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베트남에는 여전히 약 17만 5,000명의 열사가 미발굴 상태로 남아 있으며, 발굴된 유해 중에서도 약 30만 구의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신원 확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과학 기술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사자 유해 발굴·신원 확인 500일 집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현재 전국 다수의 묘지에서 DNA 시료 채취 작업이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치열한 전장 중 하나였던 중부 지방 꽝찌(Quảng Trị)성 군사지휘부 소속 제584부대는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5,900여 기의 묘역이 있는 9번 국도 국립 전사자 묘지에서 시료 채취 작업을 수행 중이다. 각 묘역은 관리 및 신원 확인을 위해 엄격한 절차에 따라 발굴, 시료 채취, 사진 촬영 및 디지털화 과정을 거친다. 꽝찌성 군사지휘부 제584부대장인 응오 타인 리엠(Ngô Thanh Liêm) 중좌(한국군 중령 해당)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선배 전우들의 유해와 정보, DNA 시료가 하나씩 발견되고, 이 정보들이 직접 디지털화되어 국가 지도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될 때마다 저희는 큰 원동력을 얻습니다. 선배님들의 이름과 정보를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그들의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유가족의 염원을 이루어 드리는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시료 채취와 병행하여 전사자 유가족의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보완 작업도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공안부는 신원 미상 전사자 유가족의 DNA 데이터 5만 3,000여 건을 분석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동기화했다. 이와 동시에 각 부처 및 과학 기관과 협력하여 신원 미상 전사자 25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공식 인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사자 유가족의 DNA 시료 약 30만 개를 수집하여 대조 작업을 위한 데이터 자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시료 자원과 데이터베이스가 점차 완성됨에 따라, 차세대 DNA 감식 기술 역시 전사자 유해 신원 확인에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베트남 과학기술한림원이 2025년부터 시범 적용한 차세대 DNA 감식 기술인 ‘NGS-SNP’는 비교적 높은 정확도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베트남 과학기술한림원 생물학연구소 산하 DNA 감식 센터의 쩐 쭝 타인(Trần Trung Thành)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인 NGS-SNP를 활용한 DNA 감식은 핵 게놈(Nuclear genome)에 적용되는 일련의 기술 공정입니다. 이는 베트남의 DNA 감식 분야에서 이룬 큰 진전입니다. 이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감식에 참여할 수 있는 유가족의 범위를 모계로만 국한하지 않고 부계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4세대나 5세대 후손까지도 감식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실증적 정보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더라도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 전사자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새로운 희망과 기회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