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한 입’ 베트남>을 사랑해 주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늘 배고픈 통통이’ 리입니다. 베트남의 끝없는 맛의 지도를 찾아 떠나는 오늘 여정에서도 여러분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타인: 청취자 여러분, 그리고 리 씨, 안녕하세요. ‘식복(食福)’ 많은 진행자 타인입니다. 그나저나 리 씨, 요즘처럼 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입맛도 없고, 그저 시원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음식만 생각나지 않나요?
리: 맞아요, 타인 씨! 정말 공감합니다! 그래서 지난 방송에서 살짝 예고해 드린 것처럼, 오늘 소개해 드릴 음식은 바로 요즘처럼 후텁지근한 날씨에 안성맞춤인 메뉴인 '분보남보(Bún Bò Nam Bộ)'입니다!
타인: 우와~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청취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탐험해 볼 ‘분보남보’는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비빔국수인데요, 사실 이 이름 뒤에는 아주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답니다. 하노이의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에게 물어보면 이 음식은 분명 수도 하노이에서 태어났다고 할 거예요.
리: 반면에 호찌민시나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 가서 “분보남보 주세요”라고 하면, 현지 분들은 그게 무슨 음식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실 겁니다.
타인: 오, 왜요?
리: 왜냐하면 남부 지방에서는 이 음식을 전혀 다른 이름인 ‘분보싸오(Bún bò xào, 소고기 볶음국수)’라고 부르거든요. 맞아요, 타인 씨?
타인: 그럼 본격적으로 분보남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에 앞서, 리 씨가 먼저 이 음식이 사실은 하노이 음식이라는 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청취자분들께 소개해 주시죠.
리: 하노이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분들 사이에서는 내려오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예요.
타인: 어머, 너무 궁금해요! 얼른 들려주세요~
리: 이야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동러이(Đồng Lợi) 호텔 앞 노점에서 ‘깐(Can)’이라는 아주머니가 분짜(Bún chả) 장사를 하고 계셨대요. 이 호텔이 있던 거리가 바로 ‘남보(Nam Bộ) 거리’였는데, 지금의 레주언(Lê Duẩn) 거리랍니다.
타인: 아! 지금의 레주언 거리가 예전에는 ‘남보 거리’라고 불렸군요?
리: 네, 맞아요. ‘레주언’이라는 거리 이름은 1987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전에는 ‘남보 거리’로 불렸습니다. 어느 날, 깐 아주머니 가게의 단골손님이 매일 먹던 돼지고기 완자 대신 소고기를 구워 국수에 얹어 달라고 특별히 요청하셨대요. 아주머니는 손님의 취향에 맞춰 분짜의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와 신선한 채소, 절인 파파야는 그대로 두고 돼지고기 대신 석쇠에 구운 소고기를 올려 내놓으셨죠. 그런데 우연히 탄생한 이 조합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초기에는 이 음식을 ‘분보쫀(Bún bò trộn, 소고기 비빔 쌀국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타인: 아하, 이해가 쏙쏙 되네요.
리: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어요. 북-남행 열차의 출발점인 하노이역이 바로 이 거리에 위치해 있거든요. 그래서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중남부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북부로 올라온 이주민들이 가져온 음식을 하노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면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타인: 우와, 둘 다 정말 그럴싸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네요. 하지만 이 모든 건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일 뿐, 당시의 공식 문서로 확인된 건 아니라는 거죠? 반면에 음식 연구 서적이나 옛 기록을 보면, 남부의 ‘분보싸오’는 이미 20세기 초부터 문헌을 통해 그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리 씨.
리: 오, 타인 씨가 아주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신 모양이군요?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 얼른 저와 청취자분들께 보따리를 풀어주세요!
타인: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학술적 근거와 문헌을 토대로 살펴보면요, 남부 문화에 깊은 조예를 가졌던 저명한 문화학자 ‘브엉홍센(Vương Hồng Sển)’ 선생의 저서 <남은 인생의 절반(Nửa đời còn lại)>에 아주 구체적인 기록이 나옵니다. 선생은 1920~1930년대의 ‘보분(bò bún)’을 이렇게 묘사하셨어요.
