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입’ 베트남>의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베트남의 다채로운 ‘미식 지도’를 여행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타인: 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씨의 먹방 파트너인 ‘식복(食福)’ 많은 타인입니다. 날씨가 무더운 날에 기름기 없이 상큼하고 채소 가득한 음식을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죠. 그렇지 않아요?

리: 맞아요. 아마 많은 청취자분도 타인 씨 말에 공감하실 텐데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만나볼 주인공이 바로 여름철 최고의 인기 별미, '고이꾸온(Gỏi Cuốn)'입니다. 북부에서는 '냄꾸온(Nem Cuốn)'이라고도 부르죠.

타인: 아~ K팝 스타들 중에도 베트남 고이꾸온의 열렬한 팬이 정말 많잖아요.

리: 그렇죠. 한국에서 ‘월남쌈’으로 불리는 고이꾸온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아담한 쌈 하나에 베트남 음식의 절묘한 균형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방송에서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타인: 리 씨, 제가 한국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베트남 고이꾸온에 빠졌는지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한국의 ‘쌈’ 문화와 닮아서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하더라고요.

리: 아, 맞네요. 한국 분들은 고기 먹을 때 상추나 깻잎에 이것저것 올려 싸 먹는 걸 정말 좋아하시잖아요. 베트남 고이꾸온도 방식은 비슷하지만, 투명하고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신선한 야채가 듬뿍 들어가서 훨씬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죠. 그러니 한국 아이돌들이 베트남에 왔을 때는 물론, 한국에서도 이 음식에 푹 빠지는 게 이해가 되죠.

타인: 고이꾸온의 대표 ‘홍보대사’ 하면 역시 박보검 배우를 빼놓을 수 없죠. 2018년에 방송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을 위해 직접 재료를 준비해 고이꾸온을 만들어 대접했잖아요. 보통 고이꾸온은 손가락 세 개 굵기 정도인데, 박보검 배우님은 손목만큼 큼직하게 싸서 아주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 방송 이후 한국 SNS에서 '월남쌈' 해시태그가 그야말로 폭발했었죠!

리: 맞아요. 고이꾸온 사랑에 빠진 아이돌 하면 블랙핑크의 메인보컬 로제 씨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수천만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에 고이꾸온을 '최애 음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잖아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라며 감탄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트와이스의 사나 씨, 아이즈원 출신 채연 씨까지 모두 이 매력에 푹 빠졌죠.

타인: 리 씨,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트남의 ‘국민 음식’ 고이꾸온은 정확히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유래를 두고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서 궁금해요.

리: 사실 다른 많은 서민 음식들처럼, 고이꾸온 역시 탄생 시기나 유래가 정확히 기록된 공식 역사 문헌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정보는 음식에 관한 연구와 민간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토대로 한 것이죠.

타인: 그럼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가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리: 첫 번째 가설은 중국의 '뽀삐어(Pò pía·薄餅)'라는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거기서 유래했다는 견해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으로 건너오면서 담백한 입맛에 맞게 섬세하게 '현지화'되었죠. 중국식 뽀삐어에는 건새우, 삶은 얌빈, 소시지가 들어가고 튀긴 양파를 곁들인 블랙 춘장 소스에 찍어 먹는 반면, 베트남식 고이꾸온은 라이스페이퍼, 삶은 새우와 돼지고기, ‘bún’ 쌀면, 그리고 베트남 현지의 싱싱한 채소를 듬뿍 사용합니다.

타인: 아, 그리고 제가 '뚜오이째(Tuổi Trẻ)' 신문에서 읽은 또 다른 가설도 있는데요. 고이꾸온이 베트남 남부 지방의 농촌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예요. 남부 사람들이 주변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던 데서 유래했다는 거죠. 반면에 '띠엔퐁(Tiền Phong)' 신문 기사에서는 라이스페이퍼를 만들고 음식을 싸 먹는 방식이 중부 지방 사람들의 오랜 전통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중부에서 시작해 베트남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각 지역의 색깔을 갖추게 되었다는 거죠.

리: 네네, 출발점이 어디든 고이꾸온의 가장 큰 매력은 정해진 레시피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지역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속재료가 유연하게 달라지면서, 아주 풍부한 다양성을 만들어냈죠.

타인: 고이꾸온이 소박해 보여도, 예쁘게 싸려면 엄청난 손재주가 필요하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맛있는 ‘새우 돼지고기 고이꾸온(gỏi cuốn tôm thịt·고이꾸온똠팃)’ 만드는 영상을 보면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죠.

"접시 위에 라이스페이퍼를 올리고, 물을 살짝 묻혀 (라이스페이퍼를)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야 쌀 때 라이스페이퍼가 부서지지 않거든요. 오이, 생채소, 허브, 상추를 넣고 bún쌀면을 조금 얹어줍니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와 새우를 한 겹씩 올려주는데, 새우의 붉은 겉면이 라이스페이퍼에 닿도록 놓아야 말았을 때 새우가 밖으로 보여 아주 예쁩니다. 말면서 부추 한 줄기를 슬쩍 넣으면 장식도 되고 향도 아주 좋아지죠."

