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노이의 눈부신 여름 햇살과 함께 돌아온 <한 입 베트남> 시간입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고,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 방방곡곡의 맛을 찾아 떠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타인: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리 씨와 함께 베트남의 맛있는 로드, ‘미식(美食)의 길’을 떠나는 동반자입니다.

타인: 어머, 리 씨! 방금 그 소리 들으셨어요? 이 지글지글한 소리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리: 바로 오늘 주인공의 소리입니다!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향기’를 가진 음식인데요.

타인: ‘거부할 수 없는 향기’라니요? 대체 오늘 메뉴가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세요, 리 씨?…아, 잠깐만요! 저 알 것 같아요. 혹시 오늘 소개해 주실 음식이…지난 2016년, 언론을 뜨겁게 달구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바로 그 음식 맞나요?

리: 맞습니다. 하노이 골목길의 영혼이 담긴 음식,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첫 젓가락부터 반해버린 바로 그 음식, ‘분짜(Bún chả)’입니다!

타인: 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분짜를 먹던 사진은 한국에서도 정말 유명해요. 그 소탈한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분짜 열풍을 일으켰잖아요.

리: 맞습니다. 이제 한국인들에게 분짜는 쌀국수만큼이나 친숙하고 대중적인 베트남 음식이 되었죠.

타인: 그런데 리 씨, 그거 아세요? 제 한국인 친구들 중 몇몇은 그러는데, 분짜를 처음 먹었을 때 "어? 이 맛 좀 익숙한데?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아!"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리: 오, 정말요? 분짜와 비슷한 한국 음식이 있다니 궁금한데요?

타인: 바로 한국인들의 여름철 소울푸드인 ‘육쌈냉면’이에요! 달콤 짭조름하게 양념한 숯불고기와 새콤하고 시원한 냉면의 조화가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고기와 면을 함께 싸서 먹는 조합이라는 점에서는 분짜와 정말 닮지 않았나요?

리: 딱 들어맞는 비교네요! 한국 분들이 분짜를 처음 먹을 때 왜 친숙하고 거부감 없이 맛있게 드시는지 이제 알겠네요. 하지만 이 두 음식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점도 하나 존재합니다.

타인: 음…어디 보자~ 한국의 냉면은 살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주 차가운 음식이라 이가 시릴 정도잖아요. 반면에 하노이 정통 분짜의 멸치액젓과 비슷한 ‘느억맘(nước mắm)’ 소스는 서빙될 때 따끈따끈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태로 나오죠. 제 말이 맞나요, 리 씨?

리: 정확합니다, 타인 씨! 한국의 냉면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함을 선사한다면, 하노이의 분짜는 따뜻한 소스로 숯불구이의 고소한 기름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줍니다. 이 적당히 따뜻한 온도 덕분에 고기 기름이 굳지 않고, 마지막 한 점을 먹을 때까지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유지돼요. 덕분에 새콤, 달콤, 짭조름한 완벽한 맛의 조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죠.

타인: 그렇군요. 리 씨,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 있어요. 제가 한국 친구들과 분짜를 먹으러 갈 때마다 항상 논쟁이 벌어지거든요. 한국에 탕수육 ‘부먹파’와 ‘찍먹파’가 있듯이 분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한국 청취자분들을 위해 확실하게 정리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분짜 면을 소스에 한꺼번에 다 넣고 먹는 ‘부먹’이 맞나요? 아니면 면을 조금씩 덜어서 소스에 찍어 먹는 ‘찍먹’이 맞나요?

리: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들을 보면 큰 그릇에 면과 고기를 다 담고 소스를 부어 비빔국수처럼 먹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하노이 정통 방식을 물으신다면, 정답은 바로 ‘찍먹’입니다! 즉, 먹을 때마다 면(bún)을 한 젓가락씩 소스에 담갔다 먹는 것이죠.

타인: 아, 그렇군요! 사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도 방송에서 분짜를 처음 먹을 때 엄청 헷갈려하더라고요.

리: 하지만 오리지널 하노이 스타일에는 나름의 방식이 있습니다. 현지 로컬 맛집에 가면 따뜻한 느억맘 소스 그릇 안에 이미 숯불고기가 담겨 나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따로 나온 면을 한 입 크기로 집어 소스 그릇에 살짝 담가 간이 배도록 한 뒤, 고기와 함께 먹으면 됩니다.

타인: 그런데 왜 굳이 한 젓가락씩 적셔 먹어야 하나요? 바쁠 때는 그냥 면을 소스에 한꺼번에 넣고 편하게 먹으면 안 되나요?

