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청취자 여러분, <‘한 입’ 베트남> 코너에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의 다채로운 식문화 세계로 맛있는 여행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타인: 리 씨,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리 씨, 지난 방송에서 살짝 힌트를 드렸던 것처럼, 오늘은 베트남 옛 수도의 대표 음식인 '분보후에(Bún Bò Huế)'를 찾아 떠나는 날 맞죠?
리: 맞습니다. 후에의 역사·문화 연구가 응우옌 쑤언 호아(Nguyễn Xuân Hoa) 선생님께서 분보후에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죠.
"분보는 본래 후에 사람들의 민속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베트남 전국으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죠."
리: 특히, 2025년 6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분보후에에 관한 민속 지식'을 국가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는 결정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고도 후에의 ' 혼(魂)'이라 불리는 이 음식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타인: 리 씨, 그거 아세요? 제 한국인 친구 몇 명이 분보후에를 처음 봤을 때 "우와, 색깔도 붉고 매콤해 보이는 게 한국 육개장이랑 좀 비슷한데?"라고 하더라고요.
리: 아, 듣고 보니 정말 닮은 점이 있네요! 아마 분보후에와 육개장 모두 소뼈와 소고기를 몇 시간 동안 푹 고아낸 육수를 바탕으로 깊고 진한 감칠맛을 낸다는 점 때문이겠죠. 게다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우는 붉은빛과 알싸한 매운맛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분보후에에는 그 이상으로, 동양의 음식 철학에 따른 뛰어난 '양생(養生)의 지혜'가 담겨 있답니다.
타인: 맞아요. 호 닥 티에우 아인(Hồ Đắc Thiếu Anh) 베트남 식문화 장인에 따르면, 분보후에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서로를 훌륭하게 보완해 준다고 해요. 소고기 사태는 기혈을 보하고, 돼지 족발은 독소 배출과 기력 회복을 도우며, 레몬그라스와 갖은 양념은 소화를 돕고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리: 이런 '음양의 조화' 덕분에 분보후에는 맛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아주 이로운 음식이 되는 것이죠.
타인: 리 씨, 후에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보니, 분보후에도 예전 응우옌(Nguyễn, 阮) 왕조의 궁중 음식에서 유래한 걸까요?
(사진: huengaynay.vn)
리: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보후에는 사실 민중의 삶과 함께해 온 민속 음식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마이 티 짜(Mai Thị Trà) 후에의 요리 장인에 따르면, 분보후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전통적인 제례 의식과 신앙생활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분보후에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마을에는 마을 제사가 있고, 각 가정에는 문중 제사가 있었죠. 이런 제례 행사 때 돼지, 소, 염소 등 세 가지 제물인 '삼생(三牲)'을 잡곤 했습니다. 보통은 고기를 얇게 썰어 찹쌀밥과 함께 느억맘에 찍어 먹었는데요. 썰었을 때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 부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 부위들로 국물 요리인 '싸오(Xáo)'를 만들어 찹쌀밥과 곁들여 먹었던 겁니다. 그러다 나중에 쌀국수 면(bún·분)이 나오면서 찹쌀밥 대신 면을 사서 같이 먹기 시작했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목 넘김도 훨씬 부드러웠으니까요."
타인: 아하, 처음엔 찹쌀밥과 함께 먹다가 나중에 면으로 바뀐 거군요! 그런데 리 씨, 분보 한 그릇을 보면 선지나 게살 완자(Chả cua)도 들어 있잖아요. 특히 노르스름한 게살 완자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재료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리: 그럼요~ 그 뒤에는 시대를 읽은 아주 기발한 변화가 숨어 있습니다. 게살 완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975년 이전 땀떠이(Tam Tây)-안끄우(An Cựu) 지역에는 수게살, 민물게 내장, 다진 새우로 만든 독특한 ‘게살 쌀국수(Bún cua)’ 를 파는 노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5년 이후 이 게살 쌀국수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죠. 그 맛을 그리워하던 손님들이 분보를 먹으면서 게살 완자를 찾기 시작했고, 이에 분보 장수들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육수에 게살 완자를 넣기 시작한 겁니다. 옛것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조화가 생겨나며 오늘날 완벽한 분보후에 한 그릇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타인: 분보후에 육수의 핵심이라 하면 역시 레몬그라스와 '맘루옥(Mắm ruốc, 베트남식 새우젓)'이라는 환상의 짝꿍을 빼놓을 수 없겠죠?
