알'에 바치는 아름다운 찬가가 될 것입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껌떰을…

타인 + 리: 한 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