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안녕하세요, <'한 입' 베트남>의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베트남 곳곳에 숨어 있는 특별한 맛과 음식 이야기를 찾아,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맛있는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 씨의 동행자,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리 씨,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을 어떤 음식을 살펴볼까요?
리: 오늘은 탕롱(Thăng Long)-하노이의 가장 오래되고 독특한 대표 음식 중 하나를 만나보려고 합니다. 이 음식 이름이 구시가지의 한 거리 이름으로 붙여졌을 만큼 매우 유명하고 깊은 인연을 가진 음식이죠.
타인: 이쯤 되면 하노이를 사랑하는 청취자분들은 벌써 눈치채셨겠죠? 바로 '짜까 라봉(Chả cá Lã Vọng)' 맞죠, 리씨?
리: 딩동댕~ 정확합니다. 베트남 쌀국수 퍼(Phở)나 분짜(Bún chả)가 하노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미식을 대표한다면, 짜까 라봉은 손님이 직접 조리하며 즐기는 섬세하고 특별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5년 8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짜까 라봉 조리 및 시식에 관한 민속 지식'을 국가무형문화유산 목록에 공식 등재했습니다. 그 전에도 미국 CNN 방송이 하노이를 방문할 때 꼭 한 번 맛봐야 할 최고의 음식 중 하나로 짜까 라봉을 극찬한 바 있죠.
타인: 이 음식을 한국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 제가 가장 먼저 꼼꼼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짜까(Chả cá)'라는 단어예요. 한국 분들에게 '짜까'를 설명하면 보통 분식집에서 파는 어묵을 먼저 떠올리기 쉽거든요. 하지만 베트남의 짜까 라봉은 이와 완전히 다릅니다.
리: 맞아요 맞아요. 청취자 여러분, 짜까 라봉은 생선 살을 으깨어 밀가루와 섞어 반죽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 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양념한 뒤 조리하는 음식이에요. 한국 미식 문화에서 비슷한 점을 찾자면, 일상 밥상에 자주 오르는 친숙한 '생선구이'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타인: 네, 맞아요. 한국인들은 고등어구이나 갈치구이 같은 숯불 생선구이를 정말 좋아하잖아요. 고소하게 구워진 생선은 껍질이 바삭하고 생선살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어서 보통 간장에 찍어 먹죠.
리: 하지만 짜까 라봉을 미식의 걸작으로 만드는 독특한 특징은 바로 '두 번의 불' 기술과 테이블 위에서 직접 조리하는 경험입니다! 첫 번째 불에서는 양념이 깊게 밴 생선을 대나무 꼬치에 끼워 숯불에 초벌구이합니다. 겉면이 살짝 노릇해지고 숯불의 훈연 향이 입혀지죠. 두 번째 불로 넘어가면, 손님 테이블 바로 위에 작은 화로와 무쇠 팬이 놓입니다. 팬 안의 기름이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면, 초벌 된 생선 조각들을 파와 큼직하게 썬 신선한 딜을 듬뿍 넣고 함께 볶아냅니다. 뜨거운 기름이 채소를 살짝 익히면서 딜 특유의 향이 고소한 생선살에 은은하게 배어들죠.
타인: 저도 이 순간을 가장 좋아해요, 리 씨. 서빙 직원이 다 식어가는 생선구이 접시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손님이 직접 팬을 저어가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보고, 지글지글 익는 소리를 들으며 진한 향까지 즐길 수 있잖아요.
타인: 그러면 이렇게 정성스럽고 섬세한 음식의 탄생 역사는 정식 문헌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나요?
리: 하노이의 역사 자료와 도안(Đoàn)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자료에 따르면, 짜까 라봉은 등장 시기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1871년경, 즉 프랑스 식민지 시대였던 19세기 후반이죠.
타인: 1871년이라니, 무려 15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이네요, 여러분~
리: 맞습니다. 이 음식을 처음 만든 분은 도안 쑤언 푹(Đoàn Xuân Phúc)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 비 티 번(Bi Thị Vân) 할머니로, 항선(Hàng Sơn) 거리 14번지(프랑스 식민지 시절 명칭: Rue de la Laque)에 살고 계셨습니다.
