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베트남 속에 숨겨진 흥미진진한 음식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시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먹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맛있는 음식 앞이라면 언제든 ‘배고플 준비’가 되어 있는 <한 입 베트남>의 진행자 프엉 리입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앞으로 리 씨와 함께, 듣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와!” 소리가 절로 나는 베트남 음식 여행을 함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리: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그럼 베트남의 맛있는 로드, ‘미식(美食)의 길’로 지금 바로 출발해 볼까요?
(리 + 타인): 출발~
타인: 리 씨, 오늘이 <한 입 베트남>의 첫 방송이잖아요. 그래서 아주 특별한 메뉴를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음식인가요?
리: 맞습니다! 한국인들이 ‘베트남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로 그 음식인데요. 타인 씨와 청취자 여러분, 이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시고 오늘 제가 어떤 음식을 소개할지 맞춰보세요~
타인: 혹시…베트남 쌀국수(phở)인가요?
리: 정답입니다. 그럼 오늘 음식 여정에 베트남 쌀국수(phở)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사실 한국에서도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정말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죠.
베트남 쌀국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타인: 맞아요! 특히 지난 4월이었죠.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을 때, 현지의 한 소박한 로컬 식당에서 쌀국수 한 그릇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드신 모습이 큰 화제가 됐었죠.
리: 하하, 맞아요. 보통 한국의 식사 예절에서는 그릇을 손에 들고 먹기보다는, 그릇을 식탁에 두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뉴스에 등장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물 맛이 좋았는지 그릇을 들고 국물을 남김없이 마시는 장면이 화제가 됐죠. 그 모습이 베트남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타인: 그런데 리 씨, 한국 사람들이 왜 유독 베트남 쌀국수 국물을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리: 제 생각에는 한국의 ‘곰탕’과 닮은 점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뼈를 넣고 몇 시간 동안 푹 고아낸 깊고 진한 국물 맛이 마치 ‘보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뜨거운 국물로 몸보신을 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식문화가 참 많이 닮아 있죠. 그리고 또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많은 한국 분들이 쌀국수를 ‘해장 음식’으로 즐기시더라고요. 타인 씨, 그 이유를 아시나요?
타인: 음, 뜨끈한 국물을 마시면 속이 확 풀리기도 하고,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만든 면이라 소화가 잘돼서 부담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리: 맞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따뜻한 국물, 수분 보충, 영양 공급이 어우러진 음식이라 술 마신 다음 날에도 부담 없이 먹기 좋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쌀국수에는 간 해독을 돕고 숙취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억제하는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과음 후에는 위가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단백질이 풍부한 소고기와 부드러운 쌀면이 위를 부드럽게 달래주니 속이 편안해질 수밖에 없죠.
타인: 와, 쌀국수에 그런 과학적인 해장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놀랍네요. 그런데 리 씨, 쌀국수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이 음식을 천 년 전부터 먹어온 베트남의 전통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게 맞나요?
리: 아~ 참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시곤 해요. 하지만 사실 쌀국수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답니다! 퍼(Phở)·쌀국수는 20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등장한 비교적 근대적인 음식입니다.
타인: 세상에, 정말인가요? 적어도 몇백 년은 된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리: 그렇죠. 20세기 초 하노이 골목길에서 멜대를 멘 노점상들이 팔기 시작한 게 시초였어요. 그러다 점차 베트남 식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특히 2024년 8월 9일에는 ‘하노이 쌀국수’와 ‘남딘(Nam Định) 쌀국수’가 베트남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베트남 음식문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됩니다.
타인: 베트남 분들 사이에서도 하노이 스타일과 남딘 스타일 중 어디가 더 맛있는지 은근히 논쟁이 치열하더라고요. 리 씨가 보시기엔 어떤가요?
리: 그건 정말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보통 ‘남딘 쌀국수’는 국물에 느억맘 (nước mắm·액젓)과 생강을 많이 넣고 계피나 팔각(八角)은 적게 내는 편이에요. 기름기가 살짝 돌면서 맛이 진하고 깊은 게 특징이죠. 면발도 대개 넓적한 편이고요.
타인: 그렇군요.

