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입' 베트남>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베트남이 품은 특별한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하노이에도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찾아왔는데요. 이제 곧 신나는 축제의 계절이 찾아 온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 씨의 동반자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요즘 붉은 등불로 물든 항마(Hàng Mã) 거리와 하노이 곳곳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화려하게 장식된 가판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들 한 번쯤 보셨죠?

리: 네, 바로 베트남에서 가장 따뜻한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쭝투(Trung thu, 중추절)'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이죠. 그리고 이번 주 미식 이야기의 주인공은 보름달의 향취와 정을 오롯이 담아낸 특별한 별미, 베트남의 중추절 월병 '바인 쭝 투(Bánh Trung thu)'입니다.

타인: 중추절이라고 하면 한국 청취자분들은 '추석'을 떠올리실 텐데요. 한국 베트남 모두 매년 음력 8월 15일에 명절을 맞이하며, 온 가족이 모여 화합하고 조상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참 닮았습니다.

리: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추석에 솔잎 향이 나는 반달 모양의 쫀득한 송편을 함께 빚고 즐긴다면, 베트남 사람들의 중추절 상차림에는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의 '바인 느엉(Bánh nướng, 구운 월병)'과 '바인 재오(Bánh dẻo, 찹월병)' 한 쌍이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이랍니다. 둥근 모양의 빵은 보름달의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네모난 모양의 빵은 든든한 땅을 상징하죠. ‘바인 느엉’과 ‘바인 재오’ 한 쌍의 음양 조화는 모든 가정의 화합과 평안, 그리고 풍요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타인: 베트남의 중추절과 ‘바인 쭝 투’의 기원을 둘러싸고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흥미로운 전설들도 있더라고요. 리 씨, 청취자분들이 베트남 월병의 유래를 더 잘 아실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리: 우선, 문화 연구가들에 따르면 베트남의 중추절은 홍(Hồng)강 삼각주 지역의 벼농사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고(故) 응우옌 반 후옌(Nguyễn Văn Huyên) 학자는 연구서 <베트남인의 축제와 명절(Hội hè lễ tết của người Việt)>에서 “중추절은 본래 시간과 날씨의 주기에 맞춘 농경 축제로, 순조로운 비바람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심지어 레 반 시에우(Lê Văn Siêu) 작가는 <베트남 문명사(Việt Nam Văn Minh Sử)>에서 2,500여 년 전 제작된 응옥루(Ngọc Lũ) 청동북 표면의 문양을 연구하며, 고대 주민들이 음력 8월 보름 즈음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타인: 그렇다면 베트남 달맞이 축제의 문화적 뿌리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 속에서 수천 년에 걸친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그럼 ‘바인 쭝 투(월병·月餠)’는 언제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했나요?

리: ‘바인 쭝투’에 대해서는, 1903년 앙리-에마뉘엘 수비네(Henri-Emmanuel Souvignet)가 펴낸 <북기 잡록(Bắc Kỳ tạp lục)>에 짧지만 아주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음력 8월 15일 중추절, 사람들은 이 날 달 모양의 빵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1915년 판 께 빈(Phan Kế Bính) 학자의 연구서 <베트남 풍속(Việt Nam phong tục)>에서도 아주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요. “낮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밤에는 달맞이 상을 차린다. 상머리에는 달빵(월병)을 놓고 여러 가지 과자류와 과일을 올린다...". 이는 ‘바인 쭝 투’를 만들고 먹는 풍습이 여러 세대에 걸쳐 베트남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민간 정서 속 ‘바인 쭝 투’의 유래는 친숙한 동화, 즉 반얀 나무와 얽힌 '항아(Chị Hằng·姮娥)와 쭈꾸오이(Chú Cuội)'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타인: 아, 그 이야기를 베트남 사람이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다들 듣고 자랐을 텐데요. 전설에 따르면 항아와 쭈꾸오이가 보름날 옥황상제에게 바칠 빵 만들기 대회를 했는데, 농촌의 각종 견과류를 넣어 특별한 빵을 만들었다고 하죠. 그 맛이 워낙 좋아 1등을 차지했고, 옥황상제는 그 빵에 ‘바인 쭝 투’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합니다. 부상으로 소원을 빌 기회를 얻은 항아는 매년 이맘때 인간 세상에 내려와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고, 이때부터 중추절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적 상징성을 지닌 구전 동화이자 민간 전설일 뿐, 역사서에 기록된 사실은 아니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리: 문화의 유입이나 교류를 거쳤다 해도, ‘바인 쭝 투’는 베트남 사람들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면서 베트남 농산물의 혼과 맛을 담은 완전히 베트남식으로 ‘토착화’되었습니다. 가장 첫 번째 독특한 점은 바로 ‘바인 재오’와 ‘바인 느엉’의 조화입니다. 바인 느엉이 문화적 교류의 흔적이라면, 새하얀 찹쌀로 만든 바인 재오는 베트남 사람들의 독창적인 창작물로 여겨집니다. 볶은 베트남 북부 지역의 특산 찹쌀인 ‘넵 까이 호아 방(nếp cái hoa vàng)’ 가루를 달콤한 설탕물로 반죽해 만드는데요. 베트남 바인 재오만의 절대적인 차이를 만드는 '영혼'은 바로 자몽꽃 추출물(nước hoa bưởi)입니다! 옛 장인들은 음력 3월 자몽꽃이 만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하얀 꽃잎을 하나하나 골라 증류하여 순수하고 은은한 향을 지닌 추출물을 낸 뒤 8월이 되어서야 반죽에 사용했습니다. 바인 재오를 한 입 베어 물면 은은한 자몽꽃 향기가 입안에 퍼지는데, 마치 베트남 북부 가을 공기처럼 무척 맑고 청아하답니다.