리: 정답입니다! 후에 사람들은 레몬그라스를 통째로 냄비에 넣고, 맘루옥은 찬물에 풀어 맑은 물만 걸러내어 육수에 간을 맞춥니다. 이렇게 하면 육수가 탁해지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낼 수 있죠. 맘루옥에 대해 설명하자면, 젓새우(Tép moi)로 만든 젓갈인데요.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이 젓새우를 '루옥(Ruốc)'이라 부르기 때문에 '맘루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맘루옥은 젓새우를 굵은소금과 함께 빻아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데, 특유의 진한 향이 나지만 맘똠(Mắm tôm)처럼 향이 강하거나 비리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냅니다. 여기에 정통 후에 스타일 육수는 설탕의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소뼈와 돼지뼈에서 진하게 우러난 순수한 감칠맛이 특징이죠.
타인: 그리고 분보후에의 면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제대로 된 면발은 후에에서 400년 이상 쌀국수 제조 전통을 이어온 '번꾸(Vân Cù)' 마을의 면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곳의 면은 은은한 상아빛을 띠며, 타피오카 전분이 약간 들어가 찰기와 탄력이 적당해서 뜨거운 육수를 부어도 잘 불지 않고 탱글탱글함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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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자, 이제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셨을 순간입니다! 분보후에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과 정통 맛을 느낄 수 있는 맛집은 어디일까요, 리 씨?
리: 청취자 여러분을 위한 소소한 팁을 드리자면, 바로 신선한 생야채와의 조화입니다. 후에 사람들은 보통 얇게 채 썬 바나나 꽃, 숙주, 타이 바질, 그리고 향유를 곁들여 먹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분보 한 그릇이 나오면, 생레몬즙을 살짝 짜 넣고, 화끈한 매운맛을 좋아하신다면 가게 수제 고추 소스를 한 숟가락 넣으세요. 그런 다음 채소를 국물 아래로 재빨리 눌러 넣어 뜨거운 육수에 살짝 익히면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타인: 정말 훌륭하네요. 그럼 후에에서 찾아가 볼 만한 맛집은 어디가 있을까요? 몇 군데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리: 바로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후에에 가시면 꼭 들러봐야 할 상징적인 맛집, 후에시 푸쑤언(Phú Xuân)동 박당(Bạch Đằng)길 94번지에 위치한 '분보 메 깨오(Bún bò Mệ Kéo)'입니다. 약 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비법 레시피로 끓여낸 레몬그라스와 맘루옥의 풍미가 가득한 정통 후에 육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푸짐한 분보 한 그릇 가격은 50,000동(약 3,000원)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만 영업하며, 재료가 소진되면 바로 문을 닫는다는 점이에요. 오픈 직후부터 손님이 몰리니 기다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타인: 아, 저도 후에에 갈 때마다 찾는 단골집이 있어요. 후에 황성 바로 옆, 응우옌찌지에우(Nguyễn Chí Diễu)길 48번지에 위치한 '분보 무 러이(Bún bò Mụ Rơi)'라는 곳입니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은 전통 장작불에서 몇 시간 동안 육수를 푹 고아낸다는 것과, 도축장에서 직접 가져온 싱싱한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리: 밤에 즐기는 후에의 분보야식이 궁금하시다면 응우옌찌지에우길 62번지에 있는 '분보 바 응아(Bún bò Bà Nga)'를 추천합니다. 아침에만 영업하는 대부분의 분보후에 가게와 달리, 이곳은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요. 한 그릇당 30,000동(약 1,700원) 정도로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
타인: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 아주 상세하고 유익한 정보 전해주신 리 씨,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금 당장 후에행 비행기 표를 끊고 달려가고 싶어지네요~
리: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는 겉은 바삭하고 노릇노릇한 데다 이름마저 경쾌한, 베트남의 또 다른 대표 요리 '바인 쌔오(Bánh Xèo)'를 찾아 떠납니다.
타인: 네, 그럼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후에의 감성을 담은 감미롭고 깊은 노래, 가수 ‘응옥쩌우(Ngọc Châu)’가 부르는 <사랑하는 후에(Huế Thương)>를 들려드립니다.
리: 그럼 지금…
타인: 분보후에를…
리 + 타인: 한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