리: 반면에 ‘하노이 쌀국수’는 국물이 맑고 담백해요. 가게마다 비법에 따라 계피, 팔각, 정향, 생강 등을 은은하게 우려내고, 어떤 곳은 천연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숭(Sá sùng, 갯지렁이의 일종)’을 쓰기도 합니다. 면발은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뜨거운 국물에 쉽게 퍼지지 않는 쫄깃함을 자랑하죠. 또 ‘베트남 쌀국수·퍼’의 유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 요리인 ‘포토푀(Pot-au-feu)’에서 왔다는 설, 중국 화교의 ‘우육면’에서 왔다는 설, ‘분사오쩌우(Bún xáo trâu)’ 베트남 전통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타인: 한국에서는 주로 ‘소고기 쌀국수(퍼 보)’를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베트남 현지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쌀국수가 있더라고요.
리: 맞아요.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 대부분 소고기 쌀국수만 봐서 아쉬웠어요. 한국 청취자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베트남에는 담백한 국물에 닭고기를 얹어 먹는 ‘닭 쌀국수(퍼 가)’, 국물 없이 볶아 먹는 ‘볶음 쌀국수(퍼 싸오)’, 겉바속촉의 정석인 ‘튀김 쌀국수(퍼 찌엔 퐁)’, 각종 채소를 얇은 쌀국수에 싸 먹는 신선한 ‘쌀국수 롤(퍼 꾸온)’, 그리고 새콤달콤한 소스에 비벼 먹는 ‘비빔 쌀국수(퍼 쫀)’와 ‘신맛 쌀국수(퍼 쭈아)’까지 정말 무궁무진해요. 채식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깔끔한 ‘채식 쌀국수(퍼 짜이)’도 있답니다.
타인: 와, 메뉴가 정말 많네요. 전부 다 한 번씩 먹어보고 싶어요! 그럼 리 씨, 현지인처럼 쌀국수를 제대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꿀팁 좀 알려주세요.
리: 베트남 북부에서는 국물의 깔끔한 맛을 살리기 위해 주로 마늘식초와 신선한 다진 고추, 고수를 곁들여 먹습니다. 반면 일 년 내내 신선한 채소가 풍부한 남부 지역에서는 숙주와 향이 강한 타이바질, 쿨란트로, 얇게 썬 양파 등 허브를 아낌없이 팍팍 넣고, 소고기는 해선장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타인: 지역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니, 알면 알수록 흥미롭네요.
리: 네, 그렇죠.
타인: 그럼 하노이에서 가볼 만한 쌀국수 맛집도 몇 군데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리: 이재명 대통령이 국물을 싹 비웠다고 하는 쌀국수를 드셔보시려면 호안끼엠(Hoàn Kiếm) 호수 근처 딘리엣(Đinh Liệt) 거리 40번지에 있는 ‘리꾸옥스 소고기 쌀국수(Phở bò Lý Quốc Sư)’를 추천해 드려요. 그 외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들이 많은데요, 로둑(Lò Đúc) 거리 3번지의 ‘퍼 틴(Phở Thìn)’, 마이학데(Mai Hắc Đế) 거리 36B번지의 ‘퍼 스엉(Phở Sướng)’, 그리고 밧단(Bát Đàn) 거리 49번지의 ‘밧단 전통 쌀국수(Phở Gia truyền Bát Đàn)’가 유명합니다.
타인: 베트남에서 쌀국수 한 그룻에 얼마일까요?
리: 요즘 베트남 현지 쌀국수 한 그릇 가격은 평균 5만~8만 동 사이인데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000~5,000원 정도예요.
타인: 그리 비싸지 않네요.
리: 한국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니 베트남에 오시면 꼭 쌀국수 먹방 투어를 즐겨보셔도 좋겠습니다.
리: 쌀국수가 베트남 국물 국수의 ‘왕’이라면, 다음 주에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수도 하노이의 대표 음식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타인: 오! 혹시 숯불에 구운 고기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바로 그 국수인가요?
리: 눈치채셨군요, 타인 씨!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는 한국 여행객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은, 불향 가득한 ‘분짜(Bún chả)’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타인: 와, 말만 들어도 벌써 군침이 도네요. <한 입 베트남> 다음 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리: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베트남의 록 밴드 ‘깟딴더이(Gạt Tàn Đầy)’가 부른 노래, <퍼(Phở)>를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타인: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부터 맛있는 분짜 한 접시까지, 베트남의 맛을 찾아 떠나는 우리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이 시간에 맛있는 ‘분짜’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리: 그럼 지금...
타인: 베트남 쌀국수(phở)를...
리 + 타인: 한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