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입' 베트남>에 다시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의 미식 지도를 흥미진진하게 탐험해 나갈 가이드인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타인: 리 씨,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지난주에 겉바속촉, 바삭한 반미 이야기를 소개했을 때, 저희 하루 종일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는 '국민 아침 식사 콤보'의 짝꿍 음료를 살짝 스포일러해 드렸었잖아요.
리: 맞아요. 오늘은 드디어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 커피'의 깊은 세계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국제커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세계 최대의 로부스타(Robusta)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입니다. 실제로 2026년 1~4월 동안 베트남은 한국의 두 번째로 큰 커피 공급국이었습니다. 수입량은 1만 6백 톤, 금액으로는 4,450만 달러에 달합니다. 한국의 전체 커피 수입량 중 베트남 커피의 시장 점유율이 18.19%나 차지하고 있죠.
리: 맞아요. 글로벌 친구들, 특히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커피의 매력은 정말 크죠. 그 진하고 달콤 쌉싸름한 맛 뒤에 숨겨진 역사의 흐름과 흥미로운 문화적 교차점을 오늘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타인: 리 씨도 잘 아시겠지만,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도 커피를 정말 사랑하잖아요. 특히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출근길, 등교길에 카페에 들러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차갑게 마시며 일과 공부를 시작하곤 합니다.
리: 정말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타인 씨, 그렇게 '아아'만 찾던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오기만 하면 왜 달콤 쌉싸름한 베트남 연유 커피인 ‘까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에 푹 빠져버리는 걸까요?
타인: 제가 한번 맞혀볼게요. 아마 한국인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국민 커피’인 맥심(Maxim) 노란색 스틱 ‘믹스커피’와 닮아서 아닐까요? ‘국민 커피’인 맥심(Maxim) 노란색 스틱 ‘믹스커피’와 닮아서 아닐까요?
(사진: 미슐랭 가이드)
리: 맞아요. 두 나라 국민 모두 고단하고 지친 하루를 달래기 위해, 커피의 쌉싸름함과 우유나 연유의 달콤함이라는 '완벽한 쓴단 조합'을 본능적으로 찾았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한국의 믹스커피가 '빠르고 편리함'을 대변한다면, 금속 필터인 ‘핀(Phin)’으로 내린 '까페 쓰어 다'는 훨씬 더 묵직하고 강렬한 개성을 뿜어냅니다.
타인: 아~ 리 씨, 잠깐 과거로 돌아가볼까요? 많은 청취자분들도 이 매력적인 베트남 커피나무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리: 서부고원 떠이응우옌(Tây Nguyên) 농림과학기술연구소의 공식 문서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문헌에 아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커피나무는 1857년, 프랑스 선교사인 알렉상드르 발레(Alexandre Vallet) 신부의 손에 이끌려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이후 1908년 로부스타 품종이 베트남에 도입되었고, 떠이응우옌, 특히 부온마투옷(Buôn Ma Thuột) 지역의 붉은 현무암 토양과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핵심 농작물로 성장했습니다.
타인: 우와, 베트남에서 커피의 역사적 여정이 벌써 150년을 훌쩍 넘었군요! 그 탄탄한 역사 위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멈추지 않는 창의력으로 커피 메뉴를 아주 풍성한 미식의 세계로 진화시켰고, 덕분에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늘 색다른 맛의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리: 맞아요. 베트남 지도를 따라 쭉 이동하다 보면, 각 지역마다 커피 한 잔에 자신들만의 숨결과 독특한 로컬 풍미를 가득 불어넣고 있어요. 지금부터 베트남 커피의 가장 인기 있는 네 가지 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타인: 독특한 변주를 논할 때 뭐니 뭐니 해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큰형님’이 있죠! 바로 '까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 하노이 사람들에게는 정겨운 별명인 '나우 다(Nâu đá)'로 더 익숙한 메뉴입니다.
(사진: VOV)
리: 베트남 북부, 특히 하노이 하면 여러 해외 매체와 한국 매체에서도 주목한 유명한 메뉴가 있죠. 바로 '까페 쯩(Cà phê Trứng)', 일명 '하노이 에그 커피'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아주 감동적인 역사 스토리가 숨어 있다면서요?
타인: 맞아요. 까페 쯩은 1940년대 하노이에서 응우옌 반 장(Nguyễn Văn Giảng) 할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했는데요. 당시 전쟁 통이라 설탕과 우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물건 자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죠. 그때 최고의 5성급 호텔인 메트로폴(Metropole)의 바리스타였던 장 할아버지가 카푸치노의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대체하기 위해 신선한 계란 노른자에 연유와 꿀을 넣고 크림처럼 세차게 쳐서 거품을 올리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 거랍니다.
리: 우와...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었는데 오히려 역사에 남을 신의 한 수가 되었네요! 그리고 타인 씨, 한국 MZ세대들이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베트남 ‘코코넛 커피’ 즉 ‘까페 꼿 즈어(Cà phê cốt dừa)’가 있습니다! 이건 1990년대에 탄생한 아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지역 융합’인데요. 저 높은 중부 고원 떠이응우옌의 씁쓸하고 진한 로부스타 원두와 남부 메콩강 삼각주의 고소하고 달콤한 코코넛 밀크가 만나 즉흥적으로 탄생한 스무디형 커피입니다.
타인: 여름철에 갈증 해소와 당 충전을 동시에 해주는 효자 커피네요. 그럼 이 베트남 ‘4대 대표 커피’의 마지막 ‘주인공’은 뭘까요, 리 씨?
