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수만 명의 신도와 관광객이 운집한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이 집전하는 부활절 미사가 거행됐다. 이는 레오 14세 교황이 고(故) 프란치스코(Francis) 교황의 뒤를 이은 후 발표한 첫 부활절 메시지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연설에서 특정 충돌 지역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피하는 대신 대화와 이해의 정신에 초점을 맞추며, 불안정이 지속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강조했다.

“부활의 빛 안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베푸신 무한한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이 변화되도록 합시다. 무기를 든 자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일으킬 권력을 가진 자들은 평화를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무력으로 강요된 평화가 아닌 대화를 통한 평화여야 하며,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아닌 그들과 마주하기 위한 평화여야 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대화와 공감을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기반으로 삼았던 故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관된 견해를 계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가자지구의 기독교인들은 2025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정 이후 첫 부활절 미사를 올렸다. 여전히 생활 여건이 척박한 상황에서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신앙을 지키고 지역 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한 기독교 신자는 다음과 같이 심경을 전했다.

“휴전 이후 주민들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첫 명절이지만, 상실감과 아직 끝나지 않은 폭력 앞에서는 여전히 슬픔과 먹먹함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미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예루살렘(Jerusalem)의 신도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비롯한 지역 전체에 조속히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바티칸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올해 부활절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치러졌으나, 종교적 의식과 활동은 굳건히 유지되었다. 이는 급변하는 정치‧안보 환경 속에서도 정신적, 사회적 삶의 안정을 지켜내려는 각 공동체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