타인: 바인 재오의 이런 특징에 대해 다큐멘터리 <바인 쭝 투 전통 가업(Nghề làm bánh trung thu cổ truyền)>에서, 하노이의 유명한 전통 ‘바인 쭝 투’ 마을인 쑤언딘(Xuân Đỉnh) 마을의 도 마인 테(Đỗ Mạnh Thế) 장인 역시 이 자몽꽃 향이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죠.

“바인 재오의 경우 자몽꽃 향 추출물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바인 재오 자체가 찹쌀, 특히 '넵 까이 호아 방'의 향과 어우러져 향긋함을 내지만, 자몽꽃 향이 빠지면 사람들은 그것이 바인 재오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몽꽃 향은 이것이 바로 중추절 바인 재오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해주는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타인: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인 쭝 투라고 하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진짜 핵심은 바로 속재료죠. 청취자 여러분, 오랜 세월을 거치며 베트남 바인 쭝 투의 속재료가 얼마나 놀랍고 극적으로 변해왔는지 아시나요?

리: 맞아요 ~ 예전에는 속재료가 지금보다 훨씬 소박하고 단순했어요. 옛날에는 바인 쭝 투하면 두 가지 대표적인 전통 속재료를 떠올렸는데요. 부드럽게 갈아낸 녹두나 연꽃 씨앗을 넣은 단맛 앙금, 그리고 짭조름한 전통 혼합 앙금(thập cẩm·텁껌)이 바로 그것입니다.

타인: 특히 전통 텁껌 속을 넣은 바인 느엉을 처음 본 많은 외국인 친구들은 너무나 다양한 재료가 꽉 차 있어서 깜짝 놀라곤 하죠. 정통 바인 느엉 텁껌을 만들기 위해, 도 마인 테 장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바인 느엉 텁껌의 경우, 주로 소금에 절인 돼지비계, 동아 당절임(mứt bí), 연꽃 씨앗, 참깨, 수박씨, 랍스언, 차슈가 들어갑니다. 그 외에도 레몬 잎, 어린 금귤, 황피(hồng bì, 黃皮)의 열매 그리고 베트남 마이꾸에로(Mai Quế Lộ)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재료들이죠. 하지만 이 모든 재료들을 일정한 비율로, 그리고 오직 숙련된 장인의 노하우와 감각으로 버무려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전통의 풍미를 뽐낼 수 있습니다.”

리: 이렇게 녹두 단맛 앙금과 짭조름한 전통 혼합 앙금이라는 소박한 시작에서 출발해, 오늘날 베트남 바인 쭝 투의 앙금 재료는 새로운 시대의 다채로운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관자, 샥스핀, 전복 속 같은 프리미엄 해산물 속재료나 티라미수 앙금, 달달한 라바 초콜릿, 쌉싸름한 녹차 그리고 향긋한 열대 과일 같은 두리안 앙금 등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혁명'을 이룩했습니다.