“…1926년, 투득(Thủ Đức)에서 한 노인이 소고기 국수와 반호이(bánh hỏi)를 어깨에 지고 내려와 팔았다. 요금을 아끼려 열차를 타고 이동하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보분’은 구운 소고기나 볶은 소고기를 쌀국수와 향채에 곁들인 음식으로, 후에(Huế)의 특별한 음식인 ‘분보(bún bò)’와는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타인: 이게 끝이 아닙니다. 1950년대 중반, 르우년응이어(Lưu Nhơn Nghĩa) 작가 역시 빈롱(Vĩnh Long)성의 티엥득(Thiềng Đức) 다리 부근에서 영업하던 분보싸오 노점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밤 9시가 되면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키는 다소 작지만 단단하고 탄탄한 체구에 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진 쉰 살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나타나곤 했다. 노인이 어깨에 메고 가던 커다란 나무통 두 개를 내려놓으면 그 높이가 사람 허리춤에 닿았다. 앞쪽 통에는 큼직한 돌그릇에 담긴 얇게 썬 소고기가 들어 있고, 그 위로 굵게 빻은 볶은 땅콩, 생숙주, 소스와 각종 채소, 양념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뒤쪽 통에는 활활 타오르는 숯불 화로가 들어 있었고, 통 주변에는 볶음용 작은 팬과 조리도구, 숟가락과 젓가락 통 등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소고기 볶음국수 드실 분~~!’ 하고 길게 늘어지는 그의 외침은, 그의 고단한 삶의 무게만큼 묵직한 어깨 위 지게를 따라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타인: 이 기록들을 보면, 볶은 소고기에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 볶은 땅콩을 비벼 먹는 이 국수는 적어도 1920년대부터 이미 서남부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 우와, 정말 대단하네요! 문화학자 브엉홍센 선생의 문학적인 묘사 이 음식이 남부 지방에 깊이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인: 그런데 리 씨, 비록 ‘볶은 소고기를 얹은 비빔국수’라는 뿌리는 같지만, 하노이에서 ‘분보남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북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된 부분도 분명 있겠죠?
리: 그럼요! 북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고 재료를 다듬었습니다. 남부식 분보싸오가 향이 강한 레몬그라스와 고추를 듬뿍 넣고 양파를 가득 더해 매콤하고 진하게 볶아내는 반면, 하노이식 분보남보는 소고기를 마늘과 함께 볶아 마늘향을 입히고, 숙주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도록 살짝 익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타인: 우와~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사진: 단 레·Đan Lê 여배우의 페이스북)
리: 맞아요. 상상해 보세요. 푸짐하게 담긴 국수 한 그릇을요. 맨 아래에는 상추, 고수, 민트 등 싱그럽고 아삭한 채소들이 깔려 있고, 그 위로 부드럽고 찰진 bún 쌀면이 얹어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센 불에서 재 빠르게 볶아내 육즙이 톡톡 터지는 마늘 소고기 볶음이 푸짐하게 올라가죠.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맛의 킥’! 바삭하고 향긋한 샬롯 튀김과 고소하게 빻은 땅콩, 그리고 아작아작 씹히는 오이나 새콤달콤하게 절인 그린 파파야가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타인: 생각만 해도 당장 한 입 가득 먹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제가 이 분보남보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언제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분짜는 보통 점심 메뉴로 많이 찾지만, 분보남보는 아침, 점심, 저녁 야식까지 어느 때나 먹어도 속이 편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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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자, 그럼 우리 청취자분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타인 씨가 하노이에서 ‘인생 분보남보’ 맛집 리스트를 공개해 주시죠.
타인: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곳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곳인데요, 바로 호안끼엠(Hoàn Kiếm)동 항디에우(Hàng Điếu) 거리 73-75번지에 위치한 ‘분보남보 박프엉(Bách Phương)’입니다. 1986년 응우옌 딘 박(Nguyễn Đình Bách) 씨와 응우옌 티 프엉(Nguyễn Thị Phương)씨 부부가 처음 문을 연 곳이죠. 이곳의 소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양념이 깊게 배어 있어, 정통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리: 하노이 직장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저의 단골집 두 곳도 보탤게요. 첫 번째는 끄아남(Cửa Nam) 동 쩐꾸옥또안(Trần Quốc Toản) 거리 47번지의 ‘분보 꼬뚜언(Cô Tuân)’입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영업하는데, 불 향을 제대로 입힌 소고기 볶음이 일품이라 점심시간에는 1, 2층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답니다. 두 번째는 호안끼엠(Hoàn Kiếm)동 풍흥(Phùng Hưng) 거리 25번지에 있는 ‘분보남보 하이새오(Hải Sẹo)’입니다. 소스가 아주 담백하고 깔끔하며 신선한 채소를 정말 아낌없이 듬뿍 얹어주는 곳이에요.
타인: 현재(2026년 기준) 분보남보 한 그릇 가격은 보통 45,000~80,000동(한화 약 2,500원~4,500원) 사이인데요, 영양가 가득하고 로컬의 매력을 담은 한 끼 식사로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죠!
타인: 아휴, 리 씨랑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네요. 당장 항디에우 거리로 달려가서 땅콩이랑 샬롯 튀김을 듬뿍 얹은 분보남보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싶어요. 그런데 리 씨, 다음 주에는 청취자분들과 함께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볼까요?
리: 다음 주에는 고도(古都)이자 깊은 역사적 풍미를 간직한 도시의 대표 주자를 만나러 갑니다. 바로 ‘분보후에(Bún bò Huế)’를 만나보러 떠날 예정입니다~
타인: 우와,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금요일에 저희와 함께하는 맛있는 데이트, 절대 놓치지 마세요!
리: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며 소개해 드린 분보남보, 혹은 분보싸오의 푸근한 고향으로 소리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서남부 지역의 매력을 담아낸 곡이죠. 래퍼 '리키 스타(Ricky Star)'가 부르는 노래, <메콩강의 마음(Tấm Lòng Cửu Long)> 띄워드립니다.
타인: 그럼 지금…
리: 분보남보를…
타인 + 리: 한 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