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입’ 베트남> 코너의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베트남 음식의 독특한 풍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계속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저는 리 씨의 든든한 동반자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타인: 리 씨, 방금 그 ‘치이익~~’ 소리, 정말 먹음직스러웠네요! 듣자마자 딱 알겠네요! 바로 바인 쌔오 부치는 소리 맞죠?

리: 정답이에요, 타인 씨!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음식의 시그니처 소리죠.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피 안에 갖가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바인 쌔오(Bánh Xèo)’입니다. 베트남 지역마다 고유의 풍미를 담고 있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전통 음식이죠.

타인: 바인 쌔오 하니까 얼마 전 한국 SNS에서 아주 화제가 됐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청취자 여러분도 혹시 보셨나요? 지난 4월 베트남을 방문하셨던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하노이의 한 정겨운 식당에서 영부인과 함께 직접 바인 쌔오를 부치며 즐거워하는 사진을 올리셨잖아요. 그 게시물이 무려 ‘좋아요’ 8만 개를 넘게 받았더라고요.

리: 아, 그건 아마 바인 쌔오가 한국인의 정서와 아주 특별하게 맞닿아 있어서 그럴 거예요.

타인: 음...혹시 한국의 ‘전’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요?

리: 네, 맞아요. 한국에서는 비가 내리면 파전이나 김치전, 감자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막걸리 한 잔을 떠올리곤 하잖아요? 신기하게도 베트남, 특히 호이안이나 남부 지역에서도 우기가 되면 바인 쌔오가 제철을 맞이한답니다.

타인: 빗줄기가 가져다주는 선선한 공기 때문에 불가에 둘러앉은 따뜻한 분위기가 그리워지곤 하죠. 빗소리에 맞춰 팬 위에서 반죽이 ‘치이익~’ 익어가는 소리,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둘러앉아 바삭하고 고소한 바인 쌔오를 한 입 가득 즐기는 순간! 생각만 해도 정말 행복해지지 않나요, 리 씨?

리: 맞아요. 하지만 한국의 전이 주로 밀가루나 녹두가루를 쓰고 간장에 찍어 먹는다면, 베트남의 바인 쌔오는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바로 선명한 노란색 피죠. 많은 한국 관광객분들이 이 노란색을 계란 때문이라고 오해하시곤 하는데, 사실은 쌀가루에 생강황을 곱게 갈아 넣어 만든 색이랍니다. 기름을 두른 뜨거운 팬에 반죽을 넓게 펼치면 겉은 바삭해지고 파 향이 솔솔 풍기죠. 그 안에 새우, 돼지고기, 숙주, 그리고 고소한 녹두를 넣어 완성합니다.

타인: 리 씨, 이렇게 매력 넘치는 요리인데, ‘바인 쌔오’라는 이름과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요?

리: ‘바인 쌔오’라는 이름은 사실 아주 정겨운 유래를 가지고 있어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라, 묽은 쌀가루 반죽을 뜨겁게 달궈진 기름 두른 팬에 부을 때 나는 ‘치이익(xèo xèo·쌔오 쌔오)’ 소리에서 그대로 이름을 따온 거랍니다.

타인: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아주 직관적이고 유쾌한 이름이네요! 그렇다면 바인 쌔오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리: 이 부분은 청취자 여러분께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반미(Bánh mì)나 분보남보(Bún Bò Nam Bộ)처럼 문헌 기록이 비교적 명확한 음식들과 달리, 바인 쌔오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역사 문헌으로 확인된 바가 없어요. 현재 알려진 내용은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적 추측과 민간 설화에 기반하고 있죠.

타인: 아, 그렇군요. 그럼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리: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어요. 첫 번째는 남중부 지방 기원설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후에(Huế) 지역의 ‘바인 코아이(Bánh Khoái)’에서 변형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옛 중부 사람들이 집에 있던 쌀가루를 활용해 손바닥만 한 작은 주철 팬에 부쳐 들일을 나갈 때 간식으로 먹었다는 설이죠. 두 번째는 남부 메콩강 삼각주 지역 기원설로, 크메르족의 전통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피가 얇고 크기가 큰 형태로 발전했다는 추측입니다.

타인: 시작점에 대한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바인 쌔오가 베트남 사람들의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네요. 시골 장터부터 도심의 유명 맛집, 나아가 해외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까지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리: 지역을 거치면서 바인 쌔오는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모습으로 발전했는데요. 크게 ‘중부식’과 ‘남부·메콩식’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눠볼 수 있어요. 중부식 바인 쌔오는 손바닥만 한 아담한 크기에 피가 약간 두툼하면서 쫄깃하거나 살짝 바삭한 편이에요. 속재료로는 새우, 오징어 같은 싱싱한 해산물과 숙주가 들어가고, 상추와 생채소, 쌉싸름한 무화과나 새콤한 스타푸르트 슬라이스를 곁들여 먹습니다. 소스 역시 일반 베트남식 젓갈인 ‘느억맘(nước mắm)’이 아니라 콩과 돼지 간을 넣어 푹 끓여낸 고소하고 진한 ‘느억레오(Nước lèo)’ 소스나 발효 생선 소스인 ‘맘넴(Mắm nêm)’을 곁들이죠.

