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년 베트남 낀박(Kinh Bắc, 현 박닌성)을 떠나 바다를 건너 한국에 정착한 이용상 왕자*는 현지 주민들과 힘을 합쳐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공을 세웠으며, 화산 이씨(花山 李氏)의 시조가 됐다. 80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그의 여정은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오랜 역사적 유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경북 봉화군 충효당 유적지에서 이용상 왕자의 한국 정착 800주년 기념행사가 엄숙히 거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부 호(Vũ Hồ) 주한 베트남 대사를 비롯해 박닌성 대표단, 경상북도와 봉화군 관계자, 화산 이씨 후손, 재한 베트남 교민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선조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적 유산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행사에서는 박닌성이 봉화군에 기증한 ‘이장발(Lý Trường Phát) 시비’와 ‘리(Lý) 왕조 양식 용 조각상’ 한 쌍이 공개됐다. 이와 함께 ‘용의 길’ 퍼레이드, 800송이의 LED 연꽃 조명, 박닌 꽌호(Quan họ) 민요와 전통 예술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이를 통해 양국의 문화를 나누고 우호 관계를 다지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8세기에 걸친 유대를 바탕으로 봉화군을 한국-베트남 문화·관광·경제 교류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봉화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박닌시와 봉화군은 교육, 무역, 민간 외교 등 다방면에 걸친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역사적 유산을 실질적인 발전의 원동력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이용상 왕자의 한국 정착 800주년 기념행사는 한국-베트남 양국의 오랜 역사적 유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며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상 왕자는 1174년에 태어나 리(Lý, 李) 왕조의 6대 왕인 리 영종(1138~1175년 재위)과 현비 레 미 응아(Lê Mỹ Nga)의 일곱째 아들이다. 그는 리 고종(1175~1210년 재위)의 동생이자 리혜종(1211~1224년 재위)과 리 소황(1224~1226년 재위)의 숙부이다. 리 왕조 시절 그는 해군대도독을 비롯한 여러 중요 직책을 역임했다. 쩐(Trần, 陳) 왕조가 권력을 잡자, 이용상 왕자는 가족과 관리들을 이끌고 대월(Đại Việt, 大越)국을 떠나 세 척의 대형 함대를 이끌고 동해로 출항했다. 그들의 항해는 바다 위를 표류하며 폭풍을 만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고려 서해안(현재 조선인민공화국(이하 조선) 서북부)의 황해도 옹진에 도착했다.

(사진: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