리: 안 됩니다! ‘분 로이(bún rối)’라는 하노이 분짜의 쌀면은 얇고 부드러워서 서로 쉽게 엉겨 붙는 특징이 있어요. 만약 면을 소스에 한꺼번에 다 넣으면, 면이 소스를 다 흡수해 버려서 툭툭 끊어지고 불어 터져 맛이 없어집니다. 게다가 느억맘 소스 자체도 금방 싱거워지고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한 입 크기로 면을 적셔가며, 숯불고기 한 점, 그리고 아삭한 생채소를 곁들여 드셔 보세요. 그것이야말로 하노이가 자랑하는 분짜 미학의 정수랍니다.

타인: 리 씨의 설명을 들으니 단번에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제가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요, 하노이 사람들은 유독 점심시간에 분짜를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건가요?

리: 하노이 사람들이 점심 메뉴로 분짜를 선호하는 데는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로 분짜는 돼지고기의 단백질, 'bún' 쌀면의 탄수화물, 채소의 비타민이 골고루 갖춰진 고에너지 음식이에요. 직장인이나 노동자들의 오후 업무를 위한 완벽한 에너지 충전소가 되어주는 거죠.

타인: 아, 아침에 먹기에는 고기의 기름기가 다소 부담스럽고, 저녁에 먹기에는 소화가 잘 안 될 수도 있어서 그렇군요?

리: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아침 출근길에는 다들 바쁘니 빨리 나오는 음식을 선호하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저녁 시간에 기름진 양념 삼겹살 구이를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쉬우니까요.

타인: 아, 맞네요.

리: 게다가 예전에는 식당 사장님들이 이른 아침에 갓 잡은 신선한 돼지고기를 떼어와 오전 내내 양념에 재워둔 뒤, 점심시간에 맞춰 매장 앞에서 바로 구워 팔았어요. 그래서 점심시간이 가장 신선하고 육즙 가득한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골든 타임’이었던 거죠. 지금은 아무 때나 분짜를 즐길 수 있지만, 오랜 습관 때문인지 여전히 점심 메뉴로 인기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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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시간입니다! 하노이에 가면 어느 식당으로 가야 할까요? 리 씨, 숨겨둔 단골 맛집 몇 군데만 살짝 공개해 주세요!

리: 당연히 알려드려야죠. 청취자 여러분, 받아 적을 준비하세요!

타인: 하하...저도 준비 다 됐어요~

리: 오늘은 하노이 현지인들이 인정하고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대표 분짜 맛집 세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분짜 흐엉리엔(Bún chả Hương Liên)’입니다.

타인: 우와~ 이곳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가서 일명 ‘오바마 분짜’로 정말 유명한 곳이잖아요. ‘분짜 흐엉리엔’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며 맛과 상징성을 모두 증명해 냈죠. 기본 분짜는 약 6만 동, 오바마 세트는 13만 동(한화 약 8000원) 정도로 가성비도 아주 훌륭합니다.

리: 네, 두 번째는 분짜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분짜 닥낌(Bún chả Đắc Kim)’입니다. 1966년부터 항마인(Hàng Mành) 거리 1번지를 지켜온 곳으로, 현지인들에게 하노이 분짜의 원형을 간직한 노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의 특징은 푸짐한 고기 양과 시그니처 메뉴인 바삭하고 게살 향이 진한 ‘냄 꾸어 베(nem cua bể)’, 즉 게살 짜조입니다. 가격은 8만 동에서 14만 동, 한화로 약 5,000원에서 8,000원 사이이며, 이곳 역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타인: 우와~ 듣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이네요.

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짜 신뜨(Bún chả Sinh Từ)’입니다. 옛 신뜨 거리, 현재의 응우옌쿠옌(Nguyễn Khuyến) 거리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하노이 시민들의 점심을 책임져 온 브랜드죠. 이곳의 장점은 겉은 노릇하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 찬 고기 굽기 기술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진한 소스도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하노이의 소박하고 진솔한 일상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응우옌쿠옌(Nguyễn Khuyến) 거리 57A번지를 찾아가 보세요.

타인: 우와, 정말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리씨~

리: 숯불 향 가득한 하노이 골목길의 영혼, 분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타인 씨, 오늘 함께한 소감이 어떠세요?

타인: 하아…말해 뭐하겠어요. 리 씨 덕분에 제 내일 점심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이 무조건 분짜로 정해졌습니다! 아...우리 같이 분짜 먹으러 갈래요?

리: 네, 좋습니다.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금요일 <한 입 베트남>에 베트남의 또 다른 전설적인 국민 음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살짝 힌트를 드리자면, 패스트푸드보다 더 빠르게 서빙되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입니다.

타인: 음...혹시 ‘반미(Bánh mì)’ 맞아요?

리: 네, 맞습니다.

타인: 바삭한 바게트 빵 속에 어떤 맛있는 비밀들이 숨어 있을지 벌써 기대되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도 채널 고정해 주시고 저희와 함께 맛있는 대화 이어가요~

리: 그럼 지금…

타인: 베트남 분짜를…

리+타인: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