타인: 아, 남부와 메콩 스타일의 바인 쌔오가 아마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더 익숙할 것 같아요. 지름이 30~40cm에 달할 정도로 크기가 아주 크고, 테두리는 과자처럼 바삭바삭하죠. 강황의 노란빛에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풍미가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워요. 속재료도 민물새우, 돼지고기, 숙주, 녹두뿐만 아니라 코코넛 속살(Củ hũ dừa)이나 오리고기를 넣는 곳도 있어요. 풍요로운 자연환경 덕분에 곁들여 먹는 채소 종류만 해도 겨자채, 망고나무 어린 잎, 암바렐라 잎, 배롱나무 잎 등 20여 가지나 된답니다. 소스는 다진 마늘과 고추, 무·당근 피클이 들어가 새콤달콤하고 묽은 느억맘 소스를 사용하고요.

리: 그렇다면 바인 쌔오를 베트남 현지인처럼 ‘정석’으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인 씨가 청취자분들을 위해 가이드 좀 해주세요!

타인: 청취자 여러분, 바인 쌔오는 자고로... ‘손’으로 싸 먹어야 제맛입니다! 가장 완벽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상추나 겨자잎을 바닥에 넓게 깝니다. 그 위에 타이 바질, 깻잎 비슷한 자소엽, 새콤한 망고나 스타푸르트 조각 등 취향에 맞는 야채를 올리고요. 바삭한 피와 새우, 고기 속재료가 골고루 들어간 바인 쌔오 한 조각을 잘라 가운데 얹어줍니다. 그다음 예쁘게 돌돌 말아 소스에 푹 찍어 드시면 됩니다!

리: 뜨겁고 바삭하며 고소한 바인 쌔오, 싱싱한 채소를 통째로 품은 듯한 청량함, 그리고 입안에서 터지는 새콤달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소스의 조화! 그야말로 미각의 대연회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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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자, 드디어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셨을 시간입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맛있는 바인 쌔오를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리 씨, 로컬 맛집 몇 곳 추천해 주시겠어요?

리: 하노이에 계신다면 도이깐(Đội Cấn) 125번지 2층에 위치한 ‘바인 쌔오 응옥즈엉(Bánh xèo Ngọc Dương)’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피가 얇고 아주 바삭하면서도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호찌민 묘소에서 차로 5분이 채 걸리지 않고, 걸어서도 15분 정도 거리라 하노이 관광과 미식 체험을 함께 즐기기에 딱 좋은 동선입니다.

타인: 우와, 관광 코스로 정말 완벽하네요!

리: 호찌민시에 계신다면 떤딘(Tân Định)동에 위치한 ‘바인 쌔오 46A 딘꽁짱(Bánh xèo 46A Đinh Công Tráng)’을 찾아가 보세요.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미슐랭 가이드 2024 빕 구르망에 선정되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대단합니다. 입구에 오픈 키친이 있어 바인 쌔오를 부치고 재료를 넣어 손님상에 올리는 전 과정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어요.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가격은 한 개당 90,000~180,000동(한화 약 5,000~10,000원) 정도로 일반적인 가격보다는 조금 높은 편입니다.

타인: 그렇군요. 그리고 혹시 다낭을 여행 중이시라면 하이쩌우(Hải Châu)동 호앙지에우(Hoàng Diệu) 거리에 있는 ‘바인 쌔오 바 즈엉(Bánh xèo Bà Dưỡng)’에 들러 제대로 된 중부식 바인 쌔오를 맛보시길 권합니다. 이 집만의 시그니처는 단연 소스인데요. 돼지 간, 볶은 깨, 땅콩과 특제 양념을 넣어 끓여낸 소스는 걸쭉하고 진한 갈색을 띱니다. 혀끝에 닿는 순간 퍼지는 고소함과 깊은 풍미가 바인 쌔오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죠.

리: 서민적이지만 베트남의 벼농사 문화와 풍요로운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정성 어린 음식, 바인 쌔오!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타인: 정말 그래요, 리 씨. 오늘 녹음 끝나자마자 친구들 불러서 채소를 듬뿍 넣어 바인 쌔오를 배터지게 먹어야겠어요. 아 참~ 리 씨, 다음 주에는 청취자 여러분과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나요?

리: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는 신선하고 정갈하여 베트남에 가장 건강한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요리, 바로 ‘고이꾸온(Gỏi Cuốn - 베트남식 쌈)’을 만나봅니다.

타인: 우와! 무더운 여름철에 가볍고 상큼하게 즐기기 정말 좋은 메뉴네요.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도 꼭 본방 사수해 주세요~

리: 그럼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베트남 남부 메콩강변의 정겹고 흥겨운 풍경을 담은 두 젊은 아티스트 ‘Jombie’와 ‘Jena’의 노래, <노을 지는 저녁(Chiều Hoàng Hôn)>을 들려드립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바인 쌔오를…

리 + 타인: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