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원들은 각자 부여받은 임무를 철저히 숙지하고 책임감을 최대한 발휘하여, 전사자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고자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이번 임무를 통해 외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7월 동쑤언(Đồng Xuân) 지역의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닥락성 군사지휘부 정치실 정책반 소속 레 남 닌(Lê Nam Ninh) 중좌(한국군 중령 해당)는 전우 및 민병대, 법의학 전문의들과 함께 쑤언꽝하이(Xuân Quang 2) 열사묘지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묘 앞에서 한 겹 한 겹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내며,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묻혀 있던 아주 작은 흔적조차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닌 중좌에게 이번 일은 정책 실무자로서의 임무 그 이상이다. 전쟁 중 순국한 외할아버지의 묘를 찾고자 하는 가족의 오랜 염원이자, 어머니가 생전에 간직했던 마지막 소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매일 수백 기의 이름 없는 묘 사이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언젠가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유가족이 수십 년의 기다림 끝에 그리운 가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닌 중좌의 사연은 이름 없는 묘 하나하나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 닥락성 전체에는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열사 묘가 4,100기가 넘게 남아 있다. 묘 하나하나는 유가족이 아직 이루지 못한 염원을 담고 있으며, 이는 ‘전사자 유해 발굴·신원 확인 500일 집중 캠페인’이 추진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르며 전쟁의 흔적은 많이 희미해졌다. 어떤 묘에는 치아 몇 개나 아주 작은 뼛조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유해가 심하게 훼손돼 DNA 감식을 위한 생체 시료 채취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채취된 모든 생체 시료는 매우 엄격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닥락성 법의학 센터의 호 낌 티(Hồ Kim Thi) 의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료 처리 과정은 극도로 세심하게 이루어집니다. 작업자로 인한 교차 오염이 발생하거나 시료 자체가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시료 채취 자체가 이미 매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오직 조국을 위해 희생한 열사들의 신원을 되찾아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DNA 채취와 더불어 이번 캠페인의 새로운 특징은 각 묘에 관한 모든 정보가 현장에서 즉시 디지털화된다는 점이다. 묘의 위치와 현재 상태부터 DNA 시료까지 모두 데이터 시스템에 업데이트되어, 향후 유가족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 및 보관이 더욱 용이해진다. DNA 감식과 데이터 디지털화의 결합은 신원 확인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관리 과정에서의 정보 유실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쑤언꽝하이 열사묘지 작업을 마친 뒤, 실무팀은 관내 나머지 열사묘지에서도 시료 채취를 이어갈 예정이며, 베트남 및 캄보디아에서의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수습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오 미(Đào Mỹ) 닥락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희는 열사 신원 확인을 위한 500일 집중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신원 확인을 위한 시료 채취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재점검하고 업무 일정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베트남 내 열사 유해 수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캄보디아에서의 지속적인 수색을 위한 계획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 채취된 생체 시료들은 신원이 최종 확인되기까지 유가족의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 및 감식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열사들의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한 여정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쑤언꽝하이 열사 묘역에서는 묵묵히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반세기가 지나 남겨진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묘 하나하나를 최대한 신중하게 열고 아주 작은 흔적조차 소중히 다루며 보존하고 있다.
이름 없는 모든 묘에 대해 당장 해답을 얻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보관된 DNA 시료 하나, 디지털화된 정보 하나하나는 순국열사들의 신원을 확인할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유가족이 수십 년간 이어진 기다림을 끝내고, 사랑하는 가족이 마침내 본래의 이름을 되찾도록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