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는 ‘늘 배고픈 통통이’ <'한 입' 베트남>의 리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의 끝없는 음식 지도를 탐험하는 여정을 다시 이어가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리 씨와 베트남 ‘미식(美食)의 길’을 떠나는 동반자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리 씨~ 방금 들린 “따끈따끈 바삭바삭한 반미요…(Bánh mì nóng giòn đây)” 하는 외침 소리 때문에 저 아까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안절부절못하고 있잖아요. 이 정겨운 소리를 듣고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반미 한 개가 당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리: 맞아요, 타인 씨. 반미는 이제 베트남 길거리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미식 매체 ‘테이스트 아틀라스(TasteAtlas)’의 ‘세계 최고의 샌드위치 100선’에서 3위에 올랐고, 2011년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베트남식 바게트’나 ‘베트남 샌드위치’가 아니라, ‘Bánh mì (/ˈbɑːn miː/)’라는 고유 명사로 당당히 등재되었답니다.

타인: 리 씨 그거 아세요? 매일 아침 반미를 사려는 줄을 볼 때마다, 제 머릿속에는 서울 지하철역의 ‘길거리 토스트’가 떠올라요.

리: 오~ 길거리 토스트요? 저도 서울에 있었을 때 자주 사 먹어봤어요. 고소한 버터를 가득 두른 팬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식빵 사이에 도톰한 계란 부침과 아삭아삭하게 채 썬 양배추를 가득 넣고, 새콤달콤한 케첩과 설탕을 솔솔 뿌려주는 그 토스트 맞죠, 타인 씨?

타인: 네, 맞아요. 이 두 가지 음식은 바쁜 도시인들을 위한 빠르고 저렴한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하지만 맛의 깊이와 다채로운 레이어를 비교해 보면, 베트남의 반미는 훨씬 더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고 미각을 강렬하게 흔들어 깨우는 매력이 있어요.

리: 정말 그래요. 한국의 길거리 토스트가 버터와 계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베트남의 반미는 입안에서 터지는 풍부한 맛의 ‘폭발’과도 같아요. 고소한 간 파테(동물의 간이나 고기, 생선살 등의 재료를 갈아낸 다음 밀가루 반죽에 입혀서 페이스트나 무스 형태로 구운 프랑스 요리), 짭조름한 베트남식 햄인 ‘조(giò/chả:)’, 새콤달콤한 파파야와 당근 초절임, 그리고 고수와 생고추의 매콤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타인: 그런데 리 씨, 프랑스의 길쭉한 바게트 빵이 오늘날처럼 다양하고 풍성한 속재료를 가득 채운 베트남 반미로 변신하기까지는 꽤나 흥미진진하고 긴 역사적 스토리가 담겨있죠?

리: 맞아요. 원래 이 바게트 빵은 19세기 프랑스 군대를 따라 베트남에 들어와 처음에는 서양에서 온 빵이라는 뜻으로 ‘Bánh Tây(서양 빵)’이라고 불렸어요.

타인: 하지만 진정한 현지식 ‘베트남화(化)’의 결정적 전환점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맞나요?

리: 맞아요.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무렵입니다. 전쟁으로 프랑스산 수입 밀가루가 귀해지자, 베트남 사람들이 밀가루에 쌀가루를 혼합하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했어요. 덕분에 빵 속은 훨씬 폭신해졌고, 겉은 얇고 바삭해졌죠. 기존의 길고 큰 바게트 빵도 약 30~40cm 크기로 아담하고 짧게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단가와 가격도 훨씬 착해졌습니다.

타인: 그렇다면 버터와 콜드컷 육류를 곁들여 나이프와 포크로 격식을 차려 먹던 바게트 빵이, 오늘날처럼 빵 사이에 다양한 속재료를 꾹꾹 채워 넣은 ‘베트남 반미’ 형태로 정착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리: 그것은 1958년, 사이공에 문을 열었던 응옥(Ngọc) 씨와 띤(Tịnh) 씨 부부의 유서 깊은 ‘호아마 반미점(Cửa hàng bánh mì Hòa Mã)’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처음에는 그 가게도 접시 위에 콜드컷 햄류와 빵을 정갈하게 담아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 먹는 정통 서양 방식을 따랐어요. 하지만 바쁜 손님들이 한가롭게 앉아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부부는 번뜩이는 묘안을 냈습니다. 반미의 옆을 가르고 그 사이에 모든 속재료를 쏙 집어넣어 손님들이 간편하게 들고 가며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렇게 고소한 파테, 조(giò), 신선한 향채와 소스를 빵 사이에 끼워 넣은 베트남 반미가 탄생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빵과 뚜렷이 구분하기 위해 이를 ‘사이공 반미(bánh mì Sài Gòn)’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타인: 오늘 또 새로운 것을 배웠네요! 리씨 고마워요~ 베트남 전역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마다 반미 속재료가 정말 다채롭고 천차만별이더라고요. 반미는 마치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로컬 주민들의 입맛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투명한 ‘거울’과도 같아요. 우선 ‘하노이 전통식 반미’는 속재료가 꽤 정갈해서, 파테와 버터, 루옥(ruốc: 돼지고기 보푸라기), 얇게 저민 베트남식 햄 조각, 슬라이스 오이와 고수 등 본연의 풍미에 집중한 깔끔한 맛이죠?

