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이면 깍망탕땀(Cách Mạng Tháng Tám) 거리, 쯔엉찐(Trường Chinh) 거리, 꽁화(Cộng Hòa) 거리는 여전히 오토바이로 가득 들어찬다. 호찌민시는 2025년 빈즈엉(Bình Dương)성과 바리어-붕따우(Bà Rịa – Vũng Tàu)성을 통합한 뒤 인구 1,400만 명이 넘는 초대형 도시로 거듭났다. 메트로 1호선은 개통 후 첫 1년 동안 2,050만 명 이상의 누적 이용객을 기록했지만, 추산에 따르면 전체 이동 수요의 약 0.5%만 충족하는 수준이다.
도로에 이동 수요가 집중되는 이유는 도시철도망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데 있다. 1,400만 명이 넘는 초대형 도시에 노선이 단 하나뿐이니, 이동 수요 대부분이 도로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호찌민시는 벤타인(Bến Thành)역에서 탐르엉(Tham Lương)역까지의 구간을 잇는 2호선 등 신규 노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공되면 도심과 북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이 노선이 앞서 언급한 주요 도로의 교통 혼잡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에는 두 대형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출발해 베트남을 대표하는 복합 산업 그룹으로 성장한 타코는 설계·조달·시공(EPC)을 일괄 수행하는 컨소시엄의 주간사를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사업에 참여한다. 현대로템은 40개국 이상에 철도 솔루션을 공급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 전문 기업이다.
2026년 4월,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두 그룹은 4,910억 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이 베트남에서 수주한 첫 번째 사업이기도 하다. 현대로템 조일연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30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호찌민시 중심 지역을 잇는 핵심 노선인 만큼 커다란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현대로템의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호찌민 시민들이 매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열차를 적기에 공급하겠습니다.”
해당 전동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110킬로미터이며, 최고 등급의 무인 운전 시스템인 GoA4를 탑재한다. 2030년 12월부터 승객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조일연 본부장에 따르면 핵심 경쟁력은 타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타코가 자동차 분야에서 쌓아온 협력 관계가 이제 철도 분야로 확장된 것으로, 완성 전동차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단계적 현지화를 지향한다.
전동차 162량 가운데 첫 6량은 현대로템이 한국에서 제작하고 이후 베트남 측에 기술을 이전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나머지 156량은 타코가 베트남 현지에서 조립·완성한 뒤 시험한다. 이 사업을 위해 타코는 호찌민시에 320헥타르 규모의 철도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데 투자했다. 조일연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이 한 세대 만에 독자적인 고속열차 기술을 확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철도 산업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타코그룹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호찌민시 메트로 2호선 사업을 첫 발판으로 삼아, 최고 시속 421킬로미터를 달성한 고속철도 제작 경험까지 앞세운 현대로템은 타코와 함께 베트남의 다른 주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일연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타코그룹과의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호찌민시를 시작으로 베트남의 주요 철도 사업으로 협력을 넓혀, 머지않아 현대로템 기술자들의 손길로 제작된 철도차량이 베트남 시장을 누비게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베트남 최대 외국인직접투자국인 한국은 이제 기술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거듭나며 베트남·한국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심화하고 있다. 양국 협력의 열차가 출발할 때, 그 안에는 철도 산업 자립을 향한 베트남의 열망도 함께 실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