타인: 항선 거리요? 거리 이름이 왠지 너무 낯선데요?
리: 네네, 지금부터 여러분께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게요.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면, 데탐(Đề Thám)이 이끌었던 프랑스 식민 통치 반대 옌테(Yên Thế) 봉기 당시 두 분의 집이 하노이 구시가지 한복판에서 비밀리에 의병들을 보살피고 연락을 주고받는 거점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평소 요리 솜씨가 뛰어났던 비 티 번 할머니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신선한 물고기를 사다가 숯불에 구워 의병들을 대접하곤 했죠.
타인: 아, 그러니까 처음에는 의병들에게 제공하던 따뜻한 정이 담긴 음식이었고, 짜까 가게를 연 것도 프랑스 밀정의 눈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위장술이었던 거군요, 리 씨?
리: 네, 그리고 '라봉(Lã Vọng·려망)'이라는 이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요. 옛날부터 도안 가문의 식당에는 위수 강가에 무릎을 안고 여유롭게 낚시를 하는 '라봉 할아버지(즉 주나라·周朝 때의 강태공·姜子牙)' 조각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형상은 큰 뜻을 품고 때를 묵묵히 기다리는 현자를 상징합니다. 단골손님들이 입버릇처럼 '라봉 할아버지의 짜까 가게'라고 부르다 보니, 점차 그 이름이 이 음식의 공식 명칭으로 굳어지게 되었죠. 그리고 1945년, 시 당국은 옛 항선 거리의 이름을 지금의 '짜까(Chả Cá) 거리'로 바꾸었습니다. 하노이에서 음식 이름을 따서 지은 유일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사진: dantri.com.vn)
타인: 긴 역사뿐만 아니라 매 과정에 담긴 정성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야말로 이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겠죠. 정통 조리 비법과 관련하여 짜까 거리 14번지 그 집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도안 가문의 4대손, 레 티 빅 록(Lê Thị Bích Lộc) 할머니는 VTV2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비결은 첫째가 생선을 고르는 것이고, 둘째는 양념을 정확하게 배합하는 것입니다. 생선은 먼저 대나무 꼬치로 구워야 해요. 대나무 꼬치는 직접 쪼개서 사용하는데, 반드시 갓 벤 생대나무여야지 너무 마른 대나무로는 만들 수 없어요. 구울 때 생선이 튀거나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대나무 꼬치 끝을 잘 묶어주어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저희 집처럼 생선을 대나무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굽지 않고 그냥 팬에 올려 볶기만 하죠.”
리: 네, 생선을 끼우는 대나무 꼬치부터 화력 좋은 숯불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정성이 전통 짜까의 영혼을 만들어냈습니다. 짜까에 가장 좋은 생선은 다(Đà) 강이나 로(Lô) 강의 바위 여울에 사는 민물 메기목 동자개과인 랑(lăng) 생선입니다. 살이 단단하고 달콤하며 적당히 기름진 데다 잔가시가 없거든요. 생선살은 신선한 강황, 잘게 찧은 갈랑갈, 식초보다 부드러운 산미를 가진 자연 발효된 식재료 ‘매(mẻ)’, 그리고 베트남 발효한 보라색 새우젓인 원액 ‘맘똠(mắm tôm)’을 절묘한 비율로 섞어 양념에 재웁니다.
타인: 그런데 리 씨, 지글지글 끓는 기름과 진한 양념의 짜까 팬을 보면 과연 건강에 좋은 영양 균형식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리: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타인 씨. 짜까의 영양적인 측면에 대해 하노이 '짜까 탕롱'의 사장인 빅 흐엉(Bích Hường) 씨가 VOV 교통방송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었습니다.