리: 말씀만 들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타인 씨. 다음은 항구 도시 하이퐁(Hải Phòng)으로 이동해볼까요? 이곳에서 청취자 여러분은 아주 독특한 ‘스틱 반미(Bánh mì que·반미 꾸애)’의 치명적인 매력에 매료되실 겁니다.

타인: 아 반미 꾸애~ 저는 이 반미 꾸애를 먹어봤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리: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의 가늘고 긴 빵을 바삭바삭하게 구워내어, 그 속에 고소한 파테를 아주 듬뿍 바른 뒤 하이퐁만의 독점 비법 매콤 고추소스인 ‘찌쯔엉(chí chương)’을 쪼르륵 뿌려 먹습니다. 한 입 바삭 베어 물면 미각이 확 살아나서, 보통은 한 번에 기본 세~네 개씩은 주문해서 폭풍 흡입해야 직성이 풀리죠.

타인: 그럼 중부 지방은 어떤가요, 리 씨? 중부의 반미에는 정말 독특한 속재료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리: 아, 중부는 그야말로 반미의 다양한 변주가 있어요. 쫄깃한 타피오카 베트남식 만두를 넣은 반미(bánh mì bột lọc), 고소한 튀김 어묵 반미(bánh mì chả cá), 후에(Huế)식 납작 반미(bánh mì ép) 등등...

타인: 오~ 너무 많네요!

리: 하지만 글로벌 관광객들에게 가장 독보적인 사랑을 받는 건 단연 ‘호이안 반미(Bánh mì Hội An)’일 거예요. 손바닥 반을 조금 넘는 크기에 겉껍질은 파삭하고 양끝이 뾰족한 모양이며, 속이 알차게 차서 씹을수록 아주 고소합니다.

타인: 중부를 이야기할 때 쌀쌀한 날씨의 럼동(Lâm Đồng) 고원 지대의 ‘달랏 슈마이 반미(Bánh mì xíu mại Đà Lạt)’를 절대 빼놓을 수 없죠. 걸쭉하고 깊은 소스에 육즙 가득한 슈마이 완자 미트볼과 쫄깃한 소시지,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꼬들한 돼지껍데기가 자작하게 담겨 있죠. 바삭한 반미를 큼직하게 툭 뜯어서 뜨끈한 소스에 듬뿍 적시고 매콤한 고추를 살짝 얹어 한 입 먹으면, 몸을 움츠리게 하던 추위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에요.

리: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풍요롭고 넉넉한 인심의 남부, ‘사이공 반미(Bánh mì Sài Gòn)’입니다. 대자연의 풍요로운 혜택을 듬뿍 받은 덕분에 남부의 반미에는 아삭한 오이, 새콤달콤하게 채 썬 무와 당근 초절임, 싱싱한 쪽파와 고수, 그리고 알싸한 고추 슬라이스까지 신선한 야채가 아낌없이 넘쳐나도록 가득 들어갑니다. 속재료 역시 풍성한 차시우, 껍질이 바삭바삭 소리를 내는 통돼지 구이, 매콤달콤한 내장 볶음(phá lấu·파라우), 쫄깃한 돼지껍데기(bì heo·비헤오)까지 한계 없는 무한 변신을 보여줍니다.

-----------

타인: 우와, 리 씨! 이러다가 청취자분들이 직접 찾아가서 체험해 보실 수 있도록 베트남 전역의 반미 맛집 지도를 책 한 권 분량으로 만들어야겠어요.