리: 완성된 고이꾸온은 투명한 라이스페이퍼 너머로 알찬 속재료가 먹음직스럽게 보여야 하죠. 하지만 고이꾸온의 성패를 가르는 '진짜 영혼'은 바로 함께 곁들이는 소스에 있습니다. 여러분~ 고이꾸온에 찍어 먹는 소스가 베트남 각 지역에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타인: 네네 맞아요~ 지역마다 소스 취향이 확연히 달라요. 북부에서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해서 라임, 마늘, 고추를 넣은 새콤달콤한 묽은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중부 사람은 매콤하고 진한 맛을 좋아해 발효 콩장 소스나 고소하고 묵직한 땅콩소스, 혹은 알싸한 멸치 젓갈(맘넴)을 즐겨 찾죠. 그리고 남부 사람들은 고소한 땅콩버터를 넣어 끓여낸 찐한 검은 콩장 소스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다진 땅콩과 생고추를 얹어 먹는 게 특징입니다.

리: 아삭한 채소의 신선함, 새우와 돼지고기의 고소함, 그리고 진한 소스가 어우러지면 식욕이 제대로 돌죠. 괜히 2011년 미국 CNN이 고이꾸온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Top 30'에 선정한 게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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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드디어 청취자 여러분이 가장 기다리시던 시간입니다! 베트남 현지에 계신다면 진짜 맛있는 고이꾸온을 어디서 맛봐야 할까요?

리: 고이꾸온은 원래 대중적인 서민 음식이라 만드는 방법도 그리 까다롭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노점상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가격도 매우 착해서 보통 한 개에 10,000~15,000동(약 600~850원) 정도밖에 안 하죠. 호찌민시에서는 구 10군 지역(특히 호아하오 거리)이나 니에우록(Nhiêu Lộc)동 레반시(Lê Văn Sỹ) 골목길, 그리고 여행자 거리인 부이비엔(Bùi Viện) 근처에 고이꾸온 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타인: 아, 그 지역에 대학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여서 그런 거죠?

리: 네, 맞아요~ 호찌민시에 계시다면 니에우록동 레반시(Lê Văn Sỹ) 거리 359번 골목 입구에 위치한 '고이꾸온 레반시(Gỏi cuốn Lê Văn Sỹ)'를 추천합니다. 노점 형태의 소박한 곳이지만 손님이 정말 많아요. 새우 돼지고기 고이꾸온, 돼지귀 고이꾸온(gỏi cuốn tai heo), 돼지껍질 고이꾸온(bì cuốn) 등을 개당 단돈 10,000동(약 600원) 정도에 파는데,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저녁 7시 반이면 재료가 다 소진되곤 합니다.

타인: 다낭에 계시다면 ' 꼬니네(Quán Cô Ni·꽌 꼬 니)'를 찾아가 보세요. 이곳은 변형되지 않은 전통 스타일의 고이꾸온을 내어주는데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중부 특유의 진하고 향긋한 맘넴 소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입맛에 딱 맞으실 거예요. 3개, 5개, 10개씩 구성되어 판매가 되고 가격은 각각 28,000동, 44,000동, 88,000동(약 1,600원~5,000원) 선입니다.

리: 아 그리고 하노이에서 넓고 쾌적한 공간이나 모임을 위한 프라이빗 룸을 원하신다면, 고이꾸온 전문점을 추천합니다. 하노이 중심가에 3개 지점이 있는 '넷꾸온(Nét Cuốn)' (마이안뚜언점, 찌에우비엣브엉점, 응우옌반록점)이나, 장보, 낌리엔, 꺼우자이 등 6개 지점을 둔 '꾸온델리(Cuốn Deli)'가 대표적이에요. 1인당 평균 예산은 150,000~200,000동(약 8,500원~11,000원) 정도입니다.

타인: 더운 날에 고이꾸온은 마치 푸릇한 정원의 신선함을 가득 담아오는 ‘시원한 바람’ 같아요. 몸을 한결 가볍게 해주면서 소화에도 도움을 주잖아요.

리: 정말 그래요. 고이꾸온은 베트남 미식의 정갈함을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예시죠. 기름에 튀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데다, 싱싱한 야채가 듬뿍 들어있어 영양 면에서도 균형이 아주 잘 잡혀 있으니까요.

타인: 맞아요, 리 씨. 평범하고 익숙한 재료들이지만, 그 정성과 정갈함이 독보적인 매력을 만들어내는 거겠죠. 오늘 미식 여행을 마무리하며 청취자 여러분께 래퍼 댄(Đen)과 낌롱(Kim Long)의 ' 가슴을 적시는 사소한 것들(Triệu điều nhỏ xíu xiêu lòng)'이라는 곡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은 ‘담백한’ 멜로디와 진솔한 랩 가사가 아주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다시금 음미하게 해줄 거예요.

리: 크기가 작지만 속이 알찬 고이꾸온 한 쌈처럼 말이죠? (웃음)

타인: 네네 그럼요. 아~ 리 씨,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다음 주 '맛있는 좌표'도 살짝 힌트 좀 주세요.

리: 다음 주 <‘한 입’ 베트남>에서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베트남식 피자’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는 길거리 음식을 찾아 떠날 예정인데요. 과연 어떤 음식일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만나요!~

타인: 그럼 지금…

리: 고이꾸온을…

타인 + 리: 한 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