“짜까의 특별한 점은 먹기 편하고 모든 영양 성분이 고루 갖춰져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채소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특히 딜에는 비타민 C가 가득하며 파에는 천연 항생물질이 많죠. 생강, 갈랑갈, 강황 같은 양념은 위에 좋습니다. 이 음식은 단백질은 물론, 쌀면(bún)으로 탄수화물까지 채워주며, 식물성 지방인 땅콩까지 더해져 소화도 아주 잘됩니다. 다양한 재료 덕분에 짜까는 영양이 고루 갖춰진 한 끼가 됩니다. 점심이나 저녁 어느 때 먹어도 훌륭한 식사입니다.”
타인: 흐엉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짜까가 소화에도 좋고 에너지가 넘치는 완벽한 식사라는 걸 알겠네요. 먹을 때는 그릇에 쌀면 ‘분 로이(bún rối)’을 조금 덜고, 딜 향이 배어 잘 익은 생선구이 한 점을 얹은 뒤 고소한 땅콩을 뿌리고, 레몬즙을 짜 거품을 낸 맘똠 소스를 한 숟가락 얹으면 되죠…이 모든 맛이 어우러져 쉽게 잊기 힘든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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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드디어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시간입니다. 하노이를 방문한다면, 이 완벽한 맛을 즐기기 위해 어느 맛집을 찾아가야 할까요, 리 씨?
리: 여러분, 대표적인 맛집 주소들을 빨리 메모해 두세요~ 첫 번째는 호안끼엠(Hoàn Kiếm)동 짜까(Chả Cá) 거리 14번지에 있는 '짜까 라봉(Chả cá Lã Vọng)' 가게입니다. 1871년부터 도안 가문이 운영해 온 원조 가게이죠. 이곳은 고풍스러운 목조 주택의 모습과 선조들의 전통 대나무 꼬치 구이 방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같은 호안끼엠동 드엉타인(Đường Thành) 거리 6B번지에 있는 '짜까 탕롱(Chả cá Thăng Long)' 가게입니다.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유명한 미식 명소인데요. 특히 2026년 현재까지 4년 연속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 미쉐린으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에 주어지는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타인: 네, 그 외에도 넓은 공간을 갖춰 가족이나 친구 모임, 회식 자리에 안성맞춤인 '부어 짜까(Vua Chả Cá)' 체인점이나 '짜까 아인부(Chả cá Anh Vũ)' 체인점도 방문해 보실 만합니다.
리: 현재 2026년 짜까 1인분 평균 가격은 대략 170,000동에서 350,000동, 한화 약 9,000원에서 19,00원 사이로, '베트남 국가무형문화유산'을 체험하는 비용으로는 아주 합리적입니다.
리: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구시가지 골목길에서 지글지글 끓는 짜까 한 팬은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넘어 역사와 가족의 기억, 그리고 옛 하노이인 '짱안(Tràng An)' 사람들의 우아하고 여유로운 삶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타인: 정말 흥미로운 미식 이야기네요. 아, 리 씨! 그럼 다음 주에는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어떤 별미를 '체크'하러 가게 되나요?
리: <'한 입' 베트남> 다음 회에서는 풍요로운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 아주 유명한 국물 요리를 만날 예정입니다. 새하얗고 쫄깃한 면발에 사골과 마른오징어를 푹 고아낸 맑고 달큰한 국물이 일품인 요리죠.
타인: 청취자 여러분은 남부 지방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 음식의 이름이 뭔지 맞추실 수 있나요? 다음 주 이 시간 <'한 입' 베트남>을 들으시며 저희와 함께 그 정답을 확인해 보세요.
리: 자, 이제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며 ‘호아 히엔 호아(Hoa Hiền Hoà)’ 가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부른 베트남 북부 전통 민요 ‘썸(Xẩm)’ 노래 <하노이 36거리(Hà Nội 36 Phố Phường)>를 들려드립니다. 경쾌한 썸 장단이 어우러진 북부 민요의 선율이 오늘 <'한 입' 베트남>의 마무리를 더욱 풍성하고 감동적으로 장식해 줄 것입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베트남의 짜까 라봉을…
리 + 타인: 한 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