타인: 전통과 현대 풍미의 교류가 중추절 상차림을 훨씬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네요. 그런데 타인 씨, 그거 아세요? 속재료가 아무리 달라져도 베트남 사람들은 바인 쭝 투를 먹을 때 아주 특별한 식문화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답니다. 한국인들을 포함해 처음 바인 쭝 투를 맛본 외국인 친구들이 “이거 왜 이렇게 달아요?”라고 종종 물었어요.

리: 맞아요. 아주 자주 듣는 질문이네요. 첫 번째 이유는요. 옛날에는 방부제나 현대식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빵 안에 듬뿍 넣고 푹 끓여낸 설탕이 한 달 내내 빵을 보존해 주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바인 쭝 투는 '나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항상 바인 쭝 투를 작은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뒤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나눠 먹으며 가족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타인: 아, 바인 쭝 투는 따뜻한 연꽃차나 녹차와도 자주 '짝'을 이루죠. 따뜻한 차 한 모금의 맑고 쌉싸름한 맛이 짙은 단맛을 중화시켜 주어 맛의 조화를 완벽하게 맞춰준답니다.

-----------

타인: 여기까지 들으셨다면, 현재 베트남에 계시거나 중추절 즈음 하노이 또는 호찌민 방문을 계획하고 계신 청취자분들은 '제대로 된 전통 바인 쭝 투를 대체 어디서 사야 하나' 무척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그렇죠?

리: 네, 청취자 여러분. 펜과 메모장 준비하시고 지금부터 알려드리는 곳들을 잘 '저장'해 두세요. 우선 수도 하노이에서는 떠이호(Tây Hồ)동 투이쿠에(Thụy Khuê) 거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바인 쭝 투집 ‘바오프엉(Bảo Phương)’이 투이쿠에 183번지와 201A번지 두 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두 번째 장소는 전통 바인 쭝 투 마을인 쑤언딘(Xuân Đỉnh)에 위치한 '신훙(Sinh Hùng)' 바인 쭝 투집 (하노이 쑤언딘 88번지)입니다. 약 60년의 역사 동안 정통의 맛을 고스란히 지켜온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죠.

타인: 베트남 중부나 남부에 계신 청취자분들이라면, 후에(Huế)시 동바(Đông Ba)동 쩐후이리에우(Trần Huy Liệu) 거리 259번지에 있는 '푹흥(Phúc Hưng)' 제과점을 찾아보세요. 여기서 중부 지방 특유의 섬세하고 깔끔한 단맛 바인 쭝 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혹은 1968년에 문을 연 호찌민시 사이공(Sài Gòn)동 함응이(Hàm Nghi) 거리 50번지의 '뉴란(Như Lan)' 제과점의 바인 쭝 투도 좋습니다. 옛 호찌민시 바인 쭝 투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놓치면 아쉬운 코스죠.

리: 청취자 여러분, 모진 역사의 굴곡과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베트남의 바인 쭝 투는 늘 보름날 밤 상차림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애와 화합, 그리고 유대감이라는 바인 쭝 투 본연의 의미를 온전히 간직한 채 말이죠.

타인: 바인 쭝 투 한 조각을 손에 들고 따뜻한 차 한 모금을 음미하며 둥글고 밝은 보름달을 올려다보는 것. 이는 베트남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꼭 경험해 봐야 할 정말 평화로운 순간입니다.

리: 네, 청취자 여러분. 늘 그렇듯 작별 인사를 드리기 전에, <‘한 입’ 베트남>이 다음 회에 찾아갈 ‘미식의 도착지’에 대한 힌트를 살짝 드리겠습니다! 다음 주 저희는 베트남 북부 사람들의 음식으로 입맛을 한번 바꿔볼까 합니다. 언뜻 보면 이슬을 머금은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얇고 새하얀 겉껍질 속에, 오도독 씹히는 목이버섯과 다진 고기를 돌돌 말아 향긋한 느억맘 소스에 푹 찍어 먹는 음식인데요.

타인: 청취자 여러분, 각자 예상한 답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다음 주 이 시간 저희와 함께 그 정답이 맞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리: 자, 그럼 음력 8월 보름밤의 들썩이는 분위기를 마무리하며, 젊은 여성 가수 ‘신 홍 빈(Shin Hồng Vinh)’이 부른 <중추절 맞이 거리 나들이(Trung Thu Xuống Phố)>를 들려드립니다. 흥겨운 멜로디에 다 함께 빠져보시죠.

타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하고 평안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리: 그럼 지금…

타인: 베트남의 바인 쭝 투를…

리 + 타인: 한 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