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의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 이어 19일에는 김정은 조선 국무위원장과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동맹
UFS 연습 규모 축소 결정은 훈련 개시를 목전에 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만 기습적으로 발표되어 관련국 모두에게 큰 놀라움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대통령은 훈련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조선에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이 연합훈련 개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으며,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대규모 훈련을 지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6~2020년) 당시에도 한미 연합훈련이 “돈 낭비”라며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UFS 훈련의 막판 규모 축소 결정이 한미관계는 물론,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반의 안보 환경에 중요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결국은 동맹국인 한국도 미-이란 전쟁에서 지금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라는 서운함의 표시예요. 그러면 그 다음에 얘기해 주는 건 뭘까요? 만약에 한국이 버든 셰어링(burden sharing), 즉 부담 분담 차원에서 미국의 지역이나 세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도 얼마든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의 시큐리티 커미트먼트(security commitment)의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나 마찬가지예요. 바로 그런 의사 표현의 하나로 연합훈련을 언급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 이면에 안보 공약 분담 요구뿐만 아니라 경제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앞서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수입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가로 한국이 대출, 신용보증, 지분 투자 등의 형태로 3,500억 달러(약 46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미국에 ‘즉각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발표 후 거의 1년이 지나도록 해당 합의와 관련된 어떠한 투자나 무역 프로젝트도 실행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지연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해 왔다. 따라서 이번 UFS 훈련 축소는 2029년 1월 시한 이전에 투자 및 무역 공약을 신속히 구체화하도록 한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미국의 광범위한 외교 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워싱턴의 ‘지렛대’로도 해석된다.
조선-미국 대화 재개 움직임
미국의 철저한 이익 계산에서 비롯된 굳건한 한미동맹의 균열 조짐과 더불어, 최근의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조선 변수’이다. 8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구축했다고 주장하는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올해 말 그와 만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어 20일에는 조선의 핵탄두 보유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만약 자신의 1기 정책이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조선 문제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워싱턴이 한반도에 대한 외교 및 안보 정책에서 중대한 궤도 수정을 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 산하 조선 전문 매체 ‘38노스(38 North)’의 제니 타운(Jenny Town) 국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시작부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열망해 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는 협상 재개에 대한 의사를 여러 차례 타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전개하는 방식을 보면, 그는 군사훈련의 연기나 축소를 자신의 의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활용하여 외교적 기회를 창출하려 노력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실행 방식이 다소 체계적이지 못해, 특히 실질적인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그가 원하는 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최근 며칠간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숨 가쁜 행보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미관계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UFS 규모 축소가 한미 연합군의 훈련 및 전투 준비 태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OPCON)을 한국이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는 국내의 ‘자주국방’ 여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조선-미국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변동성에 대한 한반도 양측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니 타운 국장은 덧붙였다.
“앞으로 몇 주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조선이 이번 사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한국 정부와 군이 이 갑작스러운 조치에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잠재적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두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