리: 21세기 트렌디한 커피 덕후들의 톡톡 튀는 창의성을 보여주는 괴물 신인 '소금 커피’, 즉 ‘까페 무오이(Cà phê Muối)'입니다! 이 독특한 시그니처 음료는 고도(古都) 후에(Huế)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요, 태어난 지는 15년밖에 안 된, 2010년생 파릇파릇한 뉴페이스랍니다.
타인: 아하! 처음에 커피에 소금을 넣는다고 하면 "엥? 짜고 쓰고 이상한 거 아냐?" 하고 멈칫하게 되는데, 막상 입을 대고 스르륵 마셔보면 금세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음료, 맞죠?
리: 맞아요. 핵심 재료는 의외로 아주 심플해요. 진한 커피, 연유, 우유, 그리고 미량의 고운 정제염입니다. 여기서 소금이 진짜 마법 같은 ‘킥’ 역할을 하는데요. 로부스타 원두 특유의 쓴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동시에, 위에 올라간 부드러운 밀크폼 크림의 달달하고 고소한 풍미를 한층 더 살려 줍니다. 이 기가 막힌 '단짠단짠’ 밸런스 덕분에 모든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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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우와~ 그럼 리 씨, 청취자분들이 베트남에 오자마자 바로 달려갈 수 있게 검증된 로컬 카페 리스트 빨리 알려주세요!
리: 네네, 바로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목적지는 하노이입니다. 원조 에그 커피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호안끼엠(Hoàn Kiếm)동 응우옌흐우후언(Nguyễn Hữu Huân) 39번지에 있는 '까페 장(Cà phê Giảng)'으로 가시면 됩니다. 무려 1946년부터 최초의 에그 커피를 탄생시켜 온 역사적인 요람이죠.
타인: 이렇게 상징적이고 유명한 원조 커피숍이라면 가격 부담이 꽤 크지 않을까요?
리: 에이, 완전히 정반대예요. 가격은 매우 저렴하여 한 잔에 한 40,000~45,000 VND 수준으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2,400~2,700원 정도밖에 안 해요.
(사진: znews)
타인: 우와, 갓성비 그 자체네요! 그럼 호찌민시로 이동한다면, 청취자분들이 어디에 방문하시면 좋을까요?
리: 그렇다면 반꺼(Bàn Cờ)동 응우옌티엔투엇(Nguyễn Thiện Thuật) 109/36번지에 있는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을 쏙쏙 비집고 들어가서 '까페 쩨오래오(Cà phê Cheo Leo)'를 가보셔야 합니다! 이곳은 1938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오래된 전통 베트남식 필터 커피숍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금속 필터가 아닌 전통 토기 주전자에 정성껏 우려낸 후, 오래된 천(융) 필터로 걸러낸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커피는 매우 가볍고 섬세한 풍미를 지니고 있으며, 은은한 나무 연기 향이 옛 호찌민시의 정취를 불러일으킵니다.
타인: 우와...거의 한 세기, 9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낸 살아 있는 커피숍이군요.
리: 그렇죠, 타인 씨. 그리고 우리 청취자분들이 중부 고도 후에에 발걸음을 하신다면 푸호이(Phú Hội)동 응우옌르엉방(Nguyễn Lương Bằng) 10번지에 있는 '소금 커피숍 원조집(Quán Cà Phê Muối quán gốc)'에 들러 보셔도 좋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곳 소금 커피 한 잔 가격은 단돈 15,000동, 한국 돈으로 900원밖에 안 해요.
타인: 헉! 믿기 어려울 가격이네요. 그런데 지금 당장 베트남으로 올 수 없는 한국분들이 베트남 커피 앓이를 하실 때는 어쩌죠? 방법이 없을까요?
리: 걱정 마세요, 우리에겐 '콩카페(Cộng Cà Phê)'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콩카페가 현재 서울은 물론 부산, 대전, 대구, 제주도까지 한국 내 주요 도시 곳곳에 2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거든요. 매장에 방문하셔서 콩카페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 준 시그니처 아이콘, '코코넛 스무디 커피 (cà phê cốt dừa·까페 꼿 즈어)'를 한 모금 마시면 여기가 바로 베트남이 되는 마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리: 투박하고 자그마한 필터 안에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커피 한 잔이지만, 그 속에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온 역사와 베트남 사람들의 끊임없는 창의성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는 셈이죠. 안 그래요, 타인 씨?
타인: 백번 공감해요, 리 씨. 베트남 커피에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아~ 다음 주 메뉴가 기대되는데, 다음 번엔 청취자 여러분들을 모시고 어떤 베트남 미식 투어를 떠나볼 예정인가요?
리: 다음 주 방송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오해하기 쉬운 음식, '분보남보(Bún bò Nam b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타인: 어라? '분보남보'요? 이름에 대놓고 답이 나와 있잖아요. 남보(남부) 지역에서 건너온 소고기 비빔 쌀국수 아닌가요? 대체 여기에 무슨 대단한 반전 스토리가 숨어 있길래 오해를 한다는 걸까요? 청취자 여러분, 궁금하시면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 함께 확인해 보시죠.
리: 네, 그럼 오늘 방송의 마무리는 가수 '하 오키오(Hà Okio)'의 감미롭고 중독성 강한 노래 <사이공 까페 쓰어 다(Sài Gòn Cà phê sữa đá)>를 들으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리: 그럼 지금…
타인: 베트남 커피를…
리+타인: 한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