리: 청취자분들을 위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훌륭한 반미 가게 몇 곳을 엄선해 왔습니다. 우선 하노이에서 추천해 드릴 곳은 바로 리꾸옥수 19번지에 위치한 ‘응우옌 신 반미(Bánh mì Nguyên Sinh)’입니다. 무려 1942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전통 깊은 브랜드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오리지널 풍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거위 간 또는 닭 간 파테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이곳의 반미 가격은 일반 가게들의 가격대보다 비교적 다소 높은 편인데, 최고급 파테만 정갈하게 들어간 기본 반미가 약 50,000 동 (한화 약 3,000원)선이고 각종 수제 콜드컷 햄류가 푸짐하게 한가득 나오는 모둠 접시 세트를 주문하면 가격이 최대 20만 동(한화 약 12,000원)까지 올라갑니다. 하노이에서 손꼽히는 또 다른 로컬 맛집은 후에(Huế) 거리 118번지에 위치한 ‘포후에 반미(Bánh mì Phố Huế)’입니다. 여기에 가게에서 장인정신으로 직접 볶아 만든 수제 고추 소스가 반미의 풍미를 한순간에 화끈하게 대폭발시켜 주어 최고의 신의 한 수로 꼽힙니다.

타인: 아, 그리고 중부 지방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다낭시 호이안 판쩌우찐(Phan Châu Trinh)거리 2B번지에 위치한 전설적인 ‘프엉 반미(Bánh mì Phượng)’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속재료 푸짐하게 다 들어간 반미 한 개가 단돈 40,000 동 (한화 약 2,500원)밖에 안 한답니다. 깜짝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공유해 드리면, 이 ‘Bánh mì Phượng’는 사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초까지 한국 서울에도 공식 매장을 두고 성황리에 운영되었답니다. 2024년 5월부터는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백화점 5층 푸드코트로 자리를 옮겨 영업 중이니, 한국에 계시면서 언젠가 호이안 반미의 감동적인 맛이 그리우신 분들은 한번 찾아가 보세요!

리: 오!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리고 혹시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 달랏(Đà Lạt)으로 힐링 여행을 떠나 진정한 로컬 슈마이 반미를 온전히 맛보고 싶으시다면, 쑤언흐엉(Xuân Hương) 지역 통티엔혹(Thông Thiên Học) 거리 2번지에 위치한 ‘리 79 슈마이 반미(Bánh Mì Xíu Mại Ri 79 – 띤도이(Tỉnh Đội) 주유소 바로 맞은편)’를 추천합니다. 동글동글하고 앙증맞은 슈마이 완자 미트볼 4알이 자작한 따끈한 소스 한 그릇과 겉바속촉 반미 한 개가 알찬 세트로 구성되어, 가격은 놀랍게도 단돈 20,000~25,000 동(한화 약 1,200~1,500원) 사이입니다.

타인: 그리고 남부 지방의 심장부인 호찌민에 오신다면 저희가 추천해 드릴 명소는 당연히 방송 초반에 언급했던 까오탕(Cao Thắng) 거리 53번지에 위치한 전통의 ‘호아마 반미(Bánh mì Hòa Mã)’ 매장입니다. 이 유서 깊은 가게는 활기찬 아침 시간인 새벽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만 딱 한정 영업을 하니, 맛보고 싶으신 청취자분들은 운영 시간 꼭 메모하고 방문하세요!

리: 반미 한 개에는 유구한 역사와 동서양의 아름다운 문화적 교차,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의 한계 없는 창의성이 가득 담겨 있네요. 작별 인사 전에 미니 퀴즈!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에 반미와 함께 즐겨 마시는 정신 번쩍 드는 음료는 뭘까요?

타인: 저는 평소에 반미를 먹을 때 고소한 두유를 마시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활기차고 맑은 정신으로 온종일 열정적으로 일하게 해주는 최고의 음료라면 정답은 ‘커피(Cà phê)’ 맞죠?

리: 딩동댕! 정답입니다! 다음 주 <'한 입' 베트남> 코너에서는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베트남 커피의 유구한 역사와 매력적인 특징, 그리고 아주 독특한 로컬 카페 문화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타인: 우리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의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놓치지 말고 많이 기대해 주세요. 오늘 아쉬운 방송을 감미롭게 마무리하며, 온몸을 달콤하게 녹여주면서도 오늘 방송 분위기에 ‘찰떡궁합’처럼 어우러지는 노래를 띄워드립니다. 베트남 래퍼 푹 주(Phúc Du)의 히트곡, <나랑 사귀자, 우리 엄마 반미 팔아(yêu anh đi mẹ anh bán bánh mì)>입니다

리: 그럼 지금…

타인: 반미를…